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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함

5년 전 대선 이맘 때

 

2012-12-20

5년전 이맘 때 그러니까 2007년 12월 대선 직후 고등학교 동창회가 열렸다. 장소는 명동의 동창녀석 삼겹살집.

대통령선거가 막 끝난 시점이라 난 패배감과 자괴감에 빠져 있었고. 몇몇 녀석들은 무엇이 신이 났는지 나름 MB에 대한 기대감에 희희낙낙거리고 있었다. 화도 나고 답답한 나는 한미디 했다. 기대하지 말라고... 니들한테 보탬될 것 하나 없다고.

이 말을 들은 친구녀석 몇이 거칠게 화를 냈다. 심지어 욕까지 섞어가며. 몇 마디 옥신각신하다가 내가 제안을 했다. 나에게 10분의 시간만 줘라. 그러면 MB 정권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설명해 주겠다고 . 친구들 OK, 그래 설명을 시작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MB의 지지기반은 잘 사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이다. 자신의 지지기반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 그것이 정치다.

 

둘째 비정규직이 증가할 것이다. 경쟁력 강화와 성장을 전면에 걸었으니 당연히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규직을 줄일 것이다. 따라서 정규직 취직을 엄청나게 힘들어 질 것이고,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다.

 

셋째 비정규직이 증가하니 사회 소비가 줄어들 것이다. 인구의 1/3이 비정규직인 사회에서 소비는 극도로 위축될 것이다. 자영업자가 장사가 안되니 소비자로서 자영업자 또한  위축되고 장사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이렇게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대부분의 녀석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양극화는 눈에 띠게 확대되었다

비정규직의 숫자는 정규직 넘어서고 있으며, 2명에 불과했던 우리학교의 비정규직 강사는 10명으로 늘어났다. 전교사의 1/3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것이다.

소비는 극도로 악화되어 상권마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평일에 신촌 삼겹살집을 가보면 9시 까지 서너팀 앉아 있다. 그 유명한 신촌 상권마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상인들은 살다 살다 이렇게 장사 안되기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 말에 반기를 들며 욕까지 했던 명동의 삼겹살집 친구는 지금 장사를 그만 두고 놀고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박근혜는 MB와 다르다고... 

어디가 다른가를 물어보면 잘 모른다.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박근헤의 역할.

박근혜는 4년 내내 MB와 사이가 안 좋았다. 그래서 스스로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부분이 보인다. 사이는 안 좋은 데 MB의 정책을 반대한 것은 세종시 문제 딱 한가지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4년내내 MB는 다른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자신이 박근혜에게 한 짓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가 두려운 것이다. 18때 총선을 시작으로 MB는 끝임없이 박근혜를 흔든다. 또 다른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고분분투한다. 김태호, 오세훈, 정운찬 다 이런 계산 속에서 나온 인물들이다. 박근혜는 격렬하게 저항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박근혜가 MB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책적인 면을 살펴보자. MB의 핵심적인 정책들 부자감세, 4대강 사업, 종편을 위한 언론악법, 비정규직 증가, 대기업을 위한 환율조작, 심지어 민간인 사찰 까지 세종시 문제를 제외한 어느 정책 한가지 협력하지 않은 것이 없다. 즉 지금까지 이루어진 MB정책은 박근혜의 전폭적인 지지 아니 박근혜의 주도아래 친박계의 전폭적 협력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앞으로의 5년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 MB가  2011년 10월 청화대 회동을 기점으로 밀월관계로 전환된다. MB의 박근혜 전폭적인 지원과 박근혜의 MB 퇴임 후 안전보장이 거론되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앞으로 지난 5년간 진행될 정책들이 이름만 바꾸며 진행될 공산이 크다. 여론에 밀려 경제 민주화를 떠들던 박근혜는 이 마저도 지난 가을 포기했다. 김종인을 인수위에 집어 넣을 수는 있지만 경제 정책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이 나라 백성들은 더욱더 가혹하게 비정규직증가와 자영업자 몰락이라는 양극화를 체험하는 5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