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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3 숭문중학교 산악부 하계훈련 - 울릉도 성인봉

2013-08-23

지난 7월 23일부터 5일간 숭문 산악부 하계훈련을 다녀왔다. 장소는 울릉도 성인봉, 아니 울릉도 전역이라고 말해야 타당하듯 하다. 학생 17명에 지도 교사 두명. 사실 산행에 15명이 넘어가면 지도교사 두명이 감당하기에 좀 무리가 있다. 선두와 후미간의 거리가 멀어져 원활한 진행이 안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마음같아서는 한명의 지도교사가 중간에 자리를 잡으면 좋을듯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지도교사는 둘 뿐인데^^


출발은 새벽3시 이대입구 지하철역. 산악부 산행을 이렇게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울릉도는 버스타고 다시 배를 타야하는 관계로 대부분의 이 시간에 출발해야 한단다. 6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동해시 근처에 도착 아침식사를 한다. 새벽이라 입맛이 깔깔할텐데 아이들은 잘 먹는다.   


우리가 타고 갈 선플라워 2호가 보인다. 4600톤으로 그리 큰배는 아니지만 잔잔한 바다를 헤치고 큰 흔들림없이 4시간만에 울릉도에 도착한다.  


울릉도는 가로 10km 세로 9.5km 면적 72㎢ 의 화산섬이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울릉도를 가서 가장 놀란 것은 섬 가운데 분화구인 나리분지를 제외하고는 평지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대분분 심한 급경사를 이루는 언덕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 면적보다 휠씬 좁게 느껴진다. 급경사와 화산암으로 인해 곡물농사는 불가능하고 약간의 밭 작물과 약초가 재배된다. 미역취와 명이나물이 많이 나는데, 나머지 대부분의 생필품을 육지에서 가져와야 하는 관계로 물가도 비싼 편이다.  


도동항에 도착, 타고갈 버스를 기다린다. 사실 20명 가까운 대규모 인원이 움직일 때 가장 큰 어려움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원이 많아 쉽지 않을뿐 아니라 배낭이 커서 처치곤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고 운전사가 인상을 쓰며 싫은 내색을 하는 경우도 많다. 추가 요금을 달라고해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리분지 야영장까지 전세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가다보니 거북이를 닮은 바위가 나온다, 어미 거북이 새끼거북을 등어 업고 있는 형상이란다. 제주도의 용두암처럼 울릉도에서 가장 상징적인 바위인 것 같다.


가북바위 바로 아래 방파제 뚤린 구멍 사이로 물이 솟아 오른다. 파도가 치면 바닷가쪽 구멍으로 물이 들어 와 솟아오른다. 규모는 작지만 남태평평양의 블로우 홀을 연상시킨다. 블로우 홀은 거센 파도가 해안가의 구멍을 타고 들어와 해안에 난 구멍으로 간헐천처럼 솟아 오르는 것을 말한다. 높이가 수십m 이상 솟구치는 곳도 있으며, 그 특이한 광경때문에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다. 울릉도해안 파도가 거세게 치는 곳에 인공적으로 이런 시설을 만들어도 좋은 관광자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리분지에 도착 야영준비를 한다. 아담한 풀밭으로 한가지를 제외하고는 야영하기 적당한 장소이다. 그것은 모기... 배쪽에 3개의 선이 있어 내가 일명 아디다스 모기라 부르는 산모기다. 극성스럽게 달려들어 물어 댄다. 어찌나 극성스러운지 첫날 엄청나게 많이 물린 녀석들은 둘째날 아예 공원쪽 인도위에서 노숙을 한다.     


야영준비가 끝나고 저녁식사 준비를 시키고 가볍게 산책을 하던 중 전화벨이 다급하게 울린다. 한녀석이 국을 쏟아 다리를 데었다는 것이다. 이런! 얼른 달려가보니 허벅지에 껍질이 다 벗어지는 화상을 입었다. 그렇게 주의를 주었늗데도.... 사실 야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의 텐트안에서 버너와 코펠의 관리이다. 좁은 텐트안에서 국이 쏟아지거나 버너가 엎어지면 난리가 난다. 그래서 언제나 코펠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를 한다. 실제 전문 산악인의 야영에서도 많이 벌어지는 사고이다. 산악인 허영호씨도 남극탐험 중 쏟아진 국에 다리를 데어 탐험을 중도에 그만둔적이 있다. 텐트 밖에서 음식을 하다보니 조금 주의가 흐트러진 모양이다. 울릉도에 병원은 여기서 정반대 쪽인 도동항밖에 없다. 결국 왕복 택시비 14만원을 주고 병원을 다녀온다. 그런데 치료비는 3000원. 그나마 지리산이나 설악산 같았으면 모든 일행이 철수해야 했을 거라  소선생과 얘기하며 서로를 위로해 본다.     


화산의 분화구 답게 높은 봉우리들이 나리분지를 둘러싸고 있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로 농기계를 사용해 농사 짓는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다른 곳은 대부분 급경사로 인해 모노레일을 설치해 농사를 짓고 있다. 모노레일을 이용한 농사는 이탈리아 여행 중 소렌토지역에서 많이 보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유일한 단체사진. 일반적으로는 출발시간에 보여 단체사진을 한장 찍는데 이번에는 새벽 3시에 출발하느라 경황이 없었다. 그래도 사진찍느라 소선생은 빠져있다.


평지가 거의 없는 섬인 관계로 나리분지를 벗어나자 계단이 시작된다. 계단은 거의 성인봉 정상까지 이어진다.  성인봉을 등산로 부변에는 수많은 고사리나 고비를 비롯한 수 많은 양치류가 눈에 띈다. 양치류는 관다발식물로 꽃을 피우는 대신 포자체로 번식을 한다. 지질시대에 풀이 나오기 이전에 번성했던 식물들이다. 울릉도에 양치류가 많이 번성하는 것은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울릉도의 생태계가 지질시대 원시지구의 형태와 닮아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드디어 성인봉 도착. 성인봉 자체가 그리 조망이 뛰어난 곳은 아니다. 게다가 운무까지 끼여있여 시계가 좋지 않다. 모름지가 산이 대접을 받으려면 최고봉의 조망이 좋아야 한다. 지리산 천왕봉이나 설악산 대청봉이 대접받는 것은 단순히 높이 때문만은 아니다. 힘들여 올랐을 때 탁트인 조망과 풍광의 장쾌함은 산행의 피로를 씻어준다. 오대산이나 명지산에 오르면 그 높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풍광을 보기 어렵다. 반면에 북한산은 높이가 한참 낮음에도 불구하고 장괘한 조망을 자랑한다.  


중간쯤에 보이는 나리분지 조망이다. 아마도 울릉도에서 바다를 제외하고는 가장 넓게 풍광이 보이는 지점인 것 같다.


약수터인 신령수 옆에서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양송이 스프에 식빵. 취사가 가능한 곳이면 간단한 점심식사로 아주 유용한 것이 스프다. 만들기도 간단할 뿐 아니라, 그냥 물처럼 마셔도 되고 식빵에 찍어 먹어도 좋다. 김밥과 같이 먹어도 훌륭하다. 요리라고는 처음해보는 현식이 녀석이 제가 만든 스프가 맛있다고 자랑이 여간 아니다.  이렇게 야영장으로 돌아와 하루를 더 야영하고 다음날 천부로 출발한다. 내려가는 길은 차가 다니는 길인데도 경사가 급해 거의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 든다.


천부항에서 관음도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천부항은 조선시대에 왜인들이 이곳에서 배를 만들고 울릉도의 나무들을 도벌하여 운반하였던 곳이어서 왜선창이라고 불렸으며, 옛날부터 선창이 있었던 곳이라 하여 예선창이라고도 하였다. 예전에는 울릉도 오징어배의 주항으로 많이 번성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냥 고즈넉한 시골항구이다. 천부리에 있어 천부항이라고 불린다.  


이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동 중에 삼선암이 보인다. 직벽으로 높이 솟아 있는데 해벽이 암벽등반하기 딱 좋아보다면 소선생이 입맛을 다신다. 물론 조금 날카롭기는 하겠지만^^ 


관음도에 도착, 구름다리를 건넌다. 2012년에 완공된 다리로 관음도는 넘어가는 바다의 물빛깔이 정말 예술이다.


관음도는 섬 북동쪽에 관음쌍굴이 있어 관음도라 불린다. 깍새섬이라도 하는데, 울릉도 개척 당시 경상북도 경주에서 입도한 사람이 배를 타고 고기를 잡다가 풍랑을 만나 이 섬에 올라 왔단다. 추위와 굶주림에 떨다가 밤에 불을 피워 놓으니 깍새(슴새)가 먹이를 찾아 온 것을 잡아 구워 먹었다. 맛이 좋아 그 뒤에도 자주 이 섬에 깍새를 잡으러 다녔다고 해서 깍새가 많은 섬이란 뜻에서 깍새섬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제 관음도 앞에서 배를 타고 이동한다. 섬 일주도로는 2016년이나 완공된다고 한다. 그래 배를 타고 저동항에 내린다. 저동항에서 물어물어 내수전 약수터를 찾아간다. 오늘의 야영장소 되겠다.


내수전 약수터에 도착한다. 내수전은 울릉도 개척 당시 이 지역에서 김내수(金內水)라는 사람이 곡괭이로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고 해서 ‘내수전(內水田)’이라 불리게 되었다.그리고 예부터 닥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저전포라고도 하였다. 내수전약수터의 약수는 철분 성분이 풍부한 탄산 약수로 유명하다.  내수전은 전망대부터 우리가 배를 타고 온 섬목까지 이어지는 옛길이 남아 있는 곳이다. 울릉도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손꼽히는 곳으로 아직도 일주도로가 관통되지 않았다. 그런데 약수터 어디에도 야영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안내책자에는 야영장 표시가 있는데 정자와 운동시설 몇개외 어디에도 텐트를 치고 야영할 만한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어쩐다.... 일단 점심을 해먹기로 한다. 약수터니 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 더운 여름에 그게 어디냐며 조별로 점심 준비에 들어간다. 오늘의 메뉴는 일명 골빔면. 짜빠구리 히트에 이어 나온 골뱅이를 넣은 비빔면이다.


조별로 골빔면을 해서 한참 먹고 있는데 한 녀석이 수질 검사서를 들고온다. 수질 음수용 '부적합' 그러지 않아도 철분 성분때문에 물맛이 이상하다고 투털거리던 녀석들이 기겁을 한다. 여기 물 못 먹는다고 난리가 났다. 사실 내가 이 검사서를 먼저 보긴는 했다. 자세히 보니 물의 탁도가 높은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문제는 없는 것이다.  탁도가 높은 것은 물을 받아놓고 조금 기다리며는 해결될 문제이다. 그래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던 것인데 호기심 많은 현식이 녀석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 검사서를 빼들고 온 것이다.  물이 없으면 야영도 불가능하다. 결국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한다. 문제는 내수천과 더불어 유이한 야영장인 저동의 야영장은 그늘 하나없는 해변이라는 것이다. 결국 민박집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텐트안에서 고생할 생각에 의기소침해 있던 녀석들이 난리가 났다. 원래 민박집은 마지막날 하루만 들어가려고 했는데 현식이 녀석 덕분에 아이들이 호강하게 되었다^^


다음날 독도로 가기 위해 사동항으로 간다. 사실 독도입도는 불과 몇년전부터 허락이 되었다. 일본과의 독토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면서 독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독도입도를 허가하게 된다. 사실 독도 입도 허가 정책때문에 가장 혜택을 본 곳은 울릉도이다. 독도를 가기위해서는 당연히 울릉도를 들려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을 수가 폭팔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 여름만 해도 하루에 7000명이 울릉도에 들어 온다고 한다. 그중 상당 수가 독도때문에 들어오는 관광객이다. 사동항에서 독도까지는 두시간 걸린다. 날이 좋아야 독도입도가 가능하다고 하니 평온한 바다를 기대해본다.


날씨는 좋은데 파도가 조금 높다고 입도가 허락되지 않는다.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유람선이 독도를 한바퀴 도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독도는 작년 2012년 8월 이명박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바 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였는데, 그 과정이나 시기와 관련되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독도는 우리가 실효지배하는 우리의 영토다. 반대로 일본은 끊임없이 분쟁 지역화 하려고 노력한다. 대통령의 방문은 이런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일본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대단히 강한 메시지이다. 문제는 독도방문을 단행하겠자는 의사표시로 외교적 우위를 점하는 것과 실제로 단행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는 것이다. 외교적으로 봤을 때 이미 실행된 행동은 아무런 협상력을 가져다 줄 수 없다. 결국 이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전세계적인 화제를 일으키며 일본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즉 일본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영토 분쟁지역화에 일정 정도 성공한 것이다. 더구나 이때는 일본과 런던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 결정전이 코앞에 닥쳐있던 때이고 불과 몇달전 일본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1급 군사정보까지 교환하기로 협정을 맺은 시기이다. 결국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일본에 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 라기 보다는 떨어진 지지율 만회를 위한 국내용 정치 행위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얼마 후 벌어진 일본 중의원선거에서 아베의 자민당이 압승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해준다.  그 이후 아베는 끊임없는 우경화 행보로 주변나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같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소인철 선생. 대부분의 학교에서 산악부 지도선생은 1명인 반면에 숭문중학교 2명이 한다. 10명 이상 넘어가는 산행을 혼자서 지도하기는 무척 힘들다. 둘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른 산악부 지도 선생님들이 숭문 산악부를 부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에 왔다고 티를 내는 것은 아닌데 수염이 덤수둑하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한 두가지씩 징크스가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산에 오면 면도를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싶다. 물론 짐도 무거우니 면도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면도를 하면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믿기도 한다. 산악그램드 슬램을 달성한 고 박영석 대장이 대표적인데, 여러 원정에서 후배들이 면도를 했다가 혼난적이 많다.  

 

독도 탐방을 마치고 도동항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소선생과 가볍게 도동항을 산책한다. 여름 관광객들이 많아 항구에 어시장이 서 있다.


그 유명한 울릉도 오징어를 한주 삼아 가볍게 한잔한다. 성인봉 등반과 야영, 독도탐방까지 다 마무리 했으니 일종의 하산주가 되겠다. 소선생과 권커니 작커니 하면서 잔을 기울인다. 다른 학교 산악부 지도교사들이 숭문산악부를 부러워하는 또 하나의 이유 되겠다^^


다음날 아침을 해먹고 가볍게 해안가를 산책한다. 해안을 따라 조성해 놓은 산책로가 아름답다. 배 출발시간은 오후 2시. 조금 여유를 부려본다.


도동항에서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대부분 화산암을 깍아서 만들었다. 파도가 거세지면 출입이 통제되기도 하지만 꽤나 깊은 바다 옆으로 이어져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이렇게 산책을 마무리하고 배에 올라 하계훈련을 마무리하계 된다. 출발하는 날까지 장마비가 내려 노심초사했는데, 계속 비가 오고 흐렸던 서울날씨와는 다르게 아주 맑고 쾌청해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