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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2 송년맞이 관악산 산행

2012.12.30

0012년 12월30일 관악산  송년산행을 다녀왔습니다. 계획에 있던 산행은 아닙니다만, 산악회 계시판에 회장님이 올린 번개를 보고 급작스럽게 산행이 결정되었습니다. 둘이서 어느 산을 갈까 고민 하던 중 회장님이 관악산이 어떤냐고 제안하십니다. 사실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관악산은 올해 몇 번을 갔었는데 모두 재미가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 10월 단풍철에 칼바위능선 따라 장군봉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가는 내내 뒷 사람이 바짝 붙어 x침을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한줄로 서서 가니 산행인지 행군인지 구별도 안 가구요^^ 
 그래도 가기로 합니다. 왜냐구요? 춥잖아요ㅎㅎ 눈도 많이 왔구요. 내심 사람없는 고즈넉한 산행을 기대해 봅니다.  


영하 14도! 이렇게 추운날씨인데도사람은 있습니다. 이전에 비하면 1/5 도 안 됩니다. 그래도 많습니다. 하긴 이 코딱지만한 산에 연간 700만명이 다녀간다고 하네요. 700만명이라..... 한달에 60만명, 일주일에 15만명, 그럼 주말에 10만명은 온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그나마 북한산은 산도 크고 코스도 많습니다만 관악산은 코스도 몇개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눈이 와 풍광은 이쁘군요^^     


엄청 추운 날씨인데도 땀이 나네요. 겉옷을 벗어봅니다. 사실 겨울산이라해도 바람만 없으면 의외로 포근합니다. 설악산 동계훈련을 들어가서 반팔입고 산행 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아닙니다. 무지허니 춥습니다. 얼굴도 꽁꽁 얼어 붙습니다.  


늘벗산악회 회장님이군요. 저랑 하나도 안 닯았지요? 그런데 왜 갑자기 닮았냐는 이야기를 꺼낼까요. 회장님은 제 친형입니다^^ 형제끼리 산악회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ㅎㅎ


연주암이군요. 677년 의사대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합니다. 조계종 용주사의 말사인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행가서 만나는 절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의사대사가 창건한 절이 제일 많습니다. 아니 조금 과장해서 우리나라 절의 절반은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 같습니다. 절집에 가시면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5월 4월 초파일날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니 연주암으로 가는 불자들도 많고 산행인구도 많고 관악산 입구가 엄청 혼잡한 날이었습니다. 한 무리의 기독교인들이 연주대 입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팻말을 들고 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저는 그들에게 한미디 했습니다. 

너무하는 것 아니냐구.... 애써 제 눈빛을 외면합니다.
다들 한마디씩하고 올라갑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절 집 텃마루에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메뉴는 김밥에 컵라면 삶은 달걀에 소주한잔. 모두 관악산 입구에서 구입한 것들이지요. 집에서 안 싸오냐구요? 귀찮아서 그냥 옵니다. 집에다가 싸달라고 하라구요? 아침 차려놓고 나가랄까봐 언른 도망나옵니다. 산에 보내주는 것만도 어디인데요. 그냥 이렇게 살지요ㅎㅎ 


연주대군요. 관악산에서 풍광이 제일 줗은 곳입니다.


연주대는 '임금을 연모하는 곳' 이라는 뜻인데 두가지 설화가 있습니다. 먼저는 고려가 망하고 고려의 충신들이 송악산이 바라보이는 이곳에 올라 망한 왕조를 그리워 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태종의 첫째아들인 양녕대군, 그리고 효령대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양녕은 세자까지 책봉되었으나 셋째인 충녕에게 왕위가 이어집니다. 낙심한 양념과 효령은 이곳에 올라 임금 자리를 그리워 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승자는 충녕이 아니라 양녕이었다는 것입니다. 세종은 당료병때문에 많은 고생을 합니다. 천수도 50을 갓 넘기도 돌아가게 됩니다. 반면 양녕은 70대 중반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며 떵떵거리고 삽니다. 심지어 세조의 왕위찬탈인 계유정란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왕위에 오른 세종보다도 온갓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린 양녕이 승자에 가까웠다고 볼수 있지요. 물론 후대의 평가는 전혀 다르겠지만요.  


이제 연주대를 지나 사당역 능선으로 하산합니다,


사당역쪽 능선은 관악산에서 가장 긴 능선입니다. 풍광도 좋구요. 시계가 좋아 북한산이 코앞에 잡히는 군요. 멀리 인천 송도 신도시, 개성 송악산까지 보입니다.


눈이 많은 심설산행입니다. 서울에 있는 산에 이렇게 눈이 많기는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설악산 서북주능을 등반하는 느낌인데요^^


스틱을 적절히 잘 활용하는 회장님과 저는 아이젠을 착용 않고 등반을 합니다. 왜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느냐구요. 불편합니다. 바위에 잘 미끄러지고, 눈이 잘 달라붙고. 미끄럽지 않냐구요. 다리가 네개입니다ㅎㅎ   
이렇게 송년 심설 산행을 마치고 사당역으로 하산합니다. 매우 추운날 얼굴이 얼어버릴 정도였습니다만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관악산 #연주대 #심설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