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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박2일 강화도 소풍

2010-10-13

 

지난 10월 7,8일 저희반 아이들과 강화도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승용차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만큼 당일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정합니다. 1박2일. 옛날 소풍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무슨 소풍을 1박 2일로 가느냐 하실 겁니다. 요즘 학생들 소풍은 반별로 진행합니다. 몇개 반이 모여 가기도 하고, 한 반만 따로 가기도 합니다. 1학년 소풍 장소만 봐도 롯데월드, 서울랜드, 월드컵공원, 임진각 등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마침 10월 7일이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입니다. 오전 중 시험을 마치고 신촌에 모여 출발합니다. 이전에는 신촌의 강화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 였습니다만 정류장의 위치가 바뀌어 다소 혼란스럽네요. 목적지는 강화도 동막해수욕장입니다. 동막해수욕장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없서 온수리 정류장에서 갈아 탑니다.    



그래서 도착한 곳, 동막해수욕장입니다. 강화도에서 몇 안 되는 모래가 있는 백사장입니다. 소나무와 해변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변입니다.

  

마침 밀물이라 물이 다 들어 왔습니다. 모래바깥은 갯벌입니다. 갯벌체험은 내일로 미룹니다.

  

석양도 매우 아릅답습니다. 강화도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석모도를 비롯한 서쪽 섬 때문에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동막해수욕장은 바다로 지는 일몰을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일몰을 보니 지난 여름 발칸반도에서 바라본 일몰이 생각나는 군요. 아드리해로 떨어지는 태양을 보면서 아랑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 라는 영화를 떠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몬테네그로라는 나라인데, 소나무도 보이는 것이 안면도 일몰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현우녀석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훌훌 벗어 제낍니다. 남자중학교이기 망정이지 남녀공학이었으면 몇대 쥐어박혔을 겁니다.

  

숙소인 솔밭펜션입니다. 인심 좋으신 사장님이 어린 학생들 데리고 고생한다고 이것 저것 많이 도와주십니다. 출발 전 펜션이름을 말해주자 아이들이 경악 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학교 북쪽에 솔밭이라 불이는 꽤 큰 숲이 있습니다. 지난 4월에 말 안 듣는 반 아이들을 데리고 솔밭에서 얼차레를 준적이 있습니다, 두시간 동안 말 그대로 박박 기었습니다. 지금도 많이 떠들면 '솔밭갈레' 한 마디에 쥐죽은 듯이 조용해집니다. 교관 있어요?, 체력 훈련 아니죠?, 해병대 캠프 가는 거 아니에요? 등 출발 전부터 여러번 확인합니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입니다^^

  

소나무가 가지런히 심어진 것이 학교 솔밭과 유사합니다^^
마음대로 놀라고 하자, 무리별로 나누어 다양한 놀이를 합니다. 그럼 아이들은 무얼하고 놀까요. 한번 살펴보지요.

  

일단은 야구입니다, 야구 바람이 불어 어디서나 야구를 합니다. 요즘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놀이도 야구입니다. 야구하니까 저도 생각나는 것이 있군요. 중학생이던 80년대 초반에 저희들 한테도 야구 바람이 불었습니다. 학교운동장에서 시작한 야구가 점점 더 거창해지면 한강고수부지를 거쳐 다른 학교 팀들과 시합을 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합니다만 '천하무적 야구단'보다 휠신 멋있는'허리케인' 이라고 이름을 지은 저희 팀은 다양한 팀들과 경기를 하며 실력을 다져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유니폼도 맞추기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유니폼 값이 당시로는 꽨 큰 돈인 20000원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문제는 부모님께서 그만한 돈을 들여 유니폼을 맞춰줄 의사가 전혀 없으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안 된다고 단칼에 자르시더군요. 아무리 뗑깡^^을 부려도 안 되 결국 유니품을 포기하게 됩니다. 유니폼 없이 몇번 같이 시합을 했지만 차츰 시합에 참가하는 횟수가 즐어들다가 마침내 그만둡니다. 제 중학생 시절의 야구인생은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물론 친구녀석들은 멋진 '허리케인' 유니폼 입고 몇 년을 더 지속합니다.  

 

아이들의 국민놀이 닌텐도입니다. 1박2일 소풍 간다니 제일 처음 물어 보는 질문 '닌텐도 가져가도 돼요' 입니다. 너무 게임만하면 문제가 됩니다만 가끔은 유용할 때가 있습니다. 가족끼리 해외여행가서 저녁에 아이들만숙소에 놓고 다니기가 좀 그렇습니다. 이럴 때 닌텐도 하나 던져주고 어른들끼리 다니면 아이들은 방에서 꼼짝도 안 합니다. 부모들의 해방이지요^^  

  

 남녀노소, 어른아이, 모든 사람 다하는 고스톱입니다. 거의 절반의 녀석들이 카드와 고스돕으로 밤을 꼴딱세웁니다. 저는 고스돕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고스톱을 치지 않는 것은 몇 번의 기억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냐구요. 80년대 중반 대학생 때 일입니다. 설달그믐날 친구들이 모여서 고스돕을 칩니다. 새벽 다섯시 경 한 녀석이 엄청난 점수를 내고 스리고를 합니다. 옆에 앉은 녀석 '너 독박이야' 하며 얼른 홍단을 먹습니다. 그런데 왠걸, 쌉니다^^ 그러자 쓰리고를 한 녀석, 홍단을 이마에 붙였다가 ' 다 죽었어!' 하며 내려 칩니다. 그런데 이 녀석, 갑자기 팔을 부여잡고 우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팔이 빠진 것입니다.정신없이 이 병원 저 병원 뛰어다니지만 정월 초 하루에 연 병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결국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갑습니다.  두시간을 기다려 진료를 받는데 의사가 물어봅니다.

 의사 : 뭐하다가 팔이 빠졌어요
친구녀석 : 그게......
의사 : 뭐하다가 팔이 빠졌냐니까요. 습관성인지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친구녀석 : 아니 그게....
의사 : 아참 이 양반 뭐하다가 빠졌는지 알아야 한다니까요
친구녀석 : 고스돕 치다가요 -_-;

 순간 응급실은 웃음바다가 되고 피 철철 흐리면 치료받던 옆에 있던 환자까지 죽는다고 웃습니다. 저희들은 바로 도망 나오구요

그런데 이날은 저도 아이들의 열화와 성원에 힘입어 아이들과 한판을 벌입니다. 점백 고스돕 결과는? 제가 쓰리고에 피박 씌워서 88점이 났습니다. 돈이 없다는 녀석들에게 한가지 조건을 내겁니다. 엉덩이 2초간 보여주기. 결국 두녀석 엉덩이 까고 2초간 버팁니다. 아이들은 없는 줄 알지만 사진도 찍어놨습니다.  나중에 여자친구 데려오면 보여줄까 합니다. 미안하다 상규야 재찬아^^



유희왕 카드게임입니다. 현우녀석 팬티만입고 처음부터 줄기차게 이 게임만합나다. 야식으로 컵라면도 먹어가면서 말이지요. 
  



이제 저녁시간입니다, 펜션사장님이 바베큐불을 준비해 주십니다.


멋나게 익어가는 돼지 목살입니다. 아이들이 구울줄 아느냐구요. 다들 처음이지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지들이 먹으려면 잘 구워야 합니다. 베고프면 다 알아서 합니다. 산악부 아이들과 야영을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삼층밥에 맵고 짠 찌게를 만듭니다만 하루만 지나면 다 선수가 됩니다. 지들이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요. 보기에도 먹음직하지 않습니까!
  



조별로 두 녀석이 굽고 나머지 녀석들은 먹습니다. 몇개조일까요? 7명씩 4개조입니다, 그럼 한반이 28명이군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요^^ 저 중학교 때는 72명이었습니다. 그 교실에서 지금 28명이 공부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인원이 교실에 다 앉았나 모르겠습니다.  

 

밤을 껄랑세운 녀석들이 아침에 골아떨어입니다. 아이들 잠자는 모습을 한번 볼까요. 눈가려도 누군 다 안다 상규야!

  

동균이는 손가락을 물고자는 군요. 엄마젓을 덜먹은 모양입니다

  

종석이는 비몽사몽간에도 핸드폰 게임을 하는군요.

  

창우 아버지가 오셔서 주무시나 했습니다^^


 요염한자세로 자는 강우군요

  

머리에 제비집 짓것다 재만아

  

준성이는 눈을뜨고 자는군요

  

밤새 돈 잃은 준희네요

  

식사 때마다 저를 도와주는 주방보조 대희입니다

  

팔 저리것다 태현아

  

그리고 아침식사입니다. 메뉴는 김치찌게. 그 비싼 김치로 찌게까지^^ 어머니들이 많이 챙겨주셨습니다.

  

물이 빠진 갯벌에 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갯벌에서 조개잡고 진흙 발라가며 노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싶습니다.물론 갯벌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나라 어디를 가서도 갯벌에서 진흙 뒤짚어 쓰며 노는 모습은 본적이 없습니다.

  

밤새 잠도 안 자서 피곤도 할텐데 여전히 신나게 뛰어노는 군요.

  

이제 온수리행 버스를 기다립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주변의 다양한 풍광과 경치를 체험할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도 그냥 무료한 시간만은 아니구요. 언제 또 경험해 보겠습니까! 바닷가 버스정류장^^

  

허전한 속은 찐빵으로 채워봅니다. 팥도 많이 들어 있고 형형색색의 찐빵이 입맛을 돗굽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단팥이 들어간 빵은 먹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 밖에 없다고 합니다. 왜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단팥빵은 안 먹을까요. 참 미스테리합니다^^

  

이렇게 숭문중학교 1학년 5반 가을 소풍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잠을 못자 피곤들 할텐데 그래도 즐거워합니다. 하긴 14살 나이에 무슨 프로그램이 필요하겠습니까? 지들끼리 모여 있기만 해도 재미있지요. 청명한 날씨에 물 들어가는 단풍을 바라보며 다들 떠나보시지요 1박2일 가을소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