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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코커서스의 심장 조지아 - 3. 메스티아(스바네티 트레일)

트빌리시에서 매스티아까지 10시간 정도 걸린다. 네이버 '사진과 여행이야기' 블로그에서 인용

 메스티아를 가려면 카즈베기에서 다시 트빌리시로 나와야 한다. 트빌리시 출발, 구불구불 도로 전체가 공사 중인 매스티아를 10시간 걸려서 도착한다. 조지아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코카서스 산맥 트레킹. 조지아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이곳에는 많은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중에서도 코커서스 산맥을 가장 멋지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스바네티 트레일이다. 중앙 코카서스산맥의 남쪽 경사면에 위치하는 스바네티는 코카서스에서 가장 높은 거주 지역으로 3,000~5,000m 봉우리들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코카서스의 가장 높은 봉우리 10개 중 4개가 이곳에 있다. 스바네티 트레일은 메스티아에서 우쉬굴리까지 약 60km 를 3박 4일에 걷는 매력적인 코스이다.

매스티아 가는길 잠시 들린 카페. 동네 어른신들이 술한잔을 주신다.

메스티아 가는 길, 한적한 동네 카페에 잠시 차를 세운다. 차 한잔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동네 아저씨들과 지니가 신나게 웃으며 떠들고 있다. 그 짧은 사이 벌써 몇 순배 술이 돌아가고 웃음꽃이 만발하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와인 증류 주 차차를 마시다가 지니에게 권한 모양이다 술에 진심인 지니가 사양할 리 없다. 70도짜리 술이 몇 순배 도니 지니와 어르신들은 벌써 동네 친구들이 다 되어 있었다^^  필자도 몇 잔 얻어먹었는데, 정신이 번쩍 나게 독한 술이다. 지니는 주타 트레킹에서 만난 후 합류하여 스바네티 트레일을 같이 걷기로 했다.   

험난한 지형으로 외부 접근이 어려웠던 스바네티는 특별한 역사와 건축물,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폐쇄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칭기즈칸이 조지아를 침략했을 때도 워낙 오지였던 스바네티 지역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특히 겨울에는 많은 눈으로 세상과는 고립된다. 그러다가 2011년 주그디디와 메스티아 도로가 완공되면서 일 년 내내 접근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쿠타이시에서 미니버스인 마슈르카를 타고 메스티아로 가는 길은 도로 상태부터 심상치 않다. 지반이 무너진 곳도 여러 곳이고 도로 갓길은 절벽인데 난간조차 없는 곳이 태반이다. 게다가 마주 오는 차량이 대형인 경우에는 비켜가기 위해서 곡예 운전도 서슴지 않는다. 길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어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메스티아

트빌리시에서 차량으로 10시간 가까이 걸리니 꼬박 하루를 길에서 소비해야 한다. 그러게 도착한 메스티아는 스바네티의 심장부이며 조지아의 스위스라로 불리우는 지역으로, 트레킹이나 하이킹을 목적 여행객의 거점 도시이다. 매스티아는 중심이랄 수 있는 세티광장으로 주변에 인포메이션 센터를 비롯해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모여있다. 이 마을 대다수의 집들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세티광장 인근에 모여있다. 

메스티아 시내를 벗어나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로 접어든다.

이제 트레킹 시작이다. 첫날 목적지는 해발 1680m에 위치한 자베시 마을까지 16km의 여정이다. 트레킹의 시작점 메스티아 세티 광장을 출발 산길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어제의 뒤풀이가 길었나... 몸이 무겁다. 언제나 그렇듯이 전날의 즐거운 술자리는 흔적을 남긴다. 게스트 하우스를 찾느라 두 시간 이상을 헤매고 미안해하는 안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뒤풀이가 길어진다. 현역 트레커(?)인 지니는 바람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다닌다ㅎㅎ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킹 코스는 여기저기 안 가본 곳이 별로 없고, 국내 백대 명산의 70여 개를 다녀 본 관록이 만만치 않다. 어 나도 명색이 30년 넘게 산을 다녀 본 산쟁이인데^^ 지니를 쫓아 가느라 정신이 없다. 

작은 노점카페 앞에 안내판에 국기가 걸려있다.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라는 것이 있다. 영국 BBC에서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중 트레킹 코스로 3곳을 선정했다.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 트랙. 중국 윈난성의 호도협 트레킹 그리고 잉카 트레킹이다. 필자는 잉카 트레킹을 제외한 두 곳을 다녀왔다. 가장 가기 어려운 남미가 남아 있다. 어떻게든 남미는 올해 안에 가보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 스베니티 트레일을 와 보니 그 못지않아, 4대 트레킹 코스라 불러도 손색없을 듯하다. 지니도 밀포드 사운드 트랙을 다녀오고,  2달 걸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남들보다 빨리 걸어서 10일을 단축했다고 한다. 어쩐지 빨리 걷더라..... 

자베시 가는 길 작은 노점 카페 앞 풍경

마을을 벗어나 숲이 우거진 경사 길이 이어진다. 5km 정도 이어진 흙길을 올라 작은 고개를 넘어서면 작은 노점 카페가 나타난다. 맥주 한병을 사서 마신다. 어제 먹을 술도 아직인데 맥주가 시원하게 들어간다. 날씨가 더워 반바지로 갈아입고 땀을 빼며 올라왔다. 앞서서 빛에 속도로 올라온 지니는 땀 한 방울 안 흘린다.....  어째 오늘 하루 일정이 험난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텐트눌디를 시작으로 4000m가 넘는 코커서스 연봉들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들이다. 조지아의 북쪽, 코커서스 산맥 가장 매혹적인 땅에 자리 잡은 스바네티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런 풍광은 천천히 걸으며 음미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과 한 몸이 되어 호흡할 수 있다. 그런데 지니는 벌써 저만큼 앞서 간다. 3박 4일 코스를 3일에 끝내자고 고집을 부리는 것을 간신히 말렸으니 천천히 가자 소리는 못하겠다^^ 그나마 비슷하게 출발한 팀들이 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같이 쉬어 본다. 많은 관광객들이 매스티아로 오지만 우쉬굴리까지 3박 4일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시간상으로 4일을 빼는 것도 쉽지 않고, 나름 3박 4일 트레킹을 하기에 필요한 장비들이 없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로 우쉬굴리 마을로 이동하고, 아쉬우면 하루 짜리 쉬카라 빙하 트레킹에 나선다. 그러나 여건이 허락된다면 3박 4일 백패킹으로 스바네티 트레일을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백패킹이 여의치 않다면 중간 지점에 있는 마을에서 하루를 묶는 것이 좋다.  

만년설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라는 윈난의 호도협을 두 번 다녀왔다. 그런데 일정 때문에 중간에 하루 숙박을 하지 못하고 당일치기로만 두 번을 다녀왔다. 중간의 차마객잔 산장에서 하루를 묶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앞으로 트레킹을 가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다녀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저녁에 숙소에서 만난 서양인들은 보통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코커서스 스바네티 지역은 오랜 기간 동안 고립상태로 보존되어 온 산악지대이다. 스위스와 많아 닮아 있다고 하지만 스위스보다 원시적인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트레킹이 계속될수록 설산과 푸른 초원이 펼쳐지며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트레킹 중간중간에 나타난는 마을들

이곳 마을들에는 아직까지 손상되지 않은 자연, 그리고 전통과 생활습관이 남아 있다. 그리고 스반 타워라고 불리우는 방어시설들을 가진 오래된 집들이 여러 세기 동안의 지진을 이겨내고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접근이 쉽지 않아 전통 마을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스바네티에서는 등산 올림피아드가 개최될 정도로 산악인들에게는 유명한 장소가 되었다. 스바네티에 사는 스반 인들은 뛰어난 사냥꾼들이다. 그들은 헤이즐럿 가지로 만든 특별한 스키를 타고 스바네티 지역에 사는 희귀 동물인 투르(카프카스지방 야생 염소), 샤모아(소과에 속하는 염소) 등을 사냥한다. 

힘들만 하면 나타나는 카페^^ 트레킹 중간에 마시는 맥주는 황홀 그 자체^^

트레킹 중간 마을의 카페에 들려 맥주 한 병을 주문한다. 중간에 몇 번을 마주친 중국 트레커들이 있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배고프다며 맛있게 먹고 있는 컵라면이 눈에 익숙하다. 자세히 보니 진라면 매운맛이 아닌가^^ 필자도 주말 아침 자전거 라이딩 나가기 전 즐겨 먹는 진라면을 여기서 보다니.....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니 중국에서 가져왔단다. 진라면이 제일 맛있다고 엄지까지 세운다^^ k 팝과 드라마를 넘어 이제 음식으로, 바야흐로 한류의 시대 인가^^  

자베시 마을의 깔끔한 게스트하우스

어느덧 목적지인 자베시 마을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원래 길은 물크라강을 따라 자베시 마을까지 가서 강을 건너는 것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 홍수로 다리 유실되어 콜라시 남쪽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강을 건너니 시멘트 포장도로이다. 3km가 넘는 거리를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걷자니 발바닥도 아프고 지루해진다. 산은 아무리 걸어도 발바닥 아픈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시멘트나 아스팔트 도로는 다르다. 발바닥도 아프고 물집도 잘 잡힌다. 아마도 평평한 도로는 발바닥에 닿는 지점이 늘 동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군대에서 행군하다 발바닥에 물집 잡힌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베시 마을의 숙소에 도착한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유실된 다리가 임시로 복구되어 통행이 가능하다. 이런.....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서양인들

생각보다 게스트하우스가 크고 깔끔하다. 식사도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이 정도면 거의 호텔 수준인데 하며 산에서 기대하지 않은 횡재를 한 느낌이다 들었다^^ 널찍한 정원도 있어 투숙객들이 여유롭게 답소하고 있다. 

숙소앞에서 편안하게 와인 한잔을 한다.

저녁을 먹고 마당으로 나와 편하게 지니와 와인을 한잔한다. 다음날 운행을 생각해서 조금만 먹기로 했는데.... 시작을 하고 나니 또 와인병이 쌓여간다ㅜㅜ 술에 진심인 지니는 좋은 분위기에 일찍 들어갈 생각이 없나 보다.... 지니는 필자가 여행을 같이 한 사람 중에 가장 술이 센 여자일 것 같다. 물론 필자보다도 훨씬 더 잘 먹는다. '살면서 나보다 술 많이 먹는 여자를  별로 보지는 못혔는데..... ' 그렇게 트레킹의 첫날이 지나간다. 

들째날 아디시 마을로 가는길,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늦은 술자리는 언제나 흔적을 남긴다.... 그래도 컨디션은 어제보다 휠씬 좋다. 몸이 적응되어 가고 있는 모양이다. 둘째 날 목적지는 해발 2040m에 있는 아디시 마을이다. 10km 조금 넘는 거리로 비교적 짧은 거리로 거리 부담은 덜하다. 그래도 시작부터 가파른 오른 막이니 미지의 길이 주는 약간의 두려움은 존재한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또 다른 설렘은 아닐까? 가파른 오른 막을 오르며 나타날 풍경과 설산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  

투구꽃. 온갖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가다 보니 온갖 꽃들이 넘실거린다. 코커서스 산맥은 높은 고도 때문에 6월에야 눈이 녹기 시작해서 7,8월에 꽃을 피운다. 지금이 8월 초니 그야말로 야생화들의 세상이다. 이름 모를 수많은 꽃들이 온 천지를 물들인다. 가다 보니 투구꽃도 보인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지니가 무슨 꽃이냐고 물어본다. 투구꽃은 한약재이자 사약의 원료로도 쓰여던 부자(附子)의 원료이다. 부자는 영화 '서편제'에 여주인공 오정해를 장님으로 만들었던 그 약재이다. 사약의 원료로도 사용되었는데, 사약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오해가 있다. 여기서 조선시대 사약( 賜藥)은 죽을 사자가 아니고 내릴 사자 사약이다. 즉 임금이 내려주는 은혜라는 뜻이다. 사약을 내려 죽으라고 하면서 무슨 은혜인가? 조선의 가장 큰 불효는 부모로부터 받는 신체를 훼손하는 것이다. 그러니 능지처참이나 거열형은 부모에게 가장 큰 불효가 된다. 따라서 죽더라도 신체를 보존하고 죽는 것이 그나마 효도가 되는 것이다. 사약(死藥)을 받아야 할 놈은 따로 있는데...... 

하츠발리 스키장

겨울에 스키장으로 유명한 텐트눌디에 올라선다.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수려한 풍광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잠시 앉아 우쉬바 산을 배경으로 숙소에서 싸은 간단한 간식으로 요기를 한다. 보잘것없는 간단한 빵과 치즈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풍광으로 신선의 한 끼 식사인 듯 느껴진다.   

야생화 천지인 오솔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오솔길들이 이어진다. 자그마한 계곡이지만 물살도 제법 세다. 부러진 널빤지 다리를 건너고 진흙이 푹푹 빠지는 진창길도 건넌다. 아직까지 정비되지 않은 야생의 자연 그대로이다. 그렇게 숲길을 걷다가도 고개를 들면 코커서스 스바네티의 만년 설산들이 나를 반기고 있다.  

아디시 마을가는 가장 높은 고도

하늘이 오락가락한다. 먹구름이 빠르게 지나가고 해가 나왔다가 다시 구름이 몰려오고... 그나마 먹구름 가스층에 갇혀 있않은 것이 다행이다. 이번 조지아 여행 직전 지리산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성삼제에서 시작하는 지리산 종주를 하였다. 그런데 2박 3일 동안 맑은 하늘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지리산 보다 한참 높은 코커서스에서 이 정도의 날씨는 복 받은 것이리라.   

소나기를 피해 잠시 머무른 쉼터

그래도 몰려오는 먹구름이 심상치 않다.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아니나 다를까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먼저 출발한 트레커들은 생쥐가 되었을 것이라고 지니와 낄낄된다. 뭔 남의 불행(?) 을 그리 좋아하는지^^  

아디시 마을. 집집마다 방어용 구조물인 코시키가 있다. 사다리를 통해 출입하고 유사시 코시키로 들어가서 사다리르 치운다.

아디시에 도착한다. 아디시는 스바네티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아디시를 비롯한 스바네티 지역의 마을은 눈 덮인 설산과 협곡 사이에 있으며 9세기부터 지어진 방어용 석조 구조물인 코시키Koshki가 남아 있다. 스반 타워 Svan Tower라고도 부르는 코시키는 수세기 동안 페르시아, 몽골, 터키 등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스반족을 보호해 준 탑 형태의 주거와 감시방어용 건축물로 1996년에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000년 전부터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방어의 목적으로 지어진 코쉬키는 그 크기가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보통 10m 이상이며 4 - 5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 1층은 가축의 우리로, 2, 3층은 거주공간으로 4,5 층은 무기를 보관하거나 적들을 살피는 망루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위로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로 오를 때는 계단이 아닌 사다리를 이용하였다. 그리고 적들이 침입하면 사다리를 치워 올라오지 못하게 하였다. 
아디시는 마을은 작고 협소해서 숙소가 열악하다. 가격도 싸지 않다. 혹시 아디시에 가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예약을 못했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의외로 괜찮은 숙소를 얻을 수도 있다.  필자도 여기저기 발품을 팔은 끝에 그럭저럭 괜찮은 숙소를 구했다.   

텐눌디 카페. 아디시의 락카페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디시의 락카페라는 텐트눌디 카페로 간다. 지니가 많은 기대를 했던 곳이다. 탁 트인 경치와 산골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사람을 들뜨게 한다.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트레커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져본다. 그런데 해가 지고 시간이 좀 지나니 춥다. 우리가 가진 옷으로는 방한이 안 된다. 하긴 여기는 해발 2040m 아닌가?  

뒷쪽으로 아디시 마을이 보인다

셋째 날 목적지는 해발 1800m에 있는 이프랄리이다. 18km 거리로 천천히 가면 어렵지 않게 오후에 도착할 것이다. 해가 뜨자 어제의 추위가 웬 말이냐는 듯이 강렬한 햇살이 내리쬔다.   

아디시찰라강으로 가는 초원길

아디시에서 아디시찰라강까지 5km 정도의 평원이 펼쳐진다. 야샹화가 만발한 그림 같은 초원길이다.  

아침부터 말을 타고 질주하는 마을 주민들

갑자기 뒤에서 거친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어제 텐트눌리 카페에서 보았던 주정뱅이^^ 마을 주민이 빠르게 말을 몰고 있다.  아디시찰라강으로 아르바이트를 가는 길이다^^ 어제의 과음으로 지각을 했는지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말을 재촉한다.  

아디시찰라강. 물살이 세서 그냥 건너기 쉽지 않다.

아디시찰라강에 다다랐다. 물살이 너무 세다. 강 건너편에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몇 번 건너기를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말을 탄다. 몇몇은 그냥 건너기를 시도하다가 물에 빠져서 다 젖은 채로 강을 건넌다. 살짝 눈치를 보았지만 쉽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포기가 빨라야 한다. 말을 타기로 한다. 25라리의 요금이 아까운 지니가 계속 아쉬움을 토로한다.  강의 너비는 고작 10여 m로 1분도 안 걸리는 거리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쉬워하는 지니를 말에 태우고 드론을 꺼낸다.

말 타고 아디시찰라강 건너기

그래도 지니는 마을 주민 한명이 같이 타고 강을 건네준다. 대부분은 말만 테우고 혼자 내버려 둔다. 그러면 말이 알아서 강을 건넌다. 강 한번 건너는 데 25라리 받는다. 한국 돈으로 13000원 정도이니 우리에게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조지아 물가를 감안하면 적지 적지 않은 돈이다.  
 

올라갈 수록 환상적인 빙하의 풍경이 나타난다.

강을 건너니 아디시 빙하가 눈에 들어오기 사작한다. 한여름에 이런 장쾌한 빙하를 볼 수 있다니 감격스럽다. 빙하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치쿠트니에리 패스가 시작된다. 거의 700m를 치고 올라가야 한다. 지니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하여간 오르막에서는 천하무적이다^^  

반대방행에서 오는 트레커들

반대방행에서 오는 트레커들을 만난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매스티아에서 우쉬굴리로 방행을 잡는다. 우쉬굴리에서 매스티아로 행하는 트레커들은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두 번째 방문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치쿠트니에르 정상에서 트레커들이 쉬고 있다.

치쿠트니에리 정상에 올라선다. 만년설과 빙하, 초원과 파란 하늘이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준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싸 온 별로 것이 없다ㅜㅜ 같이 올라온 중국 커플의 화려한 간식을 구경하며 딱딱한 빵을 씹어본다. 다시 드론을 꺼낸다. 여기까지 힘들게 짊어지고 올라왔으니 그 값어치는 해야 한다. 

차쿠트니에르 패스 정상에서

꽤 긴 하산 길을 거쳐 이프라리에 도착한다. 그런데 숙소가 여의치 않다. 가격도 비싸고 여행사들이 숙소를 미리 잡아 놓았는지 남는 방이 없다. 지니가 열심히 인터넷을 뒤진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 다브베리 마을에 가면 방이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1km 정도 하산하니 도로변에 작은 다브베리 마을이 나타난다. 숙소도 그런대로 괜찮고 가격도 저렴하다. 숙소 주변에 카페 겸 식당도 있어서 와인 한잔하기도 그만이다. 
마지막 날 목적지는 해발 2200m에 위치한 우쉬굴리.  다브베리 마을을 벗어나면 긴 초원 숲길이 이어진다. 

멀정한 길인데 문을 걸어 잠궜다.

그런데 가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전에는 문을 열고 다니던 길이라는데 지금은 자물쇠까지 채워 굳게 잠겨 있다. 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열심히 검색하던 지니가 외친다. '그냥 넘어가야 한데요'  이곳을 지나 마을 벗어나기까지 막어놓기도 하고, 철사로도 묶어놓은 울타리를 여러 번 넘었다. 트레킹 하려 왔는데 유격하는 느낌이 든다. 그나마 마을 주민들이 길을 알려주어서 헤매지 않고 마을을 벗어난다.    

산중턱의 오솔길

이프라리에서 우쉬굴리 가는 길은 산중턱의 오솔길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어제와 같은 장쾌한 경치는 없지만 좁은 오솔길이 정감을 더해준다. 아침에 살짝 흐리더니 어느새 구름은 사라지고 청명한 날씨로 변한다. 간간히 소나기는 왔지만 이렇게 맑은 날씨 속에  4일간 트레킹을 하였다니 참으로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으프라리에서 우쉬굴리는 산중턱을 따라가는 길이다

우쉬굴리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마을이다. 그리고 영화 데데(Dede) 의 무대이다. 데데는 1990년대 초 스바네티 산맥을 배경으로 행복을 찾으려 애쓰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감독인 마리암 카치바는 우쉬굴리에서 태어나 자랐고. 주연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출연진은 연기경험이 없는 현지 주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 있는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며 스바네티 지역을 외부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트레킹을 막바지 우쉬굴리가 보인다

멀리 우쉬굴리가 보인다. 이제 3박4일 트레킹의 마지막이다. 조지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스바네티 트레킹을 마치고 나니 후련해진다. 걷기 싫다는 친구 녀석들을 버려두고 혼자만 이 좋은 트레킹을 했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든다. ' 뭐 누가 하지 말라고 했나^^'

스바네티 트레킹을 마무리하며

조지아가 막연하게 트레킹하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만 들었었다. 구체적인 계획도 잡지 않았고 걷기 싫어하는 두 녀석과의 여행이나 어찌 될지 예상도 하기 힘들었다. 그때 지니가 나타났다. 지니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고 필자는 아무런 수고도 하지 않고 지니를 따라 이 트레팅에 꼽사리를 끼었다. 이 자리를 빌어 지니에게 감사를 표한다^^  

조지아에서 가장 높은 쉬카라 산이 보인다.

우쉬굴리에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카리 빙하 트레킹을 한다. 마을부터 빙하까지 18km 정도로 그리 짧지 않은 거리다. 지니를 보니 이 빙하 트레킹도 다녀오고 싶은 표정이 역력하다. 그런데 3박 4일 버려둔 친구들을 또다시 버리고 트레킹을 가자니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안 가는 방향으로 지니를 설득해 본다. 살짝 섭섭해하는 지니에게 한마디 한다. '지니야! 와인 먹어야지'   

하산주는 조지아 와인으로

산에서 내려오면 하산주는 꼭 먹어야 한다. 젊은 시절부터 하산주를 먹어야 산행이 끝난 것이라고 강변하고 다녔다. 물론 암벽등반을 많이 다닌 던 시기에 하산주는 안전하게 내려왔다는 자축의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술 한잔 더 하자고 만들어 놓은 핑계일 뿐이다. 뭐 그러면 어떤가. 황홀한 3박4일의 스바네티 트레킹을 마무리하지 않았는가. 충분히 축하할 만한 일이다. 이렇게 스바네티 트레킹을 마치며 조지아 여행기를 마무리해 본다. 
 
이제 잉카트레킹을 가야하나^^ 애고 그 먼 남미는 언제 다녀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