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튀르키예(2부), 아나톨리아 반도의 동쪽으로 1 - 볼루

2023년 7.26일 분터 20일 간 튀르키예의 동쪽을 다녀왔다. 2019년 서쪽으로 반을 돌았으니, 이번 여행으로 대강 튀르키예의 수박 걷할기 정도는 마친 것 같다. 한반도 4배 크기의 땅을 고작 2번의 여행으로 다 돌아볼 수는 없다. 도시와 주요 유적지 중심으로 한 바퀴 드라이브했다고  해야 하나. 지난 2019년 여행에서 서쪽 도시와 유적지를 중심으로 7편 정도의 글을 썼다. 2부는 동쪽의 도시를 중심으로 6편 정도 써보려고 한다. 다녀온 직 후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블로그에 문제가 있어 계속 미루다 보니 어느덧 6개월이 지나고 말았다.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다시 여행기를 정리하려니 난감하기도 하다.  

아나톨리아 반도 동북쪽 한바퀴

비행기표부터 찾다가 이스탄불 직항편을 구한다. 국적항공기에 직항 편까지 구하다니 오래 살고 볼일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는 않았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는 것이지^^ 그런데 갑자기 친구에게 연락이 온다. 더 싼 게 나올 것 같아서 취소했다고.... 그럼 그렇지... 그런데 더 싼 게 구해질까? 불행한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결국 표를 구하지 못해 직항은 고사하고 중국 경유, 다싱 공항에서 9시간 대기표를 타는 신세가 되었다. 9시간이면 북경이나 한번 나갔다 오면 되겠다 생각한다. 그런데 찾아보니 말들이 많다. 누구는 나갔다 왔고 누구는 못 나가고.... 뭐지? 결론은 공항 직원들 마음대로, 그때그때 달라요. 결국 다싱 공항에서 9시간을 대기하기로 한다.   

다씽공항 라운지 앞

다싱공항은 얼마 전에 개항한 베이징 남쪽에 개항한 세계최대의 공항이다. 서우두 공항도 큰데 더 큰 공항이라고? 하여간 중국인들 큰 거 많이 좋아한다. 휠체어 서비스를 받아 직원이 안내해 주는 길을 따라 환승구역까지 가는 데만 3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는 다시 대기에 티겟팅, 그나마 짐은 찾지 않고 한 번에 이스탄불까지 간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찾아보니 PP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가 보인다. 아주 널찍하고 샤워실에 수면실도 있다. 이것저것 주전 버리를 먹고 샤워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것도 이용시간 한도가 5시간, 시간을 때우고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올라탄다.

 

이스탄불 도착, 짐 찾고 차 빌리고, 시간이 한참 걸린다. 그나마 풀커버 보험을 들라고 하는 렌터카 친구들을 물리치고 빠르게 일을 진행한다. 현장에서 보험을 추가하면 가격이 비싸다. 미리 다 들고 가는 것이 좋다. 물론 이 친구들은 또 필요하다며 다시 보험을 추가로 들 것을 요구한다. 미리 풀커버를 했으면 흔들릴 필요 없다. 그나마 새벽에 도착한 비행기라 오전 중에 다 마무리하고 출발한다. 오늘 목표는 이즈미르. 구글 내비게이션 덕분에 지도를 찾는 수고도 없이 그 복잡한 공항을 쉽게 빠져나와 이즈미르로 행한다.    

불루 외각 호텔

이즈미르에 도착한다. 이스탄불에서 100km 조금 넘으니 금방 도착한다. 그런데 엄청 복잡하다. 육상, 해양 교통의 요지라 그런데 매연도 심하다. 숙소 한 두 군데를 찾아보았지만 볼만한 풍경이나 유적지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오후 2시, 시간도 너무 이르다.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찾아보니 조그만 도시 볼루가 눈에 띈다. 산에 둘러싸인 분지이며 근처에 국립공원과 산이 많은 도시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도시 외각의 숙소를 찾아본다. 비까지 내리는데 나름 운치 있는 숙소들이 눈에 보인다. 호텔가격도 무척 저렴한다. 투르키예의 고환율 정책에 외국 여행자들은 엄청난 혜택을 보고 있다. 1리라가 거의 50원 정도 한다. 2019년에만 해도 80원 정도였다. 그때보다 무려 60% 정도 리라화의 가치가 떨어졌다. 여행자들에게는 축복이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닐 터이다.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가 너무 올라 무엇인가 살 것이 있으면 빛을 내서라도 사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이 가장 싼 날이기 때문이다.

에페스 매주.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식당 식당으로 향한다. 그런데 주류는 팔지 않는단다. 이런.... 예상은 했지만 첫날부터. 주인에게 물어, 아까 왔던 길을 되짚어 마트로 간다. 동쪽으로 갈수록 술집은 더 없어지고 술사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안 먹을 우리도 아니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다음날 일찍 호텔 뒤편에 있는 호수로 드라이브를 나간다. 예디골레르 국립공원과 아반트 호수가 있어 터키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휴양지다. 아반트 호수 뒤편의 비포장 도로가 끊어질 듯 뜮어질 듯 이어진다. 이곳은 터키에서도 손꼽히 단풍명소이다. 한여름이니 단풍을 볼 수는 없지만 청명한 파란 하늘과 쪽빛 호수가 잘 어울린다.   

아반트 호수

아침시간이니 관광객들도 많지 않고 여유로운 풍광이 우리를 반긴다. 아마도 여행 오면, 사람 없이 이 시간에 한가롭게 즐기는 자연의 풍광이 가장 좋은 것 아닌가 싶다. 나름 규모가 있는 캠핑장도 있는 것으로 봐서 오후나 저녁에는 꽤 사람도 많고 번잡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 안 주인과 딸

호텔에 도착하니 조식을 준비해 주신다. 온갖 야채와 치즈로 준비되는 말 그대로 지중해식 건강식단이다. 어제 먹은 술로 입맛이 살짝 깔깔하지만 계란찜(?)으로 속을 달래며 맛있게 식사를 한다. 메네멘이라고 불리는 계란찜은 우리 계란찜보다는 야채가 많이 들어간다. 치즈도 많이 들어가고 부드러워서 아침식사로 좋다. 다 먹고 냄비를 숟갈로 박박 긁고 있자, 안주인은 얼른 하나를 더 해주겠다고 일어선다. 구태여 사양하지 않고^^ 뻔뻔하게 기다려서 한 냄비를 더 먹는다. 산속의 호텔은 한국 손님은 처음이라면서 많이 환영해 준다. 블랙핑크를 좋아한다는 딸은 한국 사람 너무 좋다면 반가워한다. 투르키예 동쪽의 시골에서 한국은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하고 궁금한 나라가 되었다. 여행에 만나는 투르키예 젊은이들 대부분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한국 사람이라면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여러 나라 여행을 많이 다녀지만 새롭게 경험하는 현상이다. 코레아는 이들에게 마법의 단어가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일주일 100시간 노동하자면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지만 말이다.  

볼로 도심 중앙 공장

아침식사 후 볼루의 도심으로 나가 본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의 중앙 광장에 유명한 바지예르 모스크가 있다. 중앙광장은 차량 통행을 금지해서 걸어 다니기 좋은 곳이다. 볼루에 대해 알아보자

 

볼루는 아카르 서북쪽으로 110km 종굴다크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진 협곡 분지에 위치한다. 인구는 약 20만 명이고 불루주의 주도이다. 고대 로마부터 발달한 도시로 시내에는 바지예르 모스크(울루자미) 다쉬한(여관) 볼루 박물관, 로마시대 경기장 유적 등의 볼거리가 있다. 해발 700m의 고지에 위치하여 여름에도 32도 이상 오르지 오르지 않는 선선한 기후를 가졌다. 11세기에 셀주크 투르크가 점령한 이후 동로마 제국과 뺏고 빼앗기는 공방전을 벌였으며  14세기 오스만에 정복된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나무 위키 편집)

술탄의 목욕탕

바지예르 모스크 바로 아래 술탄의 목욕탕이라 이름 붙은 건물이 보인다. 설명으로 보니 이스탄불의 유명한 모스크인 Sukullu Mehmet Pasha Mosque를 설계한 메호메 파사가 설계한 목욕탕이다. 목욕탕의 특징을 몇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내부 시설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궁극즘을 더 한다. 목욕문화가 발달한 로마에 비해서 오스만은 상대적으로 온천이나 목욕탕 유적이 적었다. 그나마 엄숙주의가 유행하며 멀쩡한 그림에도 옷을 입히는(?) 유럽의 중세보다는 나은 편이라 간간히 이런 시설들이 남아 있다.

 

로마 시대 목욕탕 유적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로마시대 잘 보전된 목욕탕 시설에는 커다란 탕 하나만 보이고, 탈의실이 안 보인다. 즉 옷을 벗어 보관할 장소가 없는 것이다. 탕이 하나인 것은 당연히 남녀 혼탕 문화의 산물이고, 그러면 옷들은 벗어서 어떻게 했을까? 정답은 집에서부터 벗고 오는 것이다. 벗고 와서 목욕하고 벗고 집에 가는 것이다. 그래서 탈의실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남녀 혼탕문화는 지금도 유럽에 많이 남아 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스위스에 가보면 남녀 혼탕들이 아직도 많이 영업하고 있다. 필자는 가 봤냐고? 물론 들어가 봤다^^ 어땠냐고? 그건 상상에 맡기겠다^^ 

골죽 자연공원 트레킹 개념도

도심 관광이 마치고 골죽 자연공원으로 향한다. 볼루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연공원이라고 한다. 볼루가 해발 700m의 분지다 보니 해발 1000m 넘는 산들이 볼루를 둘러싸고 중턱에 호수들이 있다. 트레킹 코스도 많이 보이는데 실제로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트레킹 같은 문화는 국민소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민소득 2만 $ 가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삶의 질이나 운동이 생활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부터 차량 운행이 줄고 자전거를 비롯한 여가 활동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튀르키예는 국민소득 1만$ 정도임에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려는 문화가 존재한다. 아무래도 서구 유럽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트레킹 비롯한 다양한 여가 문화가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여유롭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골죽호수가 식당

튀르키예 사람들 여가생활의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여가 생활을 같이 하는 존재가 대부분 가족이며 그것도 대가족들이다. 우리처럼 친구, 동창, 동호회끼리 여행을 다니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가족 제도가 아직도 사회의 근간이며 대가족을 중시하는 전통사회의 근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골죽호수 한바퀴를 돌수있는 산책로가 있다.

골죽 호수를 한 바퀴 돌며 투르키에 자연공원의 매력에 취해본다. 자전거 도로도 만들어져 있는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진을 찍는 젊은 남녀들이 많이 보인다. 히잡이나 부르카, 니캅을 한 여성들도 많이 보인다. 나름 열심히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햇볕이 강하다고 선글라스도 쓰고 있다. 얼굴 전체를 다 가리고 선글라스로 눈도 가리고 열심히 찍고 있다^^ 

흑해로 가는 곳속도로 중간 휴개소

이제 북쪽으로 올라간다. 지난 여행 들렸던 샤프란볼루를 거쳐 흑해 연안으로 올라간다. 가던 길에 휴게소가 보인다. 너무 풍광이 좋아 차를 세우고 차이 한잔. 투르키예는 국도나 고속도로 중간이 이런 야메(?) 사설 휴게소들이 많다. 공식적인 휴게소보다 훨씬 정감 있고 분위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