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9
2018.1.13 - 1.25 일 까지 13일간 베트남 여행을 시작한다. 고교동창 연무가 있어 베트남은 몇차레 방문, 이번은 2년만이다. 한국은 영하 10도를 넘어가는 데 베트남 남부는 영상 30도, 하루만에 40도 온도차를 넘나든다. 금방 적응되는 몸이 신기하다. 아직은 버틸만 한가^^ 호치민은 여러 번 방문, 안 가본 곳은 별로 없다. 오토바이가 워낙 많아 차도 막히고 매연도 심하다. 그래도 호치민에 처음 온 대학친구 병준이와 몇 일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베트남 남부의 휴양도시 달랏으로 향한다.
달랏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달랏은 안남산맥 남쪽 끝 1,400∼1,500m의 람비엔 고원지대에 있으며 베트남의 경제중심지 호치민서 북동쪽으로 305km 떨어져 있다. 구릉지대로서 소나무숲이 우거지고 기후가 일년내내 18∼23 ℃ 정도로 쾌적하다. 7∼10월에 비가 많이 오며 연강우량은 1,750mm이다. 근교에서는 토양이 기름져 채소 과일 꽃 차 고무 등의 온대작물을 재배한다. 우리나라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국화의 상당부분이 달랏에서 재배된다. 20세기 초 프랑스가 지배할 때 휴양지로 개발되었으며 현재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열대 지방에 어울리지 않게 소나무가 많아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내에는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둘레 약 5km의 스언흐엉 호수가 있으며 1976년에 세워진 달랏대학과 공항이 있다. 교외에는 일본이 전쟁배상으로 건설한 다님댐이 있다.
- 두산백과 편집 -
호치민에서 300km 떨어진 곳으로 버스로 6시간 정도 걸린다. 원래 여행자는 대중교통 타고 한참을 시달리면서 다니는 것이 원칙이나 마지 못해(?)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는 타고 내리고 한시간 정도 지나서 승객들을 활주로에 내려준다. 비엣젯이라는 저가항공을 이용해 본다. 미리 구매하면 베트나 국내선을 우리 돈 몇 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처음 제시된 요금보다는 이것 저것 수수료와 곁다리가 많아(?) 좀 더 비싸진다. 기내식은 물론 물도 사먹어야 한다. 미리 구매할 수록 싸지고 간단한 음료나 먹을 것은 가지고 타는 편이 좋을 듯하다. 대부분의 저가항공이 그렇듯 환불이 거의 불가능하니 일정이 변경되면 표를 버리는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에도 역시 일정이 변경되어 호치민으로 돌아가는 표가 쓸모없게 되었다. 시골에 오니 비행장 활주로에서 대합실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경험도 다해 본다^^ 안내를 해주기로 한 현지 교표인 이유미사장님을 만나 시내로 향한다.
이유미 사장님은 현지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를 재배하신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달랏 막걸리' 를 제조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막걸리를... 마셔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어 어디가서 한국음식 찾을 일은 별로 없는데 베트남 산골에서 막걸리를 다 먹어본다. 사실 현지 음식을 잘 먹는 것은 여행에 재미를 더하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 상당수가 중국이나 동남아 음식에 적응을 못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부분 상차이(고수)라 불리는 채소 때문인데 상차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생산되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처음 먹어보면 좀 이상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우리나라 젓갈을 생각하면 비슷하다. 상차이만 편하게 먹으을 수 있으면 동남아시아 현지 음식점 어디를 가서도 즐거운 식사가 가능하다. 여행의 재미가 쑥하고 올라가는 순간이다. 막걸리 판매는 어떤가 물어보니 아직까지 베트남 사람들이 먹기에는 좀 비싸다고 하신다. 대량생산을 하자니 많은 투자비가 필요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라...
점심식사 후 달랏 XQ 로 향한다. XQ 는 자수박물관인데, 0.3 mm 비단실로 자수를 하는데 그 섬세함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전에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와서 몇억원어치 사갔다는 말이 전설처럼 회자된다. 가격표도 붙어있는데 우리기준으로 봐도 그리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조그만 것 몇십만원에서 몇억까지, 들어간 수공과 품을 감안해도 좀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몇년 전 중국 주가각에서 고호의 해바라기 자수그림을 중국돈 몇백원에 구입 한 것을 생각하면 더 더욱 그렇다. 그래도 솜씨가 대단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비단 망사천에 자수를 놓았는 데 반대편이 보인다. 자수 반대 쪽 친구의 얼굴이 거울처럼 비친다. 특이한 점은 반대쪽은 또 다른 그림이라는 것이다.
XQ 는 구릉에 지어진 중국식 저택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중국 풍의 건물과 정원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구조가 복잡하고 문을 들어 설 때마다 다른 건물과 형태가 나타난다. 아마도 프랑스 식민지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자수 박물관도 좋지만 잘 보존되어 있는 이 저택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XQ 건너편 Mong Mo 라 불리우는 민속촌으로 행한다. 나름 화초와 꽃밭을 일굴어 놓아 사진 찍기는 좋은 편이다. 소수민족 공연을 계속하는데 별 감흥은 없다. 마오리족 전통 춤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볼거리도 빈약하고 흥도 없다. 그래도 공연이라고 30분 정도 앉아서 예의를 지킨다. 관중들 반응이 부실해서 재미가 없나? 몇년전 산악부 아이들과 한라산을 등반하고 하산, 제주 중문 풍림콘도에 묵을 때이다. 수영장 옆 간이 천막 식당에서 가벼운 통기타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수를 열심히 쳐주는 것이 공연하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라고 이야기 해주자 아이들은 열심히 박수를 친다. 아이들의 열광적인 박수와 호응에 가수가 신이 났다. 정말도 열정적으로 공연을 하고 우리도 열심히 박수를 쳐 줘었다. 감동한 가수가 공연이 끝난 후 맥주 몇병을 들고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통성명을 하다보니 갑장, 그 자리에서 친구가 되어 지금도 제주도를 가면 가끔 공연장을 찾아가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또 깨닳는다. 열심히 박수쳐주라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방에 있자니 심심하다. 역시 여행의 백미는 여행지의 밤이 아닐까^^ 터덜터덜 걷다보니 로컬식당이 눈에 들어 온다. 베트남어 메뉴판에 코를 박고 열심히 찾다가 고개를 돌리니 어항이 눈에 들어 온다. 어항에는 어디서 많이 보던 물건이 들어있다. 장어, 그것도 바다는 몇백km 밖이니 분명 민물장어다. 그것도 모양을 보니 자연산이다. 흥분한 나를 친구가 진정시키며 종업원을 불러 이것 저것 물어본다. 달랏 인근에서 잡힌 자연산 장어이고 가격은 1kg에 700만 동,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35000원 쯤이다. 이놈은 얼마나 크냐 했더니 1kg이란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요리법을 물어본다. 여기서 장어는 붂아 먹는단다. 그럼 반은 볶고 반은 소금만 쳐서 숯불에 구우라고 주문을 하고 기다린다. 사실 자연산 장어는 국내에서 구경도 못하는 귀한 존재이다. 이전에 같이 근무하던 박경서 선생이 가끔 낚시로 잡아 맛을 보여주어 기억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기름기가 많은 장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선생이 잡은 자연산 장어는 담백하고 기름기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장어를 먹다가 장어 맛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박선생이 어느 해인가 팔뚝만한 장어를 낚시로 잡았다. 누군가 뛰어와 80만원 줄테니 팔라고 해서 웃고 말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자연산 장어가 이제 베트남에서 지글지글 요리가 되고 있다. 가져온 장어 요리는 둘이 못먹을 만큼 푸짐했다. 그리고 둘이서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우리는 80만원짜리 장어를 먹은 거야!
다음날 달랏 플라워 가든으로 향한다. 달랏은 봄의 도시라는 이름처럼 일년내내 봄이 계속되는 곳이다. 달랏 플라워가든 말그대로 일년 내내 피는 꽃으로 공원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동남아시에는 이런 곳이 많이 있다. 중국의 윈난성, 태국의 치앙마이 그리고 베트남 달랏 등은 위도는 열대지방이나 고도가 높아 일년 내내 봄날씨를 보인다. 나중에 나이 들어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달랏을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현지여행사인 신카페 등을 이용해 1일 투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도 모터바이크나 개별 운송 수단을 이용하기도 하고 우리처럼 차를 대여하기도 한다. 차량대여는 하루에 100만동이니 5만원정도 한다. 일행이 두명 이상이면 추천할만한 방법이다.
분재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나무는 굉장히 좋아하는 데 분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아마도 생육상태를 조절하고 많이 자라지 못하게 하면서 이리 저리 모양을 만드는 인위적인 간섭이 싫은 모양이다. 사람이나 나무 모두 너무 많은 간섭을 배재하고 적절하게 놓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마지막 황제의 거처라는 바오다이궁으로 향한다. 바오다이궁은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왕인 바오다이의 별장이다. 프랑스 풍으로 지어진 저택,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여름 별장이라고 한다. 일년 내내 봄만 있는 곳에서의 여름별장이라...
바오다이 왕은 응우앤 왕조의 마지막 왕이다.
응우옌 왕조는 19세기 초 베트남을 통일하며 등장하였으나 1862년 사이공 조약으로 프랑스 식민지로 전락하기 시작한다. 베트남에 대한 종주권 문제로 청 프랑스 전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베트남은 청나라의 보호를 벗어나 1887년 성립된 '프랑스령(領) 인도차이나연방'의 일부가 되었다.
프랑스령 시대의 베트남은 3개의 지역으로 분할되어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는데, 응우옌 왕조는 그중 안남의 왕조정부로서 존속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1945년 베트남독립동맹의 8월혁명 때 제13대 바오다이제의 퇴위 선언으로 완전히 몰락하였다.
(두산백과)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몰락한 왕조의 마지막은 쓸쓸함을 더 한다. 마지막 이곳에 유폐되어 말년을 보낸 바오다이왕의 심사는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 그나마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며 사라져간 다른 나라 왕들과는 좀 달랐다는 것에 위로를 보내야 하나.
기
품있어 보이는 왕비의 모습이 쓸쓸함을 더한다. 그녀는 30대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온갖 험한 모습을 덜 보고 갔으니 그나마 좀 나았다고 해야하나. 귀족으로 태어나 왕비가 되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으나 몰락하는 왕조의 끝자락에 서 있을 심사가 자못 궁금할 뿐이다.
바오다이별장을 뒤로하고 죽림선원으로 향한다. 죽림선원은 차로 직접 갈 수도 있고 케이블카를타고 갈 수도있다. 병준이의 셀카로 같이 사진을 찍어본다.
병준이는 대학친구로 중국 청도에서 의류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많이 고생도 했는데 이제 자리를 잡고 여행 다닐 여유도 생겼다.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며 노심초사하던 나로서는 천만다행이다. 나이가 들 수록 계속 느끼는 것은 인생에 있어 결국 중요한 것은 말련이 아닐까 싶다. 청,장년기 아무리 잘해 봐야 말년이 힘들면 불행해진다. 그리고 젊어서 고생은 견딜 수 있고 앞으로의 기회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 잘못되면 수습하기가 힘들다. 호치민에서 사업하는 연무가 일찍부터 '지금 나이에 쓰러지면 못 일어난다' 고 얘기하며 늘 조심하던 생각이 난다.결국 그런 마음 가짐과 준비로 연무는 잘 나가는 사업가가 되었다.
베트남은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한국과 같은 대승불교를 믿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대웅전과 좌우의 종루 선방들의 배치가 한국가 닮아 있다. 물론 베트남인을 닮은 것으로 보이는 부처님은 우리보다 휠씬 날씬하고^^ 봄의 나라 답게 많은 꽃과 분재를 장식한 것은 우리와는 좀 다르다. 우리나라 사찰보다 좀 가볍고 경쾌하다고 할까. 물론 지은 지 얼마 안되는 콘크리트 사찰에서 우리나라 절집이 주는 세월의 무게와 고즈넉함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다.
대웅전에 들어가 합장을 해본다. 합장을 하니 옆에서 스님이 같이 해주는 데 복전을 넣으라는 얘기인가? 그런데 복전함이 안 보인다. 마음 같아서는 108배라도 해 보고 싶었으나, 방석이 안 보인다^^ 요즘 가끔 운동삼아 108배를 한다. 무릎관절에 좀 힘이 들어가기는 하나 108배를 하고 나면 온몸에 땀이다. 운동으로도 좋고 수양삼아 해도 괜찮다. 절하는 법은 인터넷을 찾아서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20분정도 걸리는 데 절의 휫수를 세지말고 20분 정도 타이머를 맞춰놓고 하면 비슷하다. 운동으로도 훌륭하니 안 해보신 분들께 108배를 권해본다.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무릎이 안 좋은분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점심을 먹고 다탄다 폭포로 행한다. 이곳은 폭포나 계곡 구경 이외에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 제법 속도가 붙는 레일카 이외에도 폭포 미끄럼틀나 폭포 다이빙, 그리고 폭포 하강도 경험해 볼 수 있다. 해보자 했더니 병준이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무서워하기는^^
산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두일랏 호수가 나온다. 두일랏 호수는 일본이 전쟁배상으로 건설해 준 다님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이다. 호수 주변으로 다양한 휴게 시설을 만들어 놓았고 공원도 몇개 있다.
그중 진흑으로 만든 진흙 공원이 유명한데 진흙으로 다양한 형상들을 만들어 놓았다. 안내를 맡은 베트남 대학생 다이에게 이 공원의 주제를 모르겠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하면서 겸연쩍게 웃는다. 뭐 관광지가 모두 엄청 멋있고,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 다이야! 니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다^^ 이렇게 달랏 두번째날 구경이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다. 이제 숙소에서 쉬고 내일 아침에는 나짱으로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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