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에 대해 처음 접해본 것은 아마도 오래전 방송되었던 NHK의 실크로드 라는 프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운이 뇌리에 깊숙히 자리잡던 그 음악과 함께. 그리고 대학을 다닐 때였다. 아는 서점 주인이 읽어보라고 책을 한권 권한다. 헬레나 호르베지호지의 '오래된 미래' 이 책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화를 내는 것이 가장 부덕한 짓이요. 욕심을 부리는 것이 나쁜일이라니. 무언가로 얻어맞은 듯, 그 때부터 티벳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80년대는 티벳은 고사하고 비행기 타기도 쉽지 않은 시점이었다. 결국 그리움만 더욱 더 쌓여갈 뿐이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21세기 문득 어느 프로에서 다시금 티벳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카일라스를, 그리고 마나사로바를. 오체투지로 카일라스까지 가는 순례자를 보면서 생각이 들었다. 저런 순례자를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나쁜짓은 할 수 없으리라.
몇 해전 운남성을 다녀왔다. 험준한 산맥을 트래킹하면서 알프스나 히말라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그곳이 차마고도의 출발점이자, 티벳을 지나 히말라야를 넘어가는 관문이었다는 것을


이런 험준한 길을 말을 끌고 구비구비 돌아 천리길을 가야했던 것이다. 한 발만 헛 디디면 바로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그런 길을

그리고 그리움이 더욱 더 짙어져 심지어 화석이 되어갈 무렵 이 책 ‘열병’을 만나게 되었다. 너무나도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아무리 아껴 읽으려고 그리 노력을 해봐도 야속한 책장은 속절없이 적어질 뿐이었다. 글보다도 더욱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많은 사진과 함께.
구태여 설명이 필요 없는 많은 이들의 표정은 그들의 순박한, 그러나 강인한 삶을 짐작케 한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모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는 어떤 목사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우리 눈에 엄청난 행복을 전해준다. 욕심 없는 그러나 강인한 티벳 사람들의 인상과 함께.
사실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마나사로바에서 바라보는 카일라스의 모습이었다. 모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그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그런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 순간 다시 책장은 넘기며 바라본 사진들에는 티벳 사람들의 숨결이, 그들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결국 우리가 여행으로, 그리고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보고자, 그리고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었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열병’ 은 또 다시 나에게 커다란 짐을 던져준 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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