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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튀르키예(2부), 아나톨리아 반도의 동쪽으로 3 - 아르트빈,

며칠 간 바닷가만 돌아 다녔더니 흑해 풍광이 실증나기 시작했다^^ 아주 잔잔한 바다, 섬도 거의 없는 수평선, 이런 풍광이 무료해 졌다. 그럼 산으로 가야지! 어차피 흑해 연안을 따라 산맥이 이어지고 있다. 트라브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맥 사이에 우준괼이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트라브존을 오면 꼭 들리는 관광명소이다. 여길 갈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가야할 곳은 조지아다. 그래서 조지아 방향으로 좀더 멀리 진행 해보면 어떨까 싶어 장소를 수소문 해본다. 그래서 찾은 곳이 아르트빈.  

산맥 구릉에다 도시를 붙여 놓았다.

내륙으로 방행을 잡고 차를 몰아간다. 내륙호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댐을 막아 놓아 생긴 인공 호수다. 소양호나 충주호를 따라가는 느낌이 난다. 이런 길은 자전거로 라이딩을 해야 제격이다^^

이런 길은 다리와 터널이 많다.

매년 자전거 라이딩으로 속초나 주문진을 간다. 이전에는 차량의 지원을 받아 차선 하나를 잡고 갔었다. 속초까지 자전거 타고 간다고 운전자들이 응원의 박수도 쳐 주고 그랬었다. 그러나 그것도 2000년대의 얘기. 지금은 운전자들은 자전거 엄청 싫어한다. 신호 안 지킨다고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차가 출동하기도 한다. 자전거 타는 인구가 엄청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서 속초, 주문진 갈 때는 차도의 갓길을 이용한다. 가장 큰 난관은 터널 통과이다. 터널은 갓길이 없어 차선을 잡고 갈 수밖에 없는데 지나가는 차량들의 소리가 엄청난 공포이다. 아니면 터널 말고 다른 길로 돌아가라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자전거는 인제 직전에 있는 군축령 터널을 가지말고 군축령을 넘어 가라는 것이다. 거의 죽으라는 얘기다^^   

숙소에서 바라본 아르트빈 시내

공유앱으로 숙소를 잡는다. 도시 거의 맨 위쪽에 위치한 아담한 주택이다. 오래된 전통 주택을 건축가인 집주인이 수리를 해서 숙소로 임대해 준단다.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라 숙소를 얻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도시 전체가 엄청나게 가팔르고 길들이 좁아 운전하는데 주의가 필요하다.  

 

아르트빈은 고산도시라 여름도 좋지만 가을단풍철로 유명한 곳이다. 즉 튀르키예의 완연한 가을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산지와 고원으로 둘러싸여 어디서든 튀르키예의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아르트빈이 추천된다.

흑해 동쪽에 위치한 아르트빈은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산책로, 캠핑장 등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토지의 약 55%가 숲으로 덮여 있어 사시사철 4색 풍경을 빚어낸다. 아르트빈의 대표 호수인 보르츠카 카라괼(Borcka Karagöl)에선 단풍이 내려앉은 울창한 숲이 수면 위로 비친다. 호수를 따라 난 약 2.4km 길이의 산책로를 거닐며 여유롭게 삼림욕을 즐기거나, 보트를 대여해 물안개가 피어나는 멋진 전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또 아르트빈은 조지아와 국경에 있는 카츠카르 산맥에서 타는 극한 스포츠, 헬리스키의 출발점이기도 한다. 모든 장비와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요금은 1000 - 2000 달러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헬리스키를 즐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 나중을 기약해 보자.

병준이 아타튀르크 흉내를...

다음날 아타테페로 향한다. 아르트빈 오른쪽 전망 좋은 곳에 아타튀르크 동상을 세우고 휴게소도 만들어 놓았다. 올라가는 도로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으나 승용차로 못갈 정도는 아니다. 아르트빈 전 시내가 조망되며 건너편 산과 풍광을 감상하는 데도 제격이다. 세계 최대의 아타뒤르크 동상이라고 자랑한다. 북한의 김일성동상보다 큰가? 괜히 동상이 크다는 소리에 심퉁스럽게 혼자말을 해 본다. 기념하고 자랑하고 싶은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분명 자신들의 자부심과 존경심을 나타내는 행위일 것이다. 그런데 너무 크게 많이 세우면 우상화 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타튀르크 동상에 시비를 거는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란다^^  

인구는 많지 않으나 그래도 아르트빈 주의 주도이다.

고산도시의 특징은 더위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르트빈의 해발이 800m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 평창과 비슷하다. 이 정도의 해발 높이가 사람살기에 쾌적하고 좋다. 대신에 우리나라 평창은 겨울에는 좀 춥다. 여름에도 반팔 셔츠를 입는 날이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겨울에는 아열대 지방 높은 고도에 있는 도시들이 쾌적하다. 증국의 윈난성, 태국의 치앙마이, 필리핀의 바기오 등은 여름에도 덥지 읺고 사계절 봄날씨다. 나중에 은퇴하면 이런 도시로 가서 겨울을 지낼까 계획중이다. 물론 이런 도시도 단점은 있다. 같이 놀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것 말고도, 1년 내내 봄이니, 피는 꽃을 그다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세상에 다 좋은 것은 없는 것이다. 

아타테페는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병준이 재필이와 여행을 다닌 지도 몇 년이 되었다. 재필이와는 30년 째 같이 여행 중이고 병준이까지 셋이 다닌 지는 6,7년 쯤 되었다. 셋이 워낙 호흡도 잘 맞고 재미도 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문제가 생겼다. 우리끼리 노는 것이 재미있다 보니 셋이서만 놀고 있는 것이다^^  여행가서 즐거운 일 중 하나가 현지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인데 너무 우리끼리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는 각자 놀아봐야 한다. 그래서 다음 겨울 시즌에는 각자 움직이자고 제안해 본다ㅎㅎ      

델리클리카야 폭포. 석회암 지형이 무너져 구멍 안에서 폭포가 떨어진다. 

다음날 아르트빈 인근의 도시 무르굴의 델리클리카야 폭포로 향한다. 길도 안 좋아 아르트빈에서 족히 2시간은 걸린 것 같다. 어느 나라나 폭포는 관광지가 된다. 그것도 석회암 지형이 무너져 하트 모양을 만들며 일명 하트 폭포라는 이름이 붙으면, 불원천리를  불사하고 찾아간다. 폭포는 찾아온 정성에 비해서 그리 감동적지는 않다. 대신 유일한 외국인인 우리가 현지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대분분 대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튀르키예 사람들 입장에서 늑수구래한 중년아저씨 셋이 여행다니는 것이 못내 신기한 모양이다. 하긴 이번 20일 간  튀르키예를 여행하면서 중년 남자 셋이 여행하는 다른 팀을 본적이 없다. 아니 그 전에 스페인 포루투갈에서도 본적이 없다. 우리가 이상한 건가^^    

절반 쯤 모인 대가족들

바로 옆자리에 앉은 가족들도 족욕하며 사진을 찍는다고 법석이다. 설자리가 부족한지 절반 씩만 모여서 사진을 찍는다. 우리나라도 가족이 모이기는 한다. 물론 같이 사는 대가족은 아니고 부모, 형제, 자매, 손주들이 모이는 것이다. 필자도 부모님 생신에 모이면 형제, 손주들 합쳐 20여 명이 넘는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깨달은 것이 있다. 20여 명에 넘는 가족이 모였는데, 미성년자가 한명도 없는 것이다. 자식들은 다 커 성년이고, 결혼은 안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원인이 우리집에도 있다는 것 이제 깨달았다ㅠㅠ

숙소 앞마당

숙소로 돌아와 앞마당에 앉아 편안하게 맥주 한잔 해 본다. 튀르키예 에페스 맥주 좋다. 우리나라 맥주가 워낙 맛이 없으니 다른 나라 가면 다 맥주 맛이 좋다. 여행 중 사진을 본 몇 몇 지인들이 맛이 궁금하다고 난리를 쳐, 돌아 올때 한국까지 몇 병을 공수하기도 했다. 자 이제 와인의 발상지라는 조지아로 넘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