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라오스 여행하기 2 - 방비엔
2018-09-03
아침 일찍 방비엥으로 향한다. 친절하게도 방비엥 행 승합차가 호텔까지 와서 픽업해 준다. 동남아를 돌아다니다보면 버스들의 이런 서비스가 많다. 터미널이나 정류장까지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경우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참 편리한 서비스다. 태국이나 베트남도 이런 서비스가 있는 것으로 봐서 동남아시아에 많이 일반화 된 서비스로 보인다. 물론 주 이용객은 외국인이고 버스도 대부분 승합차이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조건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도시가 그리 크지 않고 교통체증이 없어야 한다. 서울 같은 도시에서 이런 서비스가 가능할리 없다. 그리고 아무래도 좀 더 비싼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버스는 토요다 하이에이스로 보이는데 현대 스타렉스와 같은 크기의 차량이다. 동남아 자동차시장의 절대강자는 일본이다. 전체를 통틀어 9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번은 방콕에서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며 일본차 이외의 차량을 세어본 적이 있다. 결과는 1시간동안 10대 미만을 보았을 뿐이다. 점유율 99%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왜 이렇게 일본차가 동남아 시장의 절대강자가 되었을까? 몇가지 원인이 있어 보이는데 먼저 일본차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고 일찍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몇몇 회사들이 먼저 진출해 시장을 개척하니 다른 회사들도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특히 먼저 진출한 회사들이 만든 부품을 후발 주자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게 하면서 초기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 같은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두번째로 일본차의 품질과 내구성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정부가 앞장 선 ODA 차관을 이용한 도로 건설이다. 처음 해당 국가입장에서는 거의 무상으로 도로를 만들어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도로 건설은 자동차 소비를 촉진한다.

그렇게 올라 탄 승합차지만 좌석 간격이 비좁아 버스보다 편할 리는 없다. 특히 다리가 긴 외국인들은 엄청나게 힘들어 한다. 그나마 같은 차인데 왜 그리 차를 바꿔 타게 하는지... 결국 차를 갈아 타는 와중에 쓰고간 패도라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가면서 모자를 챙겨간다. 처음에는 캐주얼 모자를 챙겼지만 요즘은 패도라를 쓰고 간다. 나이 먹은 티를 내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나름의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다양한 모자를 써 보고 자신에게 맞는 패션을 찾아 보기를 추천한다.

그렇게 몇시간을 달려 방비엥에 도착한다. 숙소에 도착 짐을 푼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훌륭하다. 방비엥은 1970년 베트남전쟁 시기 미군의 공군기지가 있었던 곳이다. 이 공군기지 영향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방비엥은 카르스트 지형으로 석회암 특유의 산세와 많은 동굴을 자랑한다. 석회암 동굴이 많으니 다양한 광물질이 섞인 물이 흘러 애매랄드빛 웅덩이를 만든다. 이것을 라오스에서는 불루라군이라고 부르는 데, 이 불루라군과 석회동굴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연풍광에 더해 방비엥에 외국인이 많아진 데는 한국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2014년 '꽃보다 청춘' 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에 인구 3만도 안 되는 도시에 많은 한국인들이 몰아 닥쳤다. 덩달아 외국인들도 많아 지면서 빠르게 발전하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TV 프로그램에 방송된 이런 곳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엔티엔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다. 시내는 걸어서 도시 끝까지 다녀 올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이런 소도시에서는 오토바이가 최고의 교통수단이다. 불루라군이나 시크릿가든 등의 주요관광지는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다. 다른 교통수단으로는 짐칸을 개조한 트럭과 버기카가 있다. 버기카는 전체가 오픈된 차량인데 운전하는 재미는 있으나 벵비엥 도로 사정상 진흙을 뒤집어 쓸 각오를 해야 한다. 가격도 만만치 않으나, 경험이 없는 경우 한번 쯤은 타 볼만하다. 진흙탕 도로가 많아 오토바이도 별로 다른 신세는 아니다. 오토바이를 빌려 정찰에 나서본다. 도시 끝까지 가니 조선평양식당이라는 곳이 보인다. 들어가 확인하니 북한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한다. 병준이와 저녁은 여기서 먹기로 하고 시내 여기저기를 싸돌아 다닌다.

저녁에 옆방에 묶는 한국 친구까지 함께 조선평양식당을 향한다. 아리따운 접대원동무들이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하고 메뉴도 골라준다. 음식은 매우 담백하고 맛있다. 물론 음식가격은 현지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비싼편인데,그래도 라오스와서 먹는 평양요리와 접대원동무들의 수준 높은 공연이 즐거움을 더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사진을 전혀 못 찍게 한다는 것이다. 접대원동무들 사진은 물론 식당 내부모습, 심지어 메뉴사진도 못 찍게 한다.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투털되었더니 우리끼리 사진은 찍어 줄 수 있다며 카메라를 뺏어든다. 뭐 이런 사진은 안 찍어도 그만인데......

다음날 불루라군3 으로 향한다. 안내표지판도 거의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고, 물어 봐도 모르고.... 길을 잃고 여기 저기 헤매기 시작한다. 멀지도 않은 곳을 가면서 중구난방이다. 버기카 안내를 하고 있는 한국인 가이드에게 물어봐도 여기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그냥 간다 이런 나쁜.... 뭐 어쩌겠는가 구글 지도 보면서 헤매는 수밖에.....

한참을 헤매다가 들어간 마을 상점, 주인장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한참을 유심히 쳐다 보다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낚시 도구란다. 낚시 도구가 왜 이러냐고 물어보니 흐르는 물에 꽃아 놓는 거란다. 어항과 낚시의 중간 쯤 되는 건가... 그렇게 음료수 한잔 먹고 물어 물어 불루라군3에 도착한다.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에매랄드 빛깔의 호수에서 사람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줄 타고 타잔놀이도 하고 10m는 되어 보이는 다이빙대에서 거침없이 뛰어 내린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같이 놀기 시작한다. 역시나 래쉬가드에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면 한국말이 들린다. 그나마 이곳은 시내에서 조금 멀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거의 없다. 다음날 갔던 불루라군1은 중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 해운대 해수욕장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수영을 하고 물가의 원두막에 누워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사람도 많지 않고 하늘은 맑고 기온은 온화하다. 물놀이를 하면 배가 고픈 법, 먹을 것을 찾아 식당에 가니 주인이 한국사람이다ㅎㅎ 며칠 라오스 요리만 먹었다고 너구리 라면에 돈가스를 주문해 본다. 사실 라면은 세계적인 음식이 된 지 오래다.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에서 라면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우리가 월드컵을 개최했던 2002년만해도 라면을 알고 있는 외국인이 그리 많지 않았다. 2002년 여름 베네치아 캠핑장에 묶을 때의 일이다. 술한잔 하다가 출출해져 라면 몇 개를 끓였다. 그런데 한 외국인이 지나가다가 코를 킁킁거리며 서 있는 것이다. 왜 그러내고 물어보니 음식 냄새가 너무 좋아서 란다. 라면이라고 얘기했더니 좀 먹어 볼 수 있냐고 한다. 한 젓가락 주니 허겁지겁 엄청 맛나게 먹더니 이름이 뭐냐, 어디서 구할 수 있냐? 등등 한참을 물어본다. 영국 젊은이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찍 시꺼만 빵 한쪽을 들고 다시 찾아오다. 어제 먹었다고 답례를 하는 예의 바른 녀석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웬걸 어제 먹어보니 국물에 빵을 찍어 먹으면 너무 맛을 것 같아서 빵을 가져 왔단다. 그리고 다시 하나 끓여 달라고 보챈다. 이런 우끼는 놈을 봤나. 웃으며 가라고 쫓아버렸다^^

숙소로 옆 비행장에서 초경량 비행기가 날아 다니고 있다. 가격을 물어보니 1 인당 100$인데 90$까지 할인을 해주겠다고 한다. 언제 또 방비엥 와서 이런 엑티비틴를 해볼까 싶어 냉큼 신청한다. 이전에 태국파타야에서 해본 스카이다이빙이 생각난다. 그 감동이 몇년 쯤 갔다고 얘기하니 이 감동은 3일 쯤 갈 거라고 얘기한다^^

한 20분간 방비엥 시내를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구경한다. 멀리 보이는 석회암산에 가자고 했더니 거기는 안 간단다. 그나마 뒤에 탑승한 병준이가 해가 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좋은 풍광을 보았다. 사실 방비엥이 유명해진 것이 이런 엑티비티들이 많기 때문이다. 버기카나 초경량비행기 동굴튜빙 등은 국내에서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물론 체험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방비엥에 다시 오게 되면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전에는 미리 미리 알아보고 다녔는데 이제는 준비도 없이 그냥 다니고 있다. 게을러져서 그런가... 아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방비엥 시내를 다니다 보면 많은 샌드위치 노점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속재료를 선택할 수 있고 크기도 커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방비엥 특화 음식으로 한번은 먹어 볼만하다.

한국인이 써준 것으로 보이는 안내 문구도 재미있다. 가격은 2,3만킵 정도이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밖에서 샌드위치 사 먹을 일이 거의 없어진다. 그리 좋아하지도 않지만 한끼 식사로도 어설퍼 밖에서 구태여 돈주고 사먹지 않게 된다. 어쩌다가 서브웨이 같은 곳에 가서 주문하다가 당황하는 일도 생긴다. 그저 햄버거처럼 주문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것 저것 자꾸 물어본다. 빵은 어떤 종류요? 야채는 치즈는 소스는.... 뭐 이리 복잡하다냐.....

다음날 불루라군1으로 행한다. 어제를 경험 삼아 헤메지 않고 바로 찾아 간다. 그런데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물 빛깔도 그렇고 사람도 무척 많다. 단체 관광객을 비롯해 사람이 많고 매우 지저분하다. 청소도 잘 안 되어 있고,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파리가 들 끓는다. 파리가 많으니 여유롭게 낮잠을 청하기도 힘들다. 조금 놀다가 얼른 돌아 가기로 한다.

오는 길, 앞마당에 간이 원두막을 만들어 놓은 집이 보인다. 집주인에게 잠시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상관없단다. 원두막에 누우니 이불까지 가져다 준다. 이불을 덮을 날씨는 아닌데 ^^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이 너무 좋다.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잠시 잠이 든다. 방비엥에서 가장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이다.

피곤해서 쉬겠다는 병준이를 두고 숙소 식당에서 맥주를 한잔한다. 몇번 안내해 준었던 라오스 총각이 시내에 놀러 가잔다. 사쿠라빠가 유명하다며 거기를 가자고 조른다. 이 녀석이! 내가 마음 약한 걸 어떻게 알았지.... 결국 계속되는 권유에 못이겨 사쿠라 빠로 향한다. 사쿠라 빠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락카페' 쯤 되겠다. 개방되어 있는 나이트클럽 비슷하기도 하다. 결국 그 녀석 손에 이끌려 여기 저기 끌려 다니며 술값만 엄청 계산하고 말았다. 하여간.... 그렇게 방비엥의 마지박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