2018년 라오스 여행하기 1 - 루앙 프라방
2018-9-03
2018년 7월 29일 태국으로 향한다. 보름이 좀 넘는 일정, 들고 나는 곳은 방콕인데 가고자 하는 곳은 라오스다. 방콕행 비행기표가 좀 싸기도 방콕에서 사업하는 후배 병관이도 보려고 태국부터 먼저 들어가게 되었다. 계획을 확정하고 준비하던 중 라오스 남부에서 사고 소식이 들린다. 한국회사 SK 건설에서 만들던 댐이 붕괴해 많은 사람이 사상되었다는 것이다. 이 여행을 가야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댐붕괴로 70여명이 숨지고 200명 실종자가 난 나라를 여행간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고 때문에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라오스 사람들이 더욱 더 힘들어 할듯하다. 몇년 전 소래 어시장에서 불이났을 때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불이 난 곳에 놀러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발길을 끊자 더욱 더 힘들어지는 것은 시장의 상인들이다. 라오스도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게다가 사고 난 곳은 남부이고 가고자 하는 곳은 북부이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가기로 한다. 물론 일정을 취소하면 아예 환불이 안 되는 저가 항공권도 이런 결정에 여행을 미친다.
방콕으로 들어가 대학 후배 병관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옆 호텔에 숙소를 정한다. 짜오프라강 강변에 위치한 호텔로 라마3세 다리가 멀지 않은 곳이다. 한국인들도 제법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한국 음식점, 식료품점도 자리잡고 있다. 태국의 도로나 다리, 전철은 일본이 건설한 것이 많다. 물론 독일이 건설한 지하철도 있지만 상당수가 일본의 ODA차관으로 건설한 것이다. ODA 차관은 이른바 정부개발원조 사업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일본같은 선진국들이 차관형식으로 돈을 빌려주고 다시 그 나라 기업이 공사를 진행한다. 운영도 공사한 나라에서 맡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진국이 고맙게 후진국을 도와주는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함정이 많은 사업니다. 결국 이익의 대부분은 공사를 진행한 나라와 기업 그리고 개발도상국 정부에게 돌아간다. 일본은 방콕시내에 고속도로를 만들어 통행료를 걷고 있으며 태국정부는 돈 한푼 안 들이고 그 수입을 나누어 갖고 있다. 일본차가 더욱 더 많이 팔리는 것은 엄청난 덤이다. SK 건설이 라오스에 짓고 있는 댐도 한국 수출입은행이 돈을 대고 있는 ODA 차관 사업이며, 요즘 중국이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투자를 하면서 진행 하는 사업들도 대부분 이런 형식이다. 이런 함정이 눈에 보여서인지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에서 연달아 중국과의 사업을 취소하고 있다.
같이 간 대학친구 병준이와 후배 병관이와 식사를 한다. 병관이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 여의치 않아 10여년전에 방콕으로 왔다.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방콕에서 가장 큰 맛사지 샵을 운영하는 사업가가 되었다. 살아갈 수록 느끼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말련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인생에서 안 중요한 시기는 없겠지만, 젊었을 때는 실패해도 일어설 기회가 있다. 문제는 점점 나이가 먹어 갈 수록 재기하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같이 간 친구 병준이도 많은 고생을 하고 실패도 하다가 이제는 다시 자리를 잡아 중국 청도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가 되었다.
치앙마이를 거쳐 라오스로 들어가기로 한다. 치앙마이는 지난 번 방문 시 일정이 너무 촉박해서 아쉬웠던 지역이라 한번 더 들리기로 한 것이다. 치앙마이 도착, 도이스템 사원을 행한다. 도이스텝 사원은 1677m 높이의 성스러운 도이스텝 산에 있는 사원이다. 산꼭대기에 있어 치앙마이 시내 전체가 조망되며 몽족마을로 가는 길에 있다. 가는 길은 썽태우를 타고 가는 방법과 개인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시내에서 25km 정도의 거리이고 썽테우를 타면 20km 가 넘는 굴곡진 도로를 손잡이에 매달려 가야한다. 재일 좋은 방법은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타고 가는 것이다. 태국의 오토바이는 기어도 없고 악셀레더만 당기면 나간다. 조작법도 간단하고 자전거를 탈줄 알면 누구나 가능하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현지경찰이 가끔 단속을 한다는 것이다. 국제운전면허가 통용되지 않는 나라이니 오토바이 운전은 당연히 불법이다. 걸리면 벌금을 내야한다. 걸리지 않으려면 눈을 불을 켜고 다니는 것이 좋다ㅎㅎ
해발400m 에서 거의 1700m 까지 오르는 데 거의 3,40분 정도 걸린다. 언덕길만 20km 넘는다. 병준이와 오토바이 두대를 빌려 도이스텝을 향한다. 산을 오르다 보니 반가운 정경들이 보인다. 자전거를 탄 라이더들이 도이스텝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라이더들 말로 소위 업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사로 20km 올라가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자전거 라이더들 옆을 스쳐 지나가는 데 내 다리가 아파온다. 감정이입이 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도이스텝 사원이 도착하니 치앙마이 시내 전체가 조망된다. 주변에 높은 산도 없어 멀리까지 보인다. 도이스텝사웡을 지나 몽족마을로 향한다. 중간에 들린 이름 모를 카페의 풍광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몽족마을 가는 길에 다알리아가 만발했다. 치앙마이는 1년 내내 봄이다. 위도는 열대지방인데 고도가 높아 1년 내내 봄날씨를 유지한다. 나중에 나이 들어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열대지방에는 1년 내내 봄날씨인 곳이 더러 있다. 대부분 고도가 높은 곳이며 중국의 운남성, 필리핀 다바오 같은 곳이다. 다알리아는 나에게 사연이 좀 있는 꽃이다. 1980년 중반인 고3 때 집 앞의 독서실을 다니며 공부했다. 그때 집 앞마당에 있는 다알리아가 만개를 했다. 너무 이쁜데 봐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몇송이를 꺽어 독서실로 가지고 왔다. 컵에 물을 담아 꽃을 꽂아 놓으니 시커먼 남자 녀셕 책상에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 옆자리에 앉은 후배녀석에게 같은 독서실 다니는 누나에게 주라고 했다. 네! 그리고 뛰어나간 후배 녀석이 잠시 후 시무룩한 얼굴로 들어온다. 물어보니 누나가 마음을 받을 수 없다고 하며 꽃을 돌려보냈다고 한단다. 엥! 나는 후배녀석 누나를 본 적도 없는데....... 한번 본적도 없는 여학생한데 차이다니.... 아마도 그때부터 나의 연애전선은 문제가 생겼나보다ㅎㅎ
저녁 치앙마이 시내로 나와 지난 여행 때도 왔던 식당으로 행한다. 조그만 강변에 있는 식당으로 나름 맛있는 음식과 좋은 경치를 자랑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뭔가 문제가 발생한다. 갑자기 설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열흘간 장염으로 계속 설사를 하며 많이 고생했다. 그나마 출국하기 전 물리치료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 챙겨준 약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의사는 어떻게 장염에 걸리 걸 알고 약을 챙겨 줬을까? 그렇게 여행을 다녀도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의사가 약을 챙겨줘서 병이 난게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하며 열흘을 보냈다(?)
다음 날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 향한다. 치앙마이 공항에 나가보니 제트엔진에 프로펠라를 달아놓은 터보드롭 항공기다. 얼마만에 타보는 프로펠라 비행기인지 모르겠다. 정원도 몇명 안 될 것 같고, 활주로를 걸어서 이동하는 호사도 누려본다. 사실 치앙마이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까지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문제는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버스를 타면 대략 20시간 정도 걸린다. 잠시 고민도 해봤지만 이내 병준이가 쿨하게 결정한다. 그런 건 젊었을 때 하는 것이고 우리는 다 해봤잖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제 20시간씩 버스 타고 여행다닐 자신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ㅋㅋ
공항에 도착 숙소로 향한다. 이번 여행의 숙소와 항공기는 대부분 Trip.com 이라는 엡을 이용했다. 중국 엡인데 가격은 비슷한 엡보다 조금 비싸고 대신 취소 수수료가 없다. 라오스는 물가가 저렴하고 호텔비도 매우 싸다. 루앙프라방의 괜찮은 호텔이 3,4 만원, 저렴한 것은 1만원대도 있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귀중품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텔임에도 보안이 취약하고 누구의 소행인지 돈이 조금씩 사라지기도 한다. 이후 비엔티엔에서 실제로 겪은 일이다.
저녁에 루앙프라방 올드타운으로 나와본다.라오맥주 한잔 마시며 여행자의 여유를 만끽해본다.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기온도 적당한 루앙프라방의 저녁이 깊어간다. 루앙프라방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루앙프라방은 북부 라오스 중심에 위치한 인구 63000명의 작은 도시이다. 대략 700m 의 해발고도에 위치에 연중 기온이 쾌적하다. 메콩강이 시내를 관통하고 있으며 황금지붕의 오래된 사원들과 프랑스 풍의 주택들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이다. 올드타운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 세계에서 수 많은 여행객들이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리 많지는 않아 매우 쾌적하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최초의 통일왕국 란상왕종의 수도였다. 왓시엥통을 비롯한 여러 사원들이 있으며 매우 아담하여 태국처럼 사람을 압도하는 규모가 아니다. 오후 5시면 중심지인 시사방봉 거리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노천 시장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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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라오스의 교통수단도 오토바이가 최고다. 꽝시 폭포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적지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아 오토바이로 이동하기 좋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비포장 도로가 많은 데다 물이 빠지지 않아 진흙 구덩이가 된 길들이 많다는 것이다. 조심하지 않으며 넘어진다. 그리고 실제로 방비엥에서 불루홀 가는 길에 넘어져 진흙을 다 뒤집어 쓰기도 했다. 중국집 배달원 같다고 나를 놀리는 병준이를 보니 그냥 현지인이다 . 라오스 현지인인 너보다는 중국집배달원이 낫다며 병준이를 놀린다.
루앙프라방 최고의 관광지인 꽝시폭포로 향한다. 시내에서 한시간정도 걸린다. 물이 석회암 산을 깍아서 다양한 풍광을 만들어 낸다. 크로아티아의 프라트비체 국립공원에 비견될 만한 풍광이다. 다만 규모가 좀 작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기라서 비가 많아 특유의 에매랄드 물빛깔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12월에서 2월까지가 여행의 적기이다.
물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재미있는 표지판이 보인다. '수영가능' 이라고 한글로 써 좋았다. 계곡에 수영가능이라... 한국에서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표지판이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암묵적으로는 인정해도 저렇게 공개적으로 가능하다고 한 곳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한국에는 없다. 모든 한국의 표지판은 수영금지라고 쓰여있다. 그럼 한국에서는 왜 계곡에서 수영을 못하게 할까? 물론 안전문제와 관련이 있고 사고 위험을 줄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환경오염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여름에 물놀이도 못하고 살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이것은 아마도 관리주체의 책임문제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말로 위험한 곳이야 금지를 시켜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다 금지시켜 버린다. 법적 다툼에 휘말릴 일도 없고.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계곡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몇년전 숭문산악부를 데리고 간 설악산 서북주능도 그랬다. 입산금지도 되어 있지 않은 멀정한 길을 러셀(눈길을 헤쳐 길을 내는 것)이 되어 있지 않다고 못들어 가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해까지 뜬 화창한 날씨에 못 가게 한다. 한참을 싸웠지만 요지부동 결국 점봉산으로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안전을 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신들의 보신주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흐르는 계곡물에서 조난자 코스프레도 한번 해본다. 보이는 것 처럼 물살이 쎄거나 깊지는 않다. 한국이었으면 관리요원에게 끌려나와 손들고 벌 서게 될 일 아닐까 싶다. 안전 훈련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 꽝시폭포 계곡을 래쉬가드에 아쿠아슈즈 신고 구명자켓입고 들어간는 사람들은 한국인들밖에 없다.
돌아오는 길 메콩강변에 풍광 좋은 카페가 보인다. 우기라서 메콩강물이 진한 황토빛이다. 메콩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미얀마 라오스 타이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강이다. 4000km 가 넘는 길이를 자랑하며 세계적인 강이며 유역면적은 한반도의 4배에 해당하는 80만제곱km에 이른다. 메콩강 상류는 중국에서 란찬강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차마고도가 이어지는 길이다.
란창강은 예전에 차마고도 답사를 하면 로프다리에 도르래 걸고 건너던 곳이다. 여기서 떨어지면 몇천km 떠내려가 메콩강가 어부의 그물에 걸릴 것이라고 놈담을 하였는데 그 어부의 그물이 있는 곳이 바로 여기인 모양이다^^
열대 과일이 풍부하니 과일 쥬스도 감탄할 만하다. 망고나 용과같은 과일을 냉장했다가 얼움이나 물도 섞지 않고 갈아서 내준다.생 과일쥬스를 마실기회도 그리 많지 않은데, 영혼의 쥬스를 만났다고 호들갑을 떨며 마셔댄다.
다음날 땃세 폭포로 향한다. 규모는 꽝시폭포보다 작은데 계단식 폭포가 잘 발달되어 있는 곳이다. 오토바이에 내려서 자그마한 배를 타고 간다.
폭포를 걷는 코끼리 투어가 보인다. 원래 동물타는 이런 것들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가만히 보니 코끼지 운전^^ 도 가능해 보인다. 언제 해보나 싶어서 냉큼 신청한다. 코끼리 머리위에서 운전해주던 친구가 내리고 나보고 해보란다. 뭐 할 것도 없이 맨날 가는 길이라고 코끼리는 혼자서도 잘 간다. 머리위에 앉아서 운전사 코스프레를 해 본다. 그래도 어디가서 코끼리 운전해봤다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ㅎㅎ 물속으로도 들어가 걸어다니니 꼭 타잔에서 본 장면같기도 하다. 물론 영화에서는 제인이 뒤에 앉아있는 데, 여기 제인은 왜 저렇게 생겼다냐.....
어디를 가나 서양인들은 노는 모습이 다르다. 거리낌이 없고 특히 물에서 잘 논다. 비끼니를 입고 아무곳에서도 잘 놀고 자연스럽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요즘 누가 유행시켰나 모를 래쉬가드를 입고 논다. 하나도 이쁘지도 않다. 그냥 티셔츠 입고 놀고 나와서 말리면 그만일 텐데 귀찮게 왜 입나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 폭우를 만나 두번이나 피신한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앞이 안 보일 정도이니 피해가는 것이 좋다. 한국 장마처럼 하루종일 오는 것도 아니니 길어야 1시간정도 기다리면 된다. 한번은 그냥 남의 처마에 서서 비를 피하고 한번은 아예 도로변 집으로 들어가 본다. 청년들 둘이서 담소 중인데 눈빛으로 인사한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으니 구태여 설명하려 하지 않았고 그 청년들도 궂이 묻지 않는다. 빙긋이 웃으며 청년들은 이야기를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