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0
쿤밍을 떠난 일행, 곽라오스의 봉고에 몸을 싣고 따리로 향합니다. 쿤밍이 윈난성의 성도이자 여행의 시작점이 라면 따리는 본격으로 마방이 조직되는 차마고도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인창상회 같은 대규모의 마방들은 따리나 리장에 있었습니다.
즉 찡홍(경홍) 푸얼(보이)에서 쿤밍을 거치지 않고 따리로 이동하는 것이 원래 차마고도 길이라고 하겠습니다. 쿤밍에서 따리까지는 고속도로로 5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전에 기차로 9시간 걸린 것에 비해 많이 빨라진 것입니다.
가는 길에 비도 퍼붇는데 술에 취해 고속도로 바닥에서 잠이 든 취객이 일행을 놀래킵니다. 아직도 살아 있나 모르겠습니다
가다 보니 재미난 광경이 보입니다. 추숑(楚雄)이라 곳 근처인데 지명이 공룡곡입니다. 이 지역에서 공룡화석이 발견된 이후에 지명을 아예 공룡곡이라고 바꿔버렸답니다. 서 있는 입간판 소개가 더 가관입니다.
[북쪽에 진시왕의 병마용, 남쪽에 공룡곡]
중국에서 이런 일은 흔하지요. 우리로 치면 공룡화석이 많이 발굴된 시화호를 공룡호라고 바꾼 격이 되겠습니다^^ .
어디 이것 뿐이겠습니까?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는 샹그릴라 라는 곳이 언급됩니다. 즉 이 소설에 히말라야 동쪽에 샹그릴라라는 이상향이 있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에 중국정부는 150여명의 학자를 동원해 소설 비슷한 곳을 찾겠다고 소동을 피웁니다. 그리고 윈난성 중띠엔 에다가 샹그릴라라는 지명을 붙여버립니다. 거기가 소설에 묘사된 곳과 똑같다나요^^ 왜 유토피아나 무릉도원은 안 찾나 모르겠습니다.ㅋㅋ
따리에 도착합니다. 따리의 아래쪽 관문이라는 샤관의 은동대주점이 저희들의 숙소입니다. 여기서 경원이의 의동생이자 이번 여행의 또 다른 가이드인 최정일군을 만나게 됩니다. 또한 가이드 최정일군의 안 사람은 이 호텔의 부사장으로 저희 일행에게 많은 도움을 줍니다.
다 모였군요. 왼쪽에서 세번째 보이는 친구가 최정일 군이고 바로 옆이 은동대주점 부사장 되겠습니다. 어 그런데 이 사진을 누가 찍었지요? 아 우리의 기사인 곽라오스께서.... 어디 여행을 가나 제 얼굴이 나온 사진이 드문데^^ 사진 찍히는 것을 그리 좋아하도 않지만, 대부분 제 손에 카메라가 있다 보니 제 얼굴 나온 사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 여행기를 생각하고 사진을 찍다보니 인물사진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번 여행은 다른 분들 손에 카메라가 많은 관계로 제가 자주 출연하게 되었습니다ㅎㅎ
따리와 얼하이호수입니다, 호수가 사람 귀모양으로 생겼다고 얼하이(洱海)입니다. 따리는 천혜의 요세입니다. 앞으로는 얼하이 호수가 있고 뒤로는 해발 4000m가 넘이 창산이 있습니다. 상, 하 입구만 막으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입니다. 게다가 창산 밑의 넓은 들녁은 풍부한 물과 더불어 이 지역 인구가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한 식량을 제공합니다.
따라의 역사를 간약하게 살펴볼까요. 이곳 얼하이 지역에 바이주(白族)가 뿌리를 내린 지는 오래 되었는데, 약 3,000년 전부터 이곳에 거주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8세기 초엽에 그들은 몽사조의 지도아래 난자오궈(南詔國)을 건설합니다. 처음에는 당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만 사사건건 내정간섭하자 토번과 연합하여 당나라에 맞서게 됩니다. 결국 당은 7만의 대군을 보내 난자오궈 토벌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당은 난자오궈의 치밀한 전략에 말려 7만의 대군이 얼하이에 수장을 당하는 비극적 패배를 맞게 됩니다. 9세기 난자오권의 뒤를 이은 따리국은 오랫동안 버마 북부를 장악하여 남서 아시아에까지 그 세력을 뻗칠 정도가 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후에 따리는 그 유명한 '버마로드'의 마지막 중심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13세기 중엽 이르러 쿠빌라이 칸이 이끄는 몽고의 침입을 받습니다. 지리적 이점을 안은 따리국은 몽고의 침입에 맞서 의연하게 버텨냅니다. 그러나 결국 해발 4000m의 창산을 넘어 공격해온 몽고의 침입에 무너지고 맙니다. 알프스를 넘은 한니발과 나폴레옹 창산을 넘은 쿠빌라이 칸. 아마도 유명한 정복자가 되려면 높은 산 하나쯤은 넘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창산에서 바라본 얼하이 사진입니다. 2005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창산은 배경으로 한 얼하이 입니다. 물론 제 사진은 아니고^^ 엽서 사진입니다.
정일이도 따리입구에서 함께 찍었군요. 윈난성에서는 대부분의 일을 여자들이 합니다. 정일이게 하는 일 뭐냐 물으니 무척 당황합니다. 저는 직업이 없어 쑥스러워서 그런줄 알았습니다만 나중에 알고보니 멀정한 직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당황했을까요? 전부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여기서는 여자들이 사회 생활을 하고 남자들은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가 있다는군요. 따리국의 남자들은 몽고의 침입 이후 보이는대로 다 죽임을 당합니다. 밖에 안 나가는 것이 최선이었겠지요. 이후 명이 침공했을 때, 청나라가 침공했을 때도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결국 밖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여자들이고 이것이 전통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지요.
즉 따리에서는 여자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남자들을 벌어먹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 질문에 정일이가 당황을 한 것이지요. 작년에 결혼한 가이드 최정일 군의 부인도 결혼 조건으로 딱 한가지를 요구했다는 군요
'돈벌고 일하고 애 키우고 내가 다 한다. 정일이 너는 내가 아침에 배고플 때 쌀국수 한그릇 사주면 된다'
깜장소도 따리에서 살고 싶어지는군요^^
일행인 스테파노님이 한마디 하십니다. ' 야 어째 여기 여자들은 전부 뭘 들고 있다. 아이를 안던지 물건을 들던지 하다 못해 농기구라도 들고 있는다. 그런데 남자 넘들은 전부 빈손이야. 딱 하나들고 있는 건 핸드폰 밖에 없다"^^
(구름과연어님 블러그 재인용)
따리는 본격적인 차마고도 마방의 출발점입니다. 그럼 마방에 대해 알아 볼까요. 마방은 차마고도의 주역이고 따리, 리지앙,더친 등의 교통요지에 대규호 상회들이 꾸린 교역집단입니다. 물론 개별 마을단위나 사원에서 꾸리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상회들이 꾸린 마방들은 규모도 매우 컸습니다. 100여필 이상의 말로 구성된 마방은 티벳까지 다녔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는 길이 멀 수록, 길이 험할 수록 이익은 늘어났습니다. 아무래도 규모가 큰 마방이 먼 길을 가는데 유리한 것은 당연하겠지요. 대규모 상회에서 꾸린 이런 마방은 심지어 티벳을 넘어 네팔 인도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wa9010님 블러그에서 퍼옴)
길이 험하고 지대가 높으니 마방들은 숱한 위험에 시달립니다. 엄청난 고개를 넘어야 하며 대협곡 건너고 눈덮인 설산을 휭단해야 했습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데는 마방을 이끄는 우두머리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마궈토'는 마방의 핵심인물로 마방의 우두머리입니다. 마궈토는 모든 말몰이 꾼을 명령하며 마방을 책임집니다. 말의 상태를 잘 파악해 운행속도를 조절하고, 흥정해도 능해 최대한의 이익을 남겨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마방의 CEO라고 할까요^^ 따라서 이런 마궈토는 다른 말몰이꾼에 비해 강인한 체력과 경험, 그리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맡게 됩니다. 이런 마궈토가 다른 말몰이 꾼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말몰이꾼도 힘들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각자 기량에 따라 10여마리 안팍을 책임집니다. 책임지는 말이 많을 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말을 돌보고 먹이고 야영준비까지 하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산에 다니신 분들은 잘아시겠지만 그것도 4000m 가 넘나드는 높은 고도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지요
마방에게 말은 곧 목숨입니다. 말몰이꾼 자신은 굶어도 말은 먹어만 합니다. 말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말은 운송 수단이자 교역대상입니다.
고대부터 중국에 가장 커다란 문제는 북방의 유목민족입니다. 기마병으로 무장한 이들 유목민족은 기원 수천년 전부터 중국대륙을 유린합니다. 그리고 숫한 중국의 왕조가 이들의 말바굽 아래 멸망을 당하게 됩니다. 중국이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기마병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에는 수만필의 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말 생산지가 없습니다. 있다면 몽골초원, 그러나 몽골초원은 언제나 적대적인 유목민족의 땅. 그래서 중국인이 주목한 곳이 티벳입니다. 험준한 티벳지형을 통과하며 무력으로 제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결국 차무역을 통해 안정적인 말 공급처를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티벳인들에게는 목숨을 걸고라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차였습니다. 이 양자의 이해가 맞어 떨어지면서 윈난의 차는 티벳으로, 티벳의 말은 중원으로 활발하게 이동하게 됩니다.
이름은 차마고도라 불리었으나 말은 고지에 운송수단으로 적합한 동물이 아니었습니다. 평지에서는 힘을 쓸수 있었지만 고도가 계속 높아지고 기온이 내려갈 수록 말은 지쳐갔습니다. 야크도 훌륭한 운송수단이었으나 낮은 곳으로 내려오면 힘을 쓰지 못하였습니다. 몇 달씩 악조건에서도 버텨야 하며 다양한 고도에서도 견뎌야 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동물이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노새입니다. 노새는 탁월한 지구력과 고도 적응력으로 차마고도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영산님 블러그에서 퍼옴)
마방의 노새에게는 등급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두와 두번째, 그리고 후미 노새입니다. 선두노새는 반드시 암컷을 세웁니다. 암컷노새는 온순하고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따라서 암컷 노새 중에서도 가장 튼튼하고 경험이 많은 노새가 선두를 맡게 됩니다. 그리고 선두 노새는 누구라도 알 수 있도록 가장 화려하게 치장을 합니다. 두번째에 세운 숫컷 노새는 선두와 호흡을 맞추며 전체 대열을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중요한 녀석이 후미 노새입니다. 수 많은 노새로 이어진 행렬은 항상 뒤와의 거리가 문제입니다. 때로는 그 거리가 굉장히 길어지기도 하구요. 따라서 맨뒤에는 강인 젊은 노새를 배치해서 속도를 조절하게 됩니다.
마방 대열을 설명하자니 마치 산악회 산행 대열이 연상됩니다. 산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강인한 체력의 등반대장이 선두를 이끌고, 노련하고 경험 많은 대장이 후미를 책임지게 됩니다. 선두는 길을 개척하고 후미는 선두와 연락을 취하며 운행속도를 조절하게 됩니다. 선두만 신나게 먼저 가다보면 후미는 어느새 다른 곳으로 빠지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선두와 후미의 유기적인 조절은 산행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차마고도의 마방도 마찬가지였겠지요 ㅋㅋ
따리는 물이 많은 도시입니다. 사시사철 창산의 눈 녹은 물이 수로를 통해 도시 전체로 공급됩니다. 넓고 비옥한 토지, 부족한 없는 물, 바다같은 호수를 끼고 공급되는 수 많은 해산물. 상하수도 같은 도시기반 시설이 부족한 과거에도 따리는 말 그대로 낙원이었습니다.
얼하이에서는 가마우지로 물고기를 잡는다고 합니다. 구경 안 하고 갈 수 없지요. 가마우지 목을 줄로 묶고 물속으로 던지면 이 녀석이 물고기를 잡아서 삼키지는 못하고 물고만 있습니다. 그리고 입안에 있는 물고기를 수확(?)하는 것입니다. 재주는 누가 부리고 뭐는 누가 챙긴다고... 애들 말로 표현하자면 가마우지 삥뜯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보이시나요? 물고기를 물고 있는 가마우지. 물론 곧 주인아저씨에게 삥을 들길 운명입니다만 ㅎㅎ
앉아서 일렬로 쉬고 있는 가마우지를 보고 누군가 '까만빤스 입은 UDT 예비중대' 라고 하며 좌중을 우낍니다.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지만 흔지 않은 경험으로 구경해 볼만한 것 같습니다.
가마우지의 마지막 이밴트 군요. 막강파워미키님과 함께 한 가마우지들. 그런데 다들 머리부터 발끝가지 다 까네, 누가 가마우진지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어이! 오른쪽 가마우지 혹시 이름이 막부장 아니여^^
이제 가마우지 구경을 마치고 또 올라갑니다. 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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