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4
이번 동계원정지는 한라산입니다.
제주도는 많이 가 봤았는데, 한라산 등반은 처음이군요. 사실 제주도만해도 한번 원정 가기에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닙니다. 비용도 적지 않구요. 같이 산악부를 지도하는 소인철 선생이나 저나 아이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을 꺼려 가급적 비용이 적게 드는 내륙의 산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니 가끔 덕유산 등을 가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설악, 지리산을 가게 됩니다. 물론 산악부 아이들이야 졸업하면 못 가니 그리 자주는 아닙니다만 소선생과 저는 신물이 나게 가 본 곳이 설악,지리산입니다. 그러던 차에 한라산 계획을 세워는데 의외로 호응이 좋습니다. 부모들의 관심도 높고 그리 부담스러워 하지도 않습니다. 세상도 바뀐 것을 소선생과 저만 몰랏던 모양입니다.
2월 17일 오후 김포공항으로 집결합니다.
대원은 학생 12, 인솔교사 2명해서 총 14명입니다. 사진찍는 소선생과 지각생 한명이 빠져있군요. 어디가나 꼭있습니다. 지각생 ^^
제가 신고 있는 파란 신발, 그리고 노란색의 소선생 신발이 학생들과 달라보입니다. 프라스틱 신발입니다. 프라스틱으로 무슨 신발을 만드냐구요. 그러게요. 흔히 코프라치라 블리는 프리스틱 신발은 빙벽할 때와 장기 해외원정을 갔을 때 매우 유용합니다.방수처리도 잘 되어 있습니다. 또 이중화로 되었 있어 신발 내피는 텐트에서 그냥 신고 잠니다. 따라서 겨울에 매우 유용합니다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무겁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신발 바닥이 꺽이지 않습니다. 방수처리가 미흡하던 예전에는 무척이나 선호했던 신발입니다만 고어텍스 신발이 일반화된 지금, 일반 등산에는 잘 신지 않는 신발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 소선생과 저는 왜 저 신발을 고집하냐고요. 겨울등산화가 이것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제 신발은 산에 가기전 신발창 본드가 떨어져 수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성판악 다 내려와서 신발창이 분리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다 내려와 떨어져 다행이지 위에서 문제가 생겼으면 정말 큰 일 날뻔 했습니다. 장비점에 가져다 주지 않고 동네 구두 가게에서 야매(? )로 수리한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언능 등산화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주 공항 도착하니 오후 다섯시, 버스 터미널 다섯시반 관음사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6시가 넘었습니다, 관음사 입구에서 관음사 야영장까지는 3km정도 됩니다. 배낭이 무거워 아이들이 힘들어 합니다. 이상하게 무거운 짐을 지고 갈 때보면 산길보다 아스팔트 길이 더 힘듭니다. 특히 첫날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걷다가 쉽게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3km 밖에 안 되는데 그러냐고 할 수 도 있습니다만 아이들 배낭의 거의 20kg입니다. 교사들 배낭은 25kg이 휠씬 넘구요.
관음사 야영장입니다. 여름이면 1000명을 수용한다는 넓은 곳인데 겨울이라 저희 뿐입니다. 가장 좋은 자리에 텐트를 칩니다. 겨울야영은 산의 모든 것을 가르쳐 좁니다. 특히 눈밭의 야영이 그렇지요. 장비도 여러가지가 필요하고 많은 노하우도 필요합니다.
밝은 것이 휘발유등 입니다. 부피가 커서 좀 부담스럽기는 합니다만 겨울산행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스등은 날씨가 추우면 거의 작동되지 않습니다. 그 옆에 보이는 것은 휘발류 버너입니다. 등과 마찬가지로 휘발류를 사용해서 화력이 좋습니다. 부피도 작고 휴대하기 간편해서 겨울 산에는 아주 최고입니다. 히말라야 원정가는 산악인들도 대부분 이 버너를 사용합니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보시다시피 폭이 좁아 올려놓은 그릇이 쉽게 넘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텐트 안에서는 반드시 그릇을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뜨거운 국물이 엎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텐트 안이 아수라장이 되지요.
그래서 새로 장만한 것이 위에 보이는 빨간 버너입니다. 높이가 낮고 삼발이 면적이 넓어 안정감이 있습니다. 코베아라는 국산이고 미국산 콜맨버너에 비해 가격도 착합니다. 콜맨 버너를 사용해 보신 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이것 이외에도 겨울산에 필요한 장비는 수 없이 많습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설명해 드리지요.
하루를 자고 이제 출발입니다. 관음사에서 백록담까지는 8.7km, 정상적인 등반이면 5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물론 겨울에는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짐까지 짊어진 우리 아이들은 더 더욱 그렇지요. 오늘의 목표지점은 용진각대피소입니다. 아니 용진각대피소 자리라고 하는 것이 맞겠군요.
올라가다보니 재미있는 광경이 보입니다. 조그마한 간이 모노레일입니다. 산 중턱의 산장까지 짐을 운반합니다. 그나마 자연을 휘손하지 않고 건설하는 이 정도의 시설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지금 거의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카 겠지요. 관광객의 유입을 늘려 관광수입을 거두자는 것인데, 각 지자체는 자연훼손이 거의 없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케이블카 건설로 파괴되는 자연환경이 아니라 케이블카 건설로 유입되는 인구로 인한 자연파괴입니다. 등반객 지나친 증가는 산의 오염과 파괴로 이어집니다. 서울의 북한산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 자명합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사라진 이후 북한산을 찾는 등반객은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그 때보다도 100% 이상 증가한 1000만명 이상이 북한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 수 많은 인파로 북한산은 지금 신음을 앓고 있습니다. 골짜기, 계곡, 봉
우리 어디에도 사람없는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특정 지차체에만 케이블카를 허가해 줄 수 도 없습니다. 가령 구례에서 노고단까지 케이블카를 건설하면 탕방객 대다수가 구례로 몰릴 것입니다. 인근에 있는 남원, 백무동, 뱀사골이 가만히 있을리 없고 산 너무 있는 산청, 하동 등도 천왕봉까지 케이블카를 놓으려 할 것입니다. 그 뒤의 결과는 자명합니다.
한시간을 올라가니 숯 가마터가 나옵니다. 아래부터 꾀 먼거리인데 여기에다가 숯가마를 지었습니다. 만든 숯을 운반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옛부터 숯의 최고는 참나무라고 했지요. 이 가마터도 그런 곳인데, 안내판을 보니 네가지의 참나무로 숯을 만들었군요. 참나무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가 놀라실 것도 같군요. 참나무는 크게 여섯가지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려 보지요
상수리나무 : 이 도토리로 묵을 쑤어 임금님 상에 올렸다고 상수리라 하다가 상수리 나무가 되었다고합니다.
굴참나무: 나무 가운데 나무 껍질에 코르크층이 발달했고 껍질이 두껍고(굵고) 세로로 골이 파여 있다고 굴참나무가 되었다 합니다.
떡갈나무 : 이 나무 잎으로 떡을 쌌다 해서 떡갈나무가 되었습니다. 뒷면에 갈색 털이 많고, 이 털이 방부제 역할을 해서 떡이 빨리 상하지도 않고 떡이 잘 붙지도 않는답니다. 예전에 물통 지듯이 떡통을 들고 다니는 떡장수들이 가지고 다니던 나뭇잎에 싼 떡이 바로 이것이지요. 기억들 나시나요 ?
신갈나무 : 이 나뭇잎을 신이 헤진 데 깔았다 해서 신갈나무라네요. 주로 높은 산 능선에 많이 분포합니다.
갈참나무 : 참나무 가운데 나무 껍질이 잘 일어나 벗겨져, 나무 껍질을 갈아 입는 나무라고 갈참나무가 되었다 합니다.
졸참나무 : 참나무 6종류 가운데 잎이 가장 작습니다.
(바람의 구름가듯 님의 블러그 인용)
가다보니 어느새 탐라계곡 대피소가 보입니다. 여기는 무인 대피소입니다. 국립공원중에 무인 대피소를 운영하는 곳은 한라산이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용진각 대피소가 태풍으로 사라지고 삼각봉 대피소는 건설중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물이 없습니다. 눈을 녹여서 먹으려 해도 여의치가 않군요. 행동식으로 때우고 다시 올라갑니다.
날이 따뜻해 눈과 얼음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 주의를 하라고 해도 한 녀석이 물에 빠져 신발까지 혹랑 적십니다. 누굴까요. 어제의 지각생 김민성입니다.
올라가다 보이는 해발 1300m 표지석. 등반 초입인데 해발 1300m... 역시 1950m의 남한 최고봉입니다.
드디어 눈이 많아집니다. 조금있는 눈보다는 많은 눈이 운행에 도움이 됩니다. 걷기에도 수월하고, 풍광이 좋아지면 힘이 덜듭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점점 힘들어 합니다. 짐이 많기 때문입니다. 4인 1조를 해서 3개조로 편성이 되었습니다.
조별로 공동장비가 있고 아이들은 이것을 나누어지게 됩니다. 간단하게 공동장비를 살펴보면 텐트1동, 휘발유 렌턴1개, 휘발유 버너2개, 코펠1조, 휘발류3통, 판초 우의1개, 스노우바2개, 자일1동, 눈삽1개, 퀵드로우4개, 슬링, 주마2개 그리고 조별 식량 입니다. 나누어 진다고 해도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 이외에 무전기, GPS, 나침반, 호각 등의 공동장비가 있습니다.
많은 짐에 운행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메뉴는 라면입니다. 다른 등산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냄새를 풍기며 라면을 끊입니다. 한 겨울 산에서 먹는 라면 맛이란... 상상이 가시지요. 내려오는 나이 지긋하신 등산객들이 한마디씩 하십니다. '우와 라면이다'
라면 먹은 힘으로 삼각봉이 보이는 능선에 올라섭니다. 전체 경치가 조망되기 시작합니다. 가운데 보이는 뾰족한 곳이 백록답입니다. 아마도 이 구간이 한라산 전체에서 가장 풍광이 좋은 구간인 것 같습니다. 한라산은 산 크기에 비해 등산로가 턱 없이 적습니다. 해발 1950m 남한최고봉에 153 ㎢의 면적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면면에도 불구하고 겨우 4개의 등산로가 있을 뿐입니다. 왜 이리 등산로가 적을까요.
기록에 의하면 다양한 등산로가 존재했습니다만 많은 등정으로 인해 백록담이 급격하게 휘손되게 됩니다. 특히 5.16도로 개설이후 주로 이용되는 영실코스는 서북벽이 붕괴된 이후 남벽 등반로를 이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벽등반로의 개설은 백록담 사면의 급격한 훼손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 1993년 4월에는 이 또한 폐쇄되고 맙니다. 오늘날까지 한라산 국립공원지역에서의 환경훼손을 이야기할 때 최대의 실패작으로 꼽히는 것이 남벽 등산로 개설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후 새로운 등산로 개척은 포기하고 기존의 등산로 훼손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각봉 휴게소군요. 용진각대피소가 태풍에 사라진 이후 용진각 휴계소 위쪽 능선에 건설하고 있습니다. 규모를 보아하니 숙박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한라산에서 가장 경치 좋은 구간에서 하루숙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보이는 풍광입니다.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이런 날씨에 백록담에 올라야 하는데, 더 가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바로 베이스캠프를 구축합니다.
이 자리는 탐라계곡 상류로 용진각 대피소가 있던 자리입니다. 대피소 전체가 태풍에 떠내려 갔는데 그 위에 다시 캠프를 설치하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겨울산은 일찍 운행을 접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4시정도, 늦어도 5시 정도면 운행을 접고 야영준비를 해야 합니다. 더 늦어지면 야영지를 찾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어두워져서 텐트를 치기에도 애를 먹습니다. 기온이 급강하하는 것은 당연하구요. 여름 생각하고 운행 시간을 잡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같이 산악부 지도를 하는 소인철선생이군요. 서울사대 산악부 출신으로 남미2위봉인 와스카란을 등정한 베테랑 산악인입니다. 겨울산은 물론, 여름산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과 등반시 반드시 2인이상의 지도교사가 필요합니다. 앞에서 길을 개척하는 사람과 뒤에서 후미를 챙기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앞 뒤 거리가 많이 차이날때는 1km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선두와 후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럼 면에서 소선생과 저는 찰덕궁합이라고 할 수 있죠.
저군요. 별로 사진찍기를 즐기지 않아 제 사진은 몇장 안 되는데, 찾다보니 한장 나오네요. 또 제가 사진을 찍는 경우 대부분 기록을 생각하고 사진을 찍으니 제가 모델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걸 잘 아는 소선생이 한장 찍어줬나 봅니다.
겨울 야영은 불편합니다. 너무 춥기 때문에 모든 것을 텐트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음식도 텐트 안에서 해먹습니다. 원정을 가면 심지어 볼일을 텐트안에서 보기도 합니다. 애구 드러워라^^
겨울 야영의 백미는 아마도 텐트 안에서 먹는 한잔의 소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아이들과의 등반이라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배낭에서 하루 종일 시야시 된^^ 소주를 텐트안에서 따라마시는 재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지요. 한잔의 소주와 맛있는 저녁, 그리고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면서 한라산의 밤이 깊어 갑니다.
다음날 시끄러운 소리가 잠을 깨웁니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런........2월 말인데 이런 눈보라가 몰아치다니,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부지런히 채비를 합니다. 원래는 이곳을 베이스 캠프로 삼아 설상훈련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군요. 그냥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두 가지의 위험이 있습니다. 하나는 눈발이 폭설로 바뀌어 탈출하기 어려워지는 경우입니다. 두번째는 날씨가 그리 춥지 않기 때문에 눈이 비로 바뀌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모든 장비가 다 젖어 버리기 때문에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또 비온 후 날씨가 추워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일단 짐을 싸서 출발하고 상황을 보기로 합니다.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쌉니다. 라면을 끊여 먹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시간절약을 위해서도 김밥이 좋습니다. 김밥 싸는 시간은 있지만 나중에 많은 시간이 절약됩니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이날도 김밥이 아니었으면 하루 종일 굶었을 것입니다.
출발입니다. 눈보라가 거셉니다. 텐트 철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늦게 결정하는 바람에 출발이 지연되었습니다. 갈길이 머니 마음만 바쁩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니 풍광은 좋습니다. 역시 한라산은 눈이 있어야 제격입니다. 그러나 용진각부터 백록담까지 불과 1.9km밖에 안 되는 거리, 가장 급경사인 한라산 최고의 난코스입니다. 아이들 절반은 아이젠이 없습니다. 소선생이나 저는 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수 준비물에도 아이젠은 없습니다. 미끄러워서 아이들 고생이 심합니다. 물론 나중에 내려갈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만. 나중에 하산 할 때 몇 녀석은 10m에 한번씩 넘어집니다. 그렇게 넘어지고도 멀쩡한 걸 보니 역시 아이들입니다. 어른들이면 골병이 들었을 것입니다. 결국 아이젠 한 쪽을 나눠 신고 서야 덜 넘어집니다.
힘들게 헬기장에 올라섭니다. 운행을 시작한 지 한시간이 조금 더 지났는데 아이들은 파김치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눈이 비로 바뀌며 눈비가 오락가락합니다. 갈 수록 운행 속도는 늦어지고 물에 젖은 배낭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백록담에 올라서기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마침내 백록담에 올라섭니다. 바람이 너무 거세 서 있기도 힙듭니다. 풍광은 하나도 없고 몸은 날려갈 듯합니다. 언른 내려가야 합니다. 이런 곳에 오랫 서 있으면 동상 걸리기 딱입니다. 장갑은 다 젖고 손에 감각이 사라집니다. 장갑을 벗어 짜니 물이 한바가지^^는 나옵니다. 손에 점점 감각이 없어집니다.. 이대로 갈수는 없지요. 결국 이 바람부는 곳에서 배낭을 풀어 헤치고 새 장갑을 꺼냅니다. 새 장갑을 끼니 금방 온기가 돕니다.
모든 일정 변경. 하산하기로 결정합니다. 다 젖은 배낭과 신발, 장갑으로 더 이상 야영과 산행은 무리입니다. 성판악까지 9km. 내려가는 길도 매우 기네요. 그나마 조금 내려가니 바람이 잠잠해집니다. 코스도 걱정했던 것다 완만하고 어렵지 않습니다.
성판악 코스 쪽에 있는 진달래 산장입니다. 내려갈 길이 바빠서 그냥 지나칩니다. 아쉽네요. 시간이 있으면 잠시 쉬면서 산장 주인과 담소도 나누고 시원한 맥주 한잔 걸치면 아주 제격인데요.
진달래 산장에서 등반을 통제하고 있군요. 진달래 산장은 한라산 중턱에 있는 관계로 12시 전에 여기 도착하지 못하면 등반이 불가능합니다. 위쪽에는 대피소나 산장이 없는 관계로 통제시간이 유난히 빠른 것 같습니다. 올 봄에 삼각봉 대피소가 완공되면 시간 여유가 좀 있을 것 같군요. 올해 등반하시는 분들은 삼각봉대피소의 완공여부를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상판악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넘습니다. 비가 내리고 아이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었습니다. 얼른 숙소로 가 말려야 합니다. 그런데 예약한 콘도가는 버스가 8시에 공항에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막차라고 합니다. 마음이 바빠집니다. 시내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콘도는 대중교통이용이 불가능하죠. 택시는 4대가 필요하구요. 따라서 막차를 놓치면 큰일 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리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막차를 놓치고 맙니다. 결국 이런고민 저런 고민 끝에 봉고차를 렌트하게 됩니다. 제주도의 렌트카 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저렴합니다. 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웬만한 승용차는 24시간에 3,4만원정도입니다. 봉고차도 7만원정도면 렌트가 가능합니다.
하루를 잘 쉬고 나온 거리에는 꽃도 피어있습니다. 무슨 꽃인지 이름을 알 수 없습니다. 동백도 아닌 꽃이 2월에 저렇게 만개해서 피어있습니다. 역시 제주도입니다.
또 김밥을 쌉니다. 김밥재료도 많이 남아 있고 이동 중간에 먹기도 좋습니다. 이렇게 김밥을 많이 만들다가 아예 선수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동 중간에 2학년 아이들에게 넘겨진 김밥 봉지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소선생이 2학년 아이들에게 챙겨 주었건만 어떤 놈도 챙기지 않고 그냥 사라진 것이지요. 산에서 내려오니 긴장도 풀어지고 정신 상태가 말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지요
결국 기합을 받습니다. 귀찮다고 서로 미루고, 내것이 아니라고 신경 안 쓰다가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그나마 없어진 것이 김밥 봉지니 다행입니다. 산이었으면 더 혼이 낫을텐데 하산 이후 벌어진 일이라 이 정도에서 그칩니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기합을 주는 전 근대적인 교육방식을 고집하냐고 힐난하실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산에서는 조그만한 부주의도 사고도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긴장해야 합니다. 그것이 소선생과 제가 10여년간 산악부를 지도하면서 아무 사고 없이 끌어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숙소였던 풍림 콘도의 풍광이 예술입니다. 겨울인데도 미관을 위해 수영장에 물을 채우고 있네요. 그냥 훌훌 벗고 풍덩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십니까? 아마도 바람이 안 불었으면 발이라도 살짝^^ 담궈 보았을텐데......
이렇게 2009년 숭문 산악부 동계 한라산 등반은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작년보다는 많은 준비를 해서 덜 고생하고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지리산 동계훈련에서에도 날씨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올해도 또............. 이러다가 동계훈련 기상 악화는 당연한 관행이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살짝 걱정이 되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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