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9
다음날 한국 내외분이 하시는 민박을 떠나 나짱으로 향한다. Nha trang 영어발음으로는 나트랑, 베트남 현지 발음으로는 나짱이라고 부른다. 짱이라고 하니 왠지 친근감이 간다^^
리무진이라는 소형버스를 타고 가는데 재미있는 것은 원하는 장소로 픽업을 온다는 것이다. 스타랙스보다 조금 큰 이 버스는 베트남에서 많이 운영된다. 벤츠와 포드사에서 생산하는 데, 좌석 간격이 좁고 의자도 불편하다. 그런데 이 버스는 리무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버스 내부를 개조해 넓고 편안하다. 나중에 무이네에서 호치민으로 갈 때 탔던 슬리핑버스보다도 휠씬 더 편했다. 달랏에서 나짱은 좁고 굽은 2차선 도로를 3시간 쯤 달려야 한다.
나짱에 도착 호텔로 향한다. 민박집에서 소개해준 오데사 라는 호텔인데 내가 알고 있는 그 오데사인가? 오데사는 우클라이나 남부의 도시로 그 유명한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의 무대이다. 1905년 전함 포템킨 수병들의 봉기는 이후 소비에트 혁명의 전주곡으로 언급된다. 그리고 여기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오데사의 계단장면이 나온다. 몽터쥬 기법의 시작이고 이후 수 많은 영화에서 오마주되었던 그 장면이다. 아직 가보지도 못한 오데사인데, 호텔 이름 하나만 듣고 오데사의 계단 장면에 빠져본다. 오데사 호텔 가격은 20달러 정도로 무척싸다. 문제는 시설이 후락하고 다운타운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싼맛에 하루 묶기로 한다. 여장을 풀고 거리로 나온다. 일단 모터바이크를 한대 빌려 현지인이 추천해주는 로컬식당으로 간다. 종업원 추천을 받아 흔히 월남쌈이라고 알고 있는 고이꾸온을 주문한다. 라이스 페이퍼에 돼지고기와 다양한 야채를 싸서 먹는 음식인데, 맛은 명불허전..
오토바이를 렌트해 돌아다닌다. 렌트비는 10만동 정도인데 우리돈으로 5천원쯤 된다. 사실 오토바이라는 말은 다른 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이다. 오토바이는 Auto bicycle 의 줄임말인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모터바이크 혹은 모터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다지 정확한 단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헬맷 쓰고 모터바이크를 운전하니 병준이가 중국집 배달원이라고 놀린다. 내가 중국집 배달원이면 뒤에 실려있는 너는 불어 터진 짜장면이다^^
나짱은 조용한 달랏과는 전혀 다른 시끌벅적한 해변휴양지이다. 나짱은 베트남 남쪽의 카인호아성의 중심지로 호치민에서는 북동쪽으로 약 450km, 달랏에서 150km 쯤 떨어진 곳이다. 과거 어항으로 유명했다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시절에는 프랑스고위관료들의 리조트 지역으로 발전하였다. 이후 미군의 군항을 거쳐 사회주의 베트남 시절에 정부 관료의 리조트로 이용된 곳이다. 이후 개발이 더욱 활발해져서 베트남 남부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발전하였다. 리조트들이 많은데 섬하나를 통째로 리조트로 만들어 버린 빈펄 리조트부터 중소규모의 리조트까지 다양한 시설들이 바닷가에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곳에는 러시아인들이 무척 많다. 상점 간판들에도 온통 러시아어 안내판이다. 그런데 왜 나짱에는 러시아인들이 많을까? 물어보니 모스크바에서 나짱으로 오는 직항편 때문이란다. 뭔가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을 기대한 나로서는 좀 싱거운 결론이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나짱 대성당으로 향한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18%정도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 12%가 불교이고 나머지는 카톨릭이다. 중국과의 오랜 역사, 그리고 인도차이나 주변 국가들을 생각하면 불교인구가 적은 것이 선뜻 이해가 안 가지만, 아마도 사회주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을 맛집을 검색해 찾은 바베큐집은 만원, 그냥 근처 현지음식점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사람들이 TV 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 U23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박항서 감독은 이미 베트남의 스타가 되었고 축구열기가 후끈하다. 응원방법을 몰라 그냥 박수만 치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니 2002년 이전의 우리나라 축구가 생각난다. 사실 우리도 나름 응원가와 응원방법을 채득한 것이 2002년 월드컵 이후가 아니던가. 이제 베트남도 조만간 응원가를 만들고 그들만의 응원 방법을 만들어 내리라. 결국 이날 베트남은 4강에 진츨한다. 거리에 온통 모터바이크들이 몰려나와 난리가 났다. 많은 베트남 친구들이 밤새 거리를 헤메고 다닌다. 2002년의 나처럼 말이다.
현지 음식점 종업원과 사진도 찍어본다. 이름은 투깜이고, 베트남 음식과 안주도 이것 저것 추천해 주고 술도 추천해 준다. 얼굴 이쁜 22살의 아가씨 덕분에 옆자리 베트남 친구들과 하이파이브하며 열심히 베트남을 응원한다.
투깜이 추천해준 사이공 골드 맥주는 여기서 처음 먹어 본다. 이후 호치민이나 무이네에서도 본적이 없다. 아마도 프리미엄 맥주라고 좀 더 비싸서 일반사람들은 찾지 않는 맥주일 것이다. 맛이 풍부하고 깔끔하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맥주 맛 없는 나라를 꼽으라고 하면 한국이 대표 선수가 아닐까? 종류도 몇 개 안 되고 맛도 없다. 이유는 주세법 때문인데, 그간 우리나라는 맥주제조 시설에 관한 규정을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만들어 소규모 업체나 하우스 맥주 제조가 사실상 원천 봉쇄 되었다. 즉 2,3개의 대기업이 생산과 유통망을 장악하고 모든 국민들은 이 몇 종류의 맥주만 마실 것을 강요해 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편의점에서 미끼 상품으로 내세운 외국 맥주가 불티나게 팔리며 점유율을 급격하게 높여가고 있다 다. 그나마 얼마 전에 주세법이 개정되어 소규모 하우스 맥주의 제조가 가능해졌다. 좀 더 다양하고 특색있는 맥주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날 1일 투어를 신청해 해양스포츠와 몇 군데 리조트를 가 본다. 그런데 어디 가서나 늘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현지 투어이다. 1일 투어는 짧은 시간에 얼마 안 되는 비용으로 여러 군데를 가고자 하는 선택에서 나온다. 문제는 짧은 시간 주마간산 식으로 돌아다니고 일정에 쫏겨 재촉만 해대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해양 스포츠라는 것도 간신히 흉내만 낸다. 결국 제일 좋은 건 스스로 미리 갈 곳과 교통편을 파악해 다니는 것인데, 문제는 미리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뻔히 알면서도 1일 투어를 신청하고 투털대고 만다.
쇼를 보여준답시고 배위에서 벌이는 공연은 들어주기 민망한 정도인데 애쓰는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늘 그렇듯이 바닷가 고즈넉한 카페에 앉아서 먹는 커피 한잔이 제일 좋다.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커피생산국가이다. 주로 로부스타 커피를 생산하는 데, 한해 120만톤을 생산해 95%를 수출하는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가이다. 베트남 사람들 대부분 카페에 앉아서 커피한잔 마시기를 좋아하는데, 대부분 커피를 내려 연유를 섞어 먹는 냉커피 카페스어다를 마신다. 카페스어다는 프림이나 설탕대신 연유를 넣어 아주 진한 빛깔을 띤다. 그다지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데 베트남에 가면 카페스어다를 하루에 2잔 이상은 마시는 것 같다.
저녁에 해변에 있는 클럽으로 간다. 바다에 붙어있어 백사장에 춤추는 스테이지를 만들어 놓았다. 몸치가 음악을 타며 박자를 맞춰본다. 얼마 만에 클럽에서 춤을 춰 보는지 기억도 없다^^ 나이먹은 남자 넘 둘이서 무슨 클럽이냐고 할 것 같은 데.. 어제의 음식점 종업원 투깜이 안내를 해 준다. 그런데 오랫만에 음악에 맟춰보려니 어색하다. 그나마 분위기 맟춘다고 술이라도 몇잔하니 조금 분위가가 나아진다.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호텔로 돌아와 무이네로 출발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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