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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1년 숭문산악부 하계훈련 - 설악산

2011-7-26

2011년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숭문산악부 학생들 데리고 설악산 하계산행 다녀왔습니다. 공룡능선에서 엄청 큰비를 만나 떠 내려 갈뻔했습니다만^^ 텐트 부여잡고 하루밤 악전고투 끝에 무사히 마무리하였습니다.

매년 진행하는 동 하계훈련입니다만  설악산은 오랫만에 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처음이랍니다. 같이 산악부를 지도하는 소선생과 저는 셀 수도 없이 많이 온 산이지만 한 1, 2 년만 안 가면 아이들은 다시 처음이 되어 버립니다. 매년 졸업생이 나가고 신입생이 들어오니 아이들은 맨날 처음입니다^^ 


동서울에 모여 버스타고 오색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오색온천 코스가 대청봉가는 최단 코스이기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용합니다만 재미는 별로 없는 등산로입니다. 뭐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중학교 1학년 절반에 이 녀석들 장기 산행이 처음이니, 조금 만만한 코스로 잡아야지요.


장기산행이 처음인 녀석들이 태반인데, 자기 배낭에 저희 산악부를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협찬받은 셔츠를 입히니 그래도 자세는 좀 나오나요?  2학년인 명규가 경험있다고 폼 한번 잡는군요^^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군요. 날씨도 흐리고 부슬비가 옵니다만 산행에 큰지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선두에서는 소선생이 보이는 군요. 장기 산행은 선두와 후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간혹 자신만 잘 간다고 일행에서 혼자만 내빼는ㅎㅎ 분들이 있지만 아무 소용없습니다. 산행은 후미가 도착해야 끝나기 때문입니다. 선두가 아무리 빨리 가봐야 결국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학생들과 등반은 더 더욱 그렇지요. 페이스롤 조절하고 앞 뒤간격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등반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퍼지면 결국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의 등반 시간에 맞춰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선두와 후미가 이것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그래서 무전기도 필요하구요. 


이제 대청봉까지 4분지 일 정도 왔습니다. 사실 이쪽 코스는 경치도 별로고 ,야영할 곳도 없고, 물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단풍철에는 사람이 몰려, 오색에서 천불동 지나 설악동 소공원까지 등산객이 한줄이 됩니다. 혹시라도 설악산으로 단풍구경오시는 분은 이 코스를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백담사쪽으로 올라가는 수렴동 계곡이 비교적 사람이 적고 경치도 좋습니다. 능선은 서북주능을 가시면 좋구요.


설악폭포 위에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물도 보충하구요. 여름에는 계곡을 낀 산행코스가 좋습니다. 올라가다가 더우면 물놀이도 하고 밥 해 먹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물론 야영지 찾기도 좋습니다만 한가지는 주의하셔야 합니다. 비가 올 경우 입니다. 물이 불어나는 속도가 일반적인 개울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빠릅니다 만약 계곡옆에서 야영을 하게 된다면 아주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80년대 후반에 일입니다만, 지리산 칠선계곡을 등반하고 있었습니다. 산행이 시작되자 마자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등반을 계속했지요. 저녁이 되어 야영을 하자니 마땅한 장소가 안 보입니다. 칠선계곡이 워낙 v자 협곡인데다 비까지 내리는 통에 마땅한 야영지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간신히 계곡에서 한 20여미터 정도 위에 있는 장소를 찾아 텐트를 쳤습니다. 빗줄기는 세지고 계곡물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한참 계곡 위쪽이라 안심하고 밥을 해먹고 있었지요. 밥 다 먹고 밖을 보며 담배 한대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텐트 바로 아래 무엇인가 넘실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깜장소 : 저거 계곡물인가? 
친구 : 에이 무슨. 30분전에 20미터 아래 있었는데, 저기 2미터 밖에 안되잖어....
깜장소 : 그래 그렇지 아니지. 그런데.... 물 맞다!!!!!!

 그리고는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짐싸고 텐트 치우고. 결국 나중에는 짐은 텐트 안에 그냥 둔채 텐트를 끌고 위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결국 텐트 플라이 머리에 뒤짚어 쓰고 밤새 꼴딱 비를 밪았습니다.  지금이야 재미삼아 이야기 하지만 잠이 들었을 때 계곡물이 불었다면, 오늘날 저의 흔적은 이 세상에 없었겟지요^^
칠선계곡은 전형적인 V협곡이라 물 불어나는 속도가 다른 지리산 계곡에 비해서도 엄청 빠릅니다 .


같이 산악부 지도하는 소선생이군요. 서울사대 산악부 출신의 배터랑 산악인입니다. 지리산을 따져보니 소선생과 같이 겪은 일도 있군요. 한 10년 된 것 같습니다. 산악부 아이들과 지리산을 등반하고 내려온 날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 그날밤 칠선계곡입구 창원마을 친구 녀석 집에서 느긋하게 하산주를 마시는데 세상이 떠내려 갈 듯 비가 퍼붇습니다. 다음날 보니 지리산 대원사 계곡에서만 200여명의 야영객이 휩쓸려 내려가 못숨을 잃었습니다.
사고를 피해 하산했다는 안도보다는 엄청난 비라는 천재와 계곡의 예보장치가 고장난 인재가 겹친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제 아이들도 등산 스틱을 많이 활용하고 있군요. 요즘 산에 다니는 분 중 스틱 없는 분이 드물 정도 입니다. 그러데 실제 사용용도와 활용법을 잘 아시는 분은 적은 것 같습니다. 스틱을 하산 시에만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정확한 스틱 사용법을 간단하게 볼까요.

먼저 스틱 손목 끈을 아래서 위로 끼고 그립과 같이 잡습니다. 다음으로 평지나 올라갈 때는 스틱을 길이를 팔굼치가 직각 정도 또는 그보다 약간 길게 조정합니다. 다음 걸을 때 내딛는 걸음의 반대쪽 스틱을 발 뒤 20cm 정도를 짚으며 가볍게 밀어줍니다. 그리고 내려갈 때는 스틱을 길이를 이보다 10 - 15cm 정도 길게 합니다. 허리를 약간 숙이고 중심으로 앞으로 잡으며 스틱에 의지하며 아래 쪽을 짚습니다. 이런 스틱 사용법만 잘 지켜도 에너지의 2-30% 정도는 아낄 수 있습니다.  겨을등반에서도 심설이 아니면 아이젠 없이 등반이 가능합니다.   


이제 거의가 와 갑니다. 대청봉 바로 아래 이전에 군부대 막사를 개조해 대청산장이라고 부르던 곳이군요. 지금의 중청산장을 개축하기 이전에 이용되던 곳인데 말끔히 치우고 복원했네요. 없어진 이 산장은 사실 저에게 인연이 많은 곳입니다.  87,8년 쯤으로 기억됩니다 친구녀석과 둘이서 전국일주 시작했습니다. 전라도를 거쳐 부산 울산을 거쳐 속초로 올라왔지요. 강원도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문제는 돈이 떨어 졌다는 것입니다. 간신히 차비만 남아 서울로 올라갈까 고민하던 즈음 갑자기 눈에 띤 안내 문구가 있었습니다. 대청산장 보수 공사로, 오색에서 대청산장 까지 시멘트 한포를 짊어다 주면 2만원 준다는 것입니다. 2만원에 혹한 친구녀석과 저는 각자 한포씩 지고 4만원을 벌기로 합니다. 다음날 6시 오색을 출발합니다. 지게를 지고 출발하자 마자 엄청난 후회가 밀려옵니다. 시멘트 40kg...... 꼬셨다는 죄로 친구녀석의 저주를 들어가며 대청산장에 도착한 것이 저녁 8시, 말 그대로 14시간의 악전 고투였습니다. 지금도 그 때 이야기만 하면 친구녀석은 이를 갈아댑니다 뭐 지금 보면 좋은 추억이겠지요. 지금 다시 하라구요. 여러분들은 하시겠습니까 ㅎㅎ


화채능선이 보이는군요.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케이블카로 도착이 가능한 권금성입니다. 요즘 각 지자체마다 케이블카 건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설악산과 지리산이 그렇습니다. 특히 지리산은 3군데의 지자체가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구례군에서 성삼재까지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합니다만 그러면 남원이나 하동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는 아무리 따져봐도 무리가 따르는 것 같습니다.


무거운 짐지고 처음 도전에 설악산 정상입니다. 아이들은 개인장비 외에도 야영장비들이 있어 배낭무게가 일반등산객들보다 휠씬 무겁습니다. 대략 15 - 20kg 따라서 운행시간도 일반인들보다 1.5 - 2배까지 잡아야합니다.


내일 지나갈 공룡능선이 보이는군요. 공룡능선은 말그대로 능선의 바위가 공룡의 등뼈처럼 생겼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어떻습니까? 공룡처럼 보이나요. 사실 설악산의 여름에 이 정도면 맑은 날입니다. 거의 비가 오거나 운무가 껴 있는 것이 일반적인 날씨입니다. 사실 설악산이 가장 맑을 때는 겨울입니다. 여름의 고산은 대부분 흐리기 마련입니다. 설악산 바로 위에 있는 금강산은 일년 365일중 400일이 비가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중청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빠르게 움직인 것 같습니다. 맛나게 저녁 해 먹고 다른 일행과 어울려 재미있는 저녁 한 때를 보냅니다. 생각보다 외국인들도 많습니다. 물어보니 대부분 초중고에서 원어민 교사를 하는 젊은 친구들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의 수가 200만명을 넘어간다고 합니다. 제가 있는 신촌 마포쪽은 대학이 많아 더욱 더 외국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제 한국도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음날 공룡능선을 행해 출발합니다. 소청봉에서 희운각까지 1시간 반 정도는 한도 끝도 없이 내려가야 합니다. 제가 설악산에서 제일 싫어하는 길입니다.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과음했나 봅니다. 스틱으로 간신히 버티고 내려갑니다. 산에서 음주는 인생의 자갈 길과도 같습니다.  없으면 너무 밋밋하고 심심합니다. 적당히 하면 재미있고 활력이 됩니다. 과하면 많이 힘듭니다^^ 

왼쪽에 보이는 큰 바위는 공룡 능선의 시작인 신선대입니다. 간신히 희운각대피소 도착 아침을 해먹습니다. 메뉴는 물론 라면입니다. 산에서 먹는 라면ㅎㅎ 먹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면은 아마도 산에서 먹는 최고의 그리고 최후의 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겨울이면 더 더욱 그렇구요 


신선대에서 보이는 공룡능선입니다. 이제 가까이서 보니 공룡 등뼈 비슷합니다. 설악산에는 이 비슷한 이름을 가진 능선이 있습니다. 용아장성. 용의 이빨ㅎㅎ


뒤돌아 보니 범봉이 보이는군요. 맨 오른쪽 봉우리 입니다. 천화대 릿지의 종착점입니다. 설악산 릿지는 매우 재미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천화대는 설악산릿지 등반의 백미입니다. 바위타고 하강하고 바위타고 하강하고, 가끔은 봉우리를 줄로 연결해 타고 건넙니다. 티롤리안 브리지라고 하지요. 봉우리간을 연결해서 줄타고 건너가는 것. 이름도 멋잇지요. 티롤리안 브릿지. 


이제 공룡능선의 3분지2지점에 도착합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마등령에 도착하면 테트치고 편안하게 야영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산이 그렇게 예상대로 우리를 봐줄까요ㅋㅋ


앞길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 험난하지만 그래도 재미난 바위가 일행을 환영해 줍니다. 일명 '개새바위' 어떻습니까 개를 쫓아가는 새같지 않습니까. 누가 붙인 이름이냐구요. 제가 20년전에 붙인 이름입니다. 출발하자 마자 비가 쏟아집니다. 아주 많이.... 한 녀석이 물어봅니다. '샘 비가 몇분이나 와요' 제가 대답합니다. '응 산에서 소나기는 길어야 한 두시간이면 그친다' 이렇게 시작된 비가 14시간을 잠시도 쉬지 않고 쏟아집니다.

두시간 엄청난 소나기를 맞고 마등령에 도착합니다. 평소에 텐트도 잘 치고 야영준비 잘하던 녀석들이 어쩔줄 몰라 합니다.  결국 소선생과 제가 텐트를 치고 야영준비를 해 줍니다. 야영 사이트 다지고 텐트치고 플라이 단도리하고.... 두시간 걸립니다. 얼른 들어가서 비맞은 옷 벗고 마른옷으로 갈아 입힙니다.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있으면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비가 오니 무얼 먹겠습니까ㅎㅎ 김치 꽁치찌게에 김치전을 붙여 한잔합니다. 밖에는 세상에 떠내려 가도록 비가 쏟아집니다만 텐트안에서는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비가오면 전을 부쳐 먹을까요? 여러가지 학설이 있지만 그나마 전부칠 때 나는 지글지글 소리가 비오는 소리와 비슷하다나요. 그래서 비오면 부침개가 생각난다는 학설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습니다. 뭐 아니면 말구요 ㅋㅋ


산악부 대장인 정훈이군요. 비 쫄딱 맞고 하루종일 걸었으니 피곤할 법도 합니다. 게다가 마른옷 갈아입고 밥  잘먹었으니 졸음이 몰려 오겠지요. 팬티에 신발까지 전부 젖어지만 그나마 침낭과 옷은 따로 비닐 포장을 한 덕분에 마른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팁이지만 실제로 비를 만나면 생사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산행 노하우 되겠습니다


밤새 비가 쏟아 집니다. 소선생과의 얘기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내립니다. 설악산이 떠내려 가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마 능선상에 텐트를 친 것이 다행입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날 속초 강수량이 139mm 라고 합니다. 아마도 설악산은 300mm 정도는 내린 것 같습니다. 이날 서울에서는 우면산이 무너져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 구름대가 그대로 동쪽으로 이동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전화가 안 터집니다. 간신히 신호가 잡히다 말다 합니다. 학부모님들이 난리가 났을텐데요. 억지로 문자 몇통 보냅니다.  그렇게 비오는 설악산의 밤이 깊어갑니다.


소인철선생이군요. 남미 2위봉 와스칼란을 등정한 배테랑 산악인입니다. 12명이나 되는 인원을 끌고 산에 올수 있는 것도 소선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텐트를 새로 구입해서 이 폭우에도 편하하게 쉽니다. 아무리 무거워도 야영장비를 들고 다닌 보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확인해 보니 텐트 한동은 그렇지 못한 모양입니다. 밤새 물이 차, 잘 못잤다고 투털댑니다. 그래도 밖에 있었으면 너희는 다 떠 내려가 오늘 아침에 속초앞바다에 있을거라 하니 암 소리 못합니다ㅎㅎ


저군요. 아무래도 제가 사진을 찍다보니 제 사진을 별로 없습니다. 이것도 소선생이 일부러 찍어준 딱 한장의 사진입니다. 사진을 안 찍다보니 아무래도 표정이 어색합니다. 인상만 쓰구요ㅋㅋ


아침 여섯시 미친듯이 몰아치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칩니다. 꼭두새벽부터 잘 터지지도 않는 전화가 여기저기 난리를 칩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서울에 우면산이 무너져 많은 사람이 죽었다. 춘천에 펜션이 매몰되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런 우면산까지 무너지나..... 산에 있는 동안 세상은 난리가 났습니다. 여기 저기 전화, 문자, 간신히 수습하고 출발준비를 서두릅니다. 비가 그쳐 다행입니다만 그런 피해가 났다니 마음 한편이 무겁습니다. 설악산도 어제밤 비에 길이 쓸려 내려간 곳이 한 두곳이 아닙니다. 능선에서 야영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하산길에 접어듭니다. 하산은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대략 다섯 시간정도 걸립니다.


날씨가 좋어지면서 설악산이 속살을 드러냅니다. 운해는 덤이구요. 비온 뒤의 청명함까지 더해 사람의 넉을 잃게 만듭니다. 어제의 끈적거림과 운무를 모두 날리고 무릉도원을 만들어 냅니다. 말그대로 별유천지 비인간 입니다. 여름에는 워낙 비가 많고 안개가 끼여 이런 경치를 보기 어렵습니다만 어제의 큰비가 또 다른 풍광을 선물합니다.


가다보니 너덜 지대도 나오는 군요. 자갈로 이루어진 이런 지형을 너덜이라고 부릅니다만,  길어 너덜너덜하다는 의미로 더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백두대간 구간의 야영지 마등령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우리나라 최대의 너덜지대인 황철봉이 나옵니다. 한 10여년전에 학생들 데리고 황청봉에 왔다가 영하 30 이하로 떨어진 날씨 때문에 엄청 고생한 생각이 나는군요. 가지고 간 모든 음식이 얼고 심지어는 소주까지 얼어버려 샤베트 먹듯이 쨔서 먹었던 곳입니다.   


엄홍길대장 체험캠프에 참여한 정훈이가 사인받은 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엄대장이 자신과 종씨라고 자부심이 대단한 녀석입니다.


출출해지자 간식으로 준비가 부침개를 먹습니다. 1학년 홍일이군요. 간식하라고 아침 먹고 출발 때 챙겨주었더니 무겁다고 미리 다 나눠주고 먹다가 뒤통수를 한대 맞은 녀석입니다. 무게 줄이려고 꼼수를 부리려다가 혼난 것입니다. 아이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그렇고 우리사회는 늘 꼼수가 문제군요^^ 


계곡에 물이 엄청 불었습니다. 그렇게 비가 쏟아 졌는데도 물이 맑습니다. 역시 설악산입니다. 설악산에서 가장 유명한 천불동 계곡입니다. 계곡 자체도 아름답고 폭포도 많을 뿐 아니라 단풍 경치 또한 최고입니다. 천불동계곡은 가을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봄가을은 봄가을대로 여름 겨울은 또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최고의 계곡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글씨 '비선대' 군요. 바위에 글씨를 새기는 것이 올바르냐는 찬반 논쟁이 많습니다. 아주 일반적으로 보면 자연은 그대로 놓는 놓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시각에 따라서 사연이 있는 좋은 글씨는 그 자체로도 문화 유적이 되기도 합니다. 답사여행의 대가인 유흥준선생도 이 점에 동의하는 편이구요. 그러나 아무렇게나 자신의 이름을 써논 것은 더 할 수 없는 자연 파괴입니다. 위 사진에도 보이지 않습니까. 비선대라는 글씨와 나머지 이름을 써논 글씨들의 품격 차이가.

이 글씨에는 몇가지 설이 있습니다. 금강산에 많은 글씨와 전설을 남긴 봉래 양사언의 글씨라는 설, 그리고 좀 더 설득력 있게는 영조 때 문신인 윤순의 글씨라는 설. 후자의 학설이 이곳 양양읍지인 현산지에 기록되어 있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윤순은 양명학의 거두 정제두의 제자로서 그의 조카사위가 된 사람입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글씨를 썻을 때 윤순의 나이가 25세라고 합니다. 비선대 이 명승유적에 윤순 스스로가 자신의 글씨를 영원히 남기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간 '비선대' 이 세자의 글씨는 이 곳의 운치를 더해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산, 콘도로 들어옵니다. 장기 산행이 끝나면 언제나 마지막 하루는 콘도에 여장을 풉니다. 샤워도 하도 편안히 쉬기 위해서지요. 산에 안 간다는 녀석들 꼬시는 미끼^^ 이기도 합니다.

콘도로 들어서는 순간 화생방 경보 발령입니다. 천지를 진동하는 발냄새ㅎㅎ 이건 꼬랑내 수준이 아닙니다. 하긴 모든 녀석들리 다 젖은 신발로 이틀을 헤메도 다녔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모든 신발 베란다로 격리, 빨래를 해도 냄새가 사라질까 싶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쉬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숭문산악부 하계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엄청난 비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사고 없이 잘 마무리 된 2011년 산행이었습니다. 그 장대비 속에서도 야영을 해봤으니 아이들은 평생 잊지 못한 추억 하나를 얻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