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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위그루인의 성도(聖都) 카슈가르 - 깜장소의 비단길 나드리 3 편

2008-09-04

 

우루무치를 이륙한 비행기가 한시간 반만에 착륙을 알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려가던 비행기가 다시 악세레다^^를 밟습니다. 웅성거리는 승객들. 아마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거꾸로 착륙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던 사막이 갑자기 험준 고봉으로 바뀝니다.


  천산 산맥과 연결된 지구의 지붕이라고 불리우는 파미르 고원의 시작입니다. 파미르는 옛 페르시아말로 ‘미트라(태양)신의 자리’를 뜻하는 ‘Pa-imihr’가 어원이라고 합니다. 파미르 고원에서 해발고도 5000m가 넘는 10 여 갈래의 산맥이 시작됩니다. 즉 히말라야산맥, 곤륜산맥, 천산산맥, 힌드쿠시 산맥 등 세계적인 규모와 높이를 자랑하는 산맥 모두가 파미르를 출발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곤륜산맥은 조상들이 한반도 산의 시발점으로 보았던 곳입니다. 곤륜에서 발원한 산이 백두산을 거쳐 해남에서 끝난다고 보았지요. 그래서 해남에는 곤륜과 백두에서 한자식 이름을 딴 두륜산이 있습니다. 
실크로드 대부분의 산은 위와 같은 민둥산입니다. 강수량이 20mm 많아야 200mm를 넘지 않으니 산에는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없습니다. 속이 드러난 이런 산은 한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아래에 뭐가 묻혔는지 알기 쉽다는 것이지요.

파미르 고원을 한바퀴 순회한 비행기는 좌우로 흔들리면서 어렵사리 착륙합니다. 카슈가르입니다.
카슈가르는 위그루어로 '처음으로 창조된 곳. 또는 '옥을 모으는곳' 이란 뜻입니다. 중국인들은 카슈가르의 한자표음의 두자를 따서 카스(喀什)라고 부릅니다. 공식 지명이나 현지 위구르인들은 잘 쓰지 않는 지명이라고 합니다. 카슈가르는 도시이자 그 둘레의 지역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인구는 500만, 도시인구는 35만명정도


카슈가르 시내 중심에 있는 메티칼 머스지드입니다. 모스크 지붕이 파란색이라 중국인들은 모스크를 청진사라고 합니다. 메티컬 머스지드는 신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사원입니다. 카슈가르는 이 사원으로 인해 '제2의 메카'라고도 불립니다. 위그루인들이  카슈가르를 자신의 성도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카슈가르에서 북경까지 5000km, 카슈가르에서 메카까지 5000km. 무엇인가 묘한 느낌을 줍니다. 카슈가르는 국경도시지요. 따라서 파키스탄을 비롯해 인도, 아프카니스탄, 타지키스탄등에 인접해 있어 옛부터 중국과 서역을 오가는 교역물이나 사람은 반드시 이곳을 지나야 합니다.

 


 중파공로(파키스탄 가는길), 다른 말로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시작입니다.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관통,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인 해발 4693m 높이의 군자랍고개를 지나 파키스탄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말이 좋아 고속도로지 예전에는 거의 죽음의 도로에 가까웠다고 하는군요. 5000m가 넘는 파미르 고원을 관통합니다. 그나마 많이 좋아져서 지금은 버스 정기노선도 다닙니다.
 


파키스탄으로 가는 정기 고속버스입니다. 왠지 올라타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서쪽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이니 다양한 인종들이 섞어있습니다. 위그루족 사이에 유럽의 여행객들도 보이고 심심치 않게 까만 피부의 사람들도 보입니다.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 선교여행을 온 한국인들도 보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나 제 관접에서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위에 보이는 파기스탄 정기 버스를 타고 파기스탄 이스라마바드로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자입니다. 연세도 있으신 분이 혼자서 여행을 다니십니다. 올림픽 때문에 비행기 값이 올라 값이 싼 파키스탄으로 도망간다고 농담도 하십니다.나이를 거론하다보니 제가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나 봅니다. 여행이 젊은자의 전유물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실크로드 어디에도 그렇지만, 이 길에도 휴게소는 없습니다. 시골장터에서 내려주고 식사하라고 합니다. 그덕에 시골장터의 케밥으로 식사를 하면서 짧으나마 이야기 꽃을 피워봅니다. 무사히 이슬라마바드에 도착 하셨겠지요

 

카슈가르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아팍 호자의 묘당으로 향합니다.


 
아팍호자는 카슈가르지역의 권력자로서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자손으로 17세기 무렵 이곳으로 이주하여 이슬람을 전파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는 아파호자의로 가족 무덤으로서 흔히 '향비묘' 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묘실에서 단연 화제가 되는 향비는 아팔호자의 5대 자손으로 청나라 건륭황제의 부인 중 한명이었습니다. 몸에서 이상 야릇한 향기가 풍긴다고 해서 향비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하네요. 그런데 향비가 건륭제에게 바쳐지게 된 사연,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된 사연이 안내원마다, 소개 책자마다 다 다르게 기술되고 있습니다.
즉 정략적인 이유로 건륭제에 바쳐지게 된 향비는, 끝까지 건륭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비수를 가슴에 품은채 절개를 지키다가 향수병에 걸려서 요절하였다고 합니다.
다른 이야기는 28년동안 황제의 총애를 받고 영화를 누리다가 58세에 세상을 떳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가 공존하는 것은 향비를 바라보는 한족과 위그루족의 자존심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위그루족의 입장에서는 향비를 자기 민족의 자존심으로 이해하고 싶은 것이 겠지요.
어느 것이 사실인지 분명치 않으나, 이 마차로 3년에 걸쳐 유체를 운구해와 이곳에 안장한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북경에서 카슈가르까지 5000km를 3년에 걸쳐서 ......  좀 심한 상상이기는 합니다만, 향비는 오는 도중에 사막기후에 수분을 모두 빼앗기고 미이라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사추나무 입니다. 봄에 꽃이 피면 온 시내가 이 꽃향기로 뒤 덮인다고 하네요. '카슈가르가 살만한 것은 사추꽃이 있기 때문이다' 는 속담이 나올 정도로 향기가 좋다고 합니다. 향비는 어렸을 때부터 이 꽃과 열매로 목욕하고 품고 자고 했다고 합니다.

민족마다 액간의 다른 냄새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연환경이나 음식이 같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겠지요. 흔히 우리표현에 서양인들은 노린내가 난다고, 한국인은 마늘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위그루족에게는 양을 먹는 민족이라 흔히 '양냄새가 난다' 고 얘기합니다.  양내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로 처음 맡아보는 사람은 참 거시기^^ 합니다. 매우 역하지요(위그루족을 폄하할 의도는 아닙줄 다 아시지요). 위그루족 냄새에 관한 얘기가 있습니다.

굴속에 숨을 스컹크를 잡기 위해서 중국인 미국인 위그루족이 모였습니다. 스컹크가 굴속에서 나오지 않으니 잡으러 들어가야 합니다. 냄새때문에 모두 주저하고 있는데 중국넘이 나섭니다. 굴속에 들어간 중국넘 10분뒤에 빈손으로 나오며 냄새때문에 죽겠다고 헥헥댑니다.
이어 굴속으로 들어간 미국넘 20분만에 튀어나오며 내 평생 이런 독한 냄새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마지막으로 굴속으로 들어간 위그르족, 30분이 지나자 스컹크가 튀어나오며 한마디 합니다. 이건 인간의 냄새가 아니여^^   


 
사추나무 열매입니다. 사추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저 대추 같은 열매 표면에 모래처럼 생긴 굵은 가루가 묻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향비는 이 사추나무 열매를 품고 자고 사추나무 꽃으로 목욕하고 하다가 뭄에 향기가 생겼다는 것인데, 아마도 양냄새와 묘하게 결합되어 독특한 향기가 난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묘실은 상당히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데 외벽을 장식하는 쪽빛 타일은 하미에서 200만명의 손을 거쳐 가져온 타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타일을 만드는 방법이 유실되어 훼손되어도 고칠 수가 없다고 없다고 합니다. 왠지 지금의 위그루족의 처지를 나타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습니다.    

녹색은 위그루인들이 좋아하는 색입니다. 생명을 나타내는 색이고 활력을 나타낸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녹색 모자를 많이 씁니다. 녹색 계열의 다양한 무늬를 응용한 모자가 많습니다. 반면 중국인들은 녹색 모자를 쓰지 않습니다. 녹새모자를 쓰면 곧 바보라는 뜻이랍니다. 중국에 가시면 절대로 녹색 보자를 쓰면 안된다네요.

그 유래는 두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당나라 때 바람을 잘 피는 예쁜 새색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이 외출한 틈을 타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데 남편이 들이 닥쳤습니다. 당황한 새색시는 외간남자를 침대 밑에 숨기고 남편의 눈을 가리기 위해 수박껍질을 남편 머리에 씌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녹색모자를 쓰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다른 한가지는 오래전에 한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장사 일로 자주 집을 비웠다고 합니다. 남편의 집 비우는 기간이 길어지자 외로움을 못이긴 부인은 천 장수와 바람을 피게 됩니다. 남편이 집에 돌아 올때는 대비해 아내는 녹색천으로 모자를 만들고  남편이 외출할 때 그 모자를 씌워 암시를 주었습니다. 남편은 그 녹새모자가 그저 아내의 선물인줄 알고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였는데 사람들은 이를 비웃으면 녹색모자를 쓰다라는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모자 하나에서도 중국인과 위구르인들은 이렇게 극과 극이니 같은 나라 국민이 맞기는 한 것이지 모르겠습니다
아파호자의 무덤을 떠나 국제 대 바르자인 카슈가르 바자르로 향합니다.
  



대 바자르에는 없는것이 없습니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들어오는 교역품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옷감이나 실크부터 공예품 과일, 소와 말 당나귀 낙타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습니다. 원래는 일요일만 서는 시장이었다가 상설시장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먹는 것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양고기 요리입니다. 이름은 모르겠으나 튀김옷 같은 것을 입혀서 화덕에서 구워낸 것 같습니다.  짭짤한 것이 아주 일품입니다. 고기국물에 낭(양파즙으로 밀가루를 반죽해 동그럽게 구운 위그루족 빵)을 적셔서 이 양고기를 싸먹습니다. 양꼬치도 북경이나 서안에서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두툼한 고기조각을 화덕에 붙여 구워내는데 그 감칠 맛이 매우 좋습니다.    

  

실크로드의 명품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과일입니다. 서리없이 맑은 날이 1년에 300일이 넘고, 햇빛은 뜨겁고 비는 안 오고 그야말로 과일을 위한 날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도와 석류, 살구와 복숭아, 수박 등 온갖 과일이 엄청난 당도를 자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하미과입니다. 하미과는 메론의 일종인데, 모양이나 맛에 따라 종류도 여러가지입니다. 그 맛은 제가 여태까지 먹어본 과일 중 단연코 최고입니다.

이렇게 사람과 문명, 다양한 물품 등 카슈가르는 신장의 모든 것을 응축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보면 신장을 알 수 있다 '카슈가르에 오지않고 신장에 왔다고 하지마라'(不到喀什 不算到新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