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7
제목 : 추사 김정희 평전
저자 : 최열
만족 8/10 추천 7/10
1000p가 넘는 분량으로 추사의 모든 것을 담으려고 했다. 주로 편지글인 서간문을 통해 추사 김정희의 인생을 따라가보려고 노력한 책이다. 기존의 많은 추사관련 책들이 그의 작품이나 예술성 서예사의 위치 등을 분석하려고 노력했다면 이 책은 말그대로 추사의 인생경로를 따라 가 보려고 시도한다. 김정희의 스승은 누구인지? 실제 제자라고 호명할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이지 같은 문제로 다루지만 평양감사로 부임하는 아버지 김노경을 따라가서 평양에서 벌인 사사로운(?) 일도 언급하고 있다. 추사는 아버지를 따라간 평양에서 죽향이란는 기생과 염문을 뿌리게 된다. 사대부 양반들이 기생과 염문을 뿌리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평양에 와 있던 누이가 김정희의 아내 예안 이씨에게 이 사실을 고해버린 것이다. 몇번의 귀양과 좌절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체면을 잃지 않았던 김정희는 너무 다급해서 허둥지둥 아내 예안 이씨에게 편지를 보낸다. 남아 있는 김정희의 모든 서간문을 통들어 이렇게 당황하고 어색해서 허등지둥 쓴 편지는 없다^^
나는 한결같이 밝은 일양이오며 집안 일은 잊어버리고 있사오니 계시기만 하다 보면 다른 의심하실 듯하오니, 니집(누이) 편지가 다 거짓말이오니 곧이 듣지 마십시오. 참말이라 하더라도 이제 백수지년(白首之年)인데 그런 것에 거리끼겠습니까. 우습사옵니다.
지은이 최열은 광주출신으로 평생 김정희를 연구해온 미술평론가이다. 이 책은 최열이 10년간의 혼을 쏟아부은 그의 평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김정희 추사체의 전개과정을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더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추사체는 네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완성된다. 첫번째는 제주 유배가 시작되는 55세부터이다. 육기와 골기가 적절히 융합되면서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하는 봄날의 향기처럼 아름답다고 정리한다. 두번째는 마포 용산 그리고 북청 유배시절까지 아우르는 64세에서 67세의 시절이다. 문자향과 서권기가 전면으로 드러나는 시기이다. 문자향은 글씨의 모습으로 부터 풍기는 향기를 뜻하고 서권기는 책이 쌓여 뿜어내는 기운을 뜻한다. 문자향은 서도(서예)로 부터, 서권기는 학문으로 부터 기원하는 개념이며 결국 예술과 학문의 경지가 융합하는 단계를 표현한다. 세번째는 과천시절로 67에서 68세 시절을 말한다. 이 무렵 추사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기묘묘한 차원으로 사라지는 느낌이며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마지막 네번째는 과천시절의 끝무렵인 69세에서 71세까지의 시기이다. 빼어나고 아름다운 교(巧) 질박한 서투름인 졸(拙) 사이로 난 길을 간다고 평가한다. 온 누리가 하얀 눈으로 덮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 길위에 板殿(봉은사 현판)과 不二禪蘭圖가 자리잡고 있다고 정리한다.
55세에 추사체의 진정한 시작이라..... 왠지 반가운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지은이는 추사체가 살아 꿈틀대는 이유를 정리한다. 서로 다른 것이 한자리에 모이고 있다. 가로가 길면 세로는 두껍고 매끄러운 것이 있으며 까칠한 곳이 있다. 한쪽이 텅비어 있으면 반대쪽은 빼곡하고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따라온다. 숨가쁜가 하면 게으르고 완벽하다 보면 얼설픈 데를 살려둔다. 결국 모순된 특징들이 출동할 때 모순을 지배하는 힘 또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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