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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6 숭문산악부 하계훈련 - 지리산

2016.8.30

2016.8.16 - 8.20 숭문산악부 하계등반을 지리산으로 다녀왔다. 처음에는 10 여 명이 넘을 듯 했으나 늘 그렇듯이 이런 저런 일들로 빠지고 조촐하게 학생 6명에 지도교사 2, 그리고 친구인 민순이가 동행하기로 한다. 요근래 산행이 많으면 19명이고 적어도 12명 정도 였고, 지난 겨울 중국 원정도 14명이 다녀 왔으니 최근 들어 가장 적은 인원이라 하겠다. 사실 인원이 많으면 신경쓸 것도 많아 진다. 산에서 야영도 만만치 않고 운행 시 대열의 선두와 후미가 1km 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학생 6명에 전체 인원 9명은 사실 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인원이다. 너무 적으면 야영장비 때문에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가 늘어난다.   

아침 일찍 남부터미널로 집결한다. 숭문동문회 후원을 받아 단체셔츠를 준비했다. 동문회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예전에는 집합시간 정해 놓아도 늦는 녀석이 반드시 있었다. 요즘은 지각하는 녀석 없이 정시에 모인다. 아무래도 지각비 덕이 아닐까^^ 늦으면 1분당 1천원씩 걷는다고 하니 늦는 녀석이 없어졌다. 지각비는 회식비로 사용하니 벌금내는 녀석들도 그리 큰 불만은 없다. 산청에 내려 민생고부터 해결하고 소선생 형님 댁에 여장을 푼다. 이전 훈련은 먼저 산에 갔다가 나중에 콘도나 펜션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 원정은 먼저 펜션에 들려 하루를 쉬고 다음날 산에 올라가기로 한다. 12시 전까지 지리산 관리사무소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다. 그래 펜션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일찍 산에 가기로 한다.   

여장을 풀고 지리산 대원사 계곡으로 향한다. 대원사 계곡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탁족처로 유명하다. 계곡도 구비구비 돌아 물놀이 장소도 아주 많다. 다른 곳은 국립공원이라고 물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원사 계곡은 좀 자유롭다. 계곡이 길어 물도 아주 차지 않고 물가에 쉴 곳도 많다. 그러다 보니 지리산에서도 향략객이 가장 많은 계곡이기도 한다. 1998년 큰비에 이은 급류로 많은 인명사고가 난 곳이기도 하다. 당시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한밤 중에 사람들을 대피 시킬 수 있는 경보시스템이 부실해서 피해가 컸다. 1998년 그날은 산악부 아이들과 지리산 등반을 마치고 하산한 날이기도 하다. 다행히 능선을 등반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비오는 날 계곡 산행은 많은 주의를 요한다. 그날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명목을 빈다.      

카나페를 만들어 먹는다. 카나페는 크레커 위에 치즈나 햄과 오이 등의 야채를 올리는 것으로 간단하게 간식이나 안주로 그만이다. 준비가 간단하고 만들기가 쉬워 여행 중 어디서나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다.

대원사에 들린다. 대원사는 우리나라 삼대 비구니 사찰로 불린다. 548년 창건하여 많은 소실과 중건을 거듭하였다. 1948년 여순사건으로 완전 소실되어 8년간 폐허로 있었다. 1955년 승려 법일이 중건. 비구니 사찰로 개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원사 계곡 물놀이를 마치고 펜션으로 돌아 온다. 소선생 형님께서 준비해주신 고기를 바베큐판에 구뭐 먹는다. 소선생 형님은 유명 건설회사 임원을 하시다가 4, 5 년 전 이곳 하동으로 낙향하셔 펜션을 운영하고 계신다.  요즘 다들 그렇듯이 직장생활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친구들의 경우도 조기 퇴직으로 직장생활을 접은 친구들이 여럿이다. 평균수명은 늘어가는 데 직장에서 퇴직은 빨라지고 살기가 점점 팍팍해진다. 조기 퇴직이나 정리해고가 결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안 될텐데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무엇인가 사회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대원사를 지나 유평마을을 거쳐 치밭목 산장에 이르는 코스이다. 10km 의 거리인데 대원사에서 유평마을까지 포장이 되어 있어 차가 있을 경우 4km 정도의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물론 대중 교통은 없다. 이 코스로 하산할 때도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니면 유평마을에서 도로를 따라 1시간 반을 걸어내려가야한다. 소선생 형님의 도움을 받아 유평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소선생과 둘이서 샌달을 신고 산행을 한다. 산행에 왠 샌달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등산용 샌달인데 바닥이 비브람 창으로 만들어져 미끄럽지 않다. 내리막 길에는 적합치 않을 수 있으나 계곡 오르막 산행에는 그만이다. 계곡을 포함해서 아무 곳이나 지날 갈 수 있고 매우 시원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하산 시 착용 할 등산화를 따로 휴대해야 한다. 이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등산용 샌달은 여름 계곡산행에 추천할 만한 아이템이다.     

등산로에 곰출현 주의 표지판이 보인다. 지리산 곰의 주 서식지는 여기 반대쪽인 반야봉 쪽으로 알고 있는데 몇십km를 가로 질러 이쪽도 나타나는 모양이다. 후배가 10여 년 전에 지리산 곰관리 팀장을 했다. 후배는 새끼 곰 두마리를 야생훈련을 시켜 반야봉 쪽에 방사를 했다. 그런데 한 녀석이 야생적응을 못하고 자꾸 등산로로 올라와서 등산객에게 먹이를 구하는 것이다. 몇 번을 산 아래로 옮겨으나 한번 습관이 든 녀석은 계속 등산객을 찾아다녔다. 결국 퇴출이 결정되고 격리시켜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버린다. 궁금해서 후배에게 물어본다. 현우는 저자의 필명이다

현우나 : 야! 새끼곰이 등산객한테 손을 벌리면 얼마나 귀엽겠니. 그냥 두지 그랬어?
후배 : 형 새끼니까 귀엽지 그놈이 다 커서 집채만한 곰이 된 이후에도 등산로에서 등산객 삥을 뜯겠다고 손을   벌리면 어              떻겠어요?   
현우 : 아! 그렇구나.....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산에서 먹는 라면은 예술이다. 요즘은 취사 금지된 곳이 많아  라면을 끊여 먹을 곳이 많지 않다. 그 근본 취지는 동의하지만 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오늘은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으니 복받은 날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30 분 가까이 앞이 안 보이도록 쏟아진다. 여름에 산에서 소나기를 맞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몸은 젖더라도 배낭이 젖으면 안 된다. 여벌 옷과 침낭이 젖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낭커버가 안 보인다. 이번에 새로 장만한 배낭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인다. 요즘 배낭은 보통 커버가 달려 있는데 아무데도 보이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비를 맞으며 서둘러 산장에 도착한다.

비가 그치고 산장 벤치에 앉아 한참을 찾아본다. 그 모양새를 지켜보던 산장주인 민병태씨가 한마디 한다. '그 배낭은 원래 커버가 없는 거에요!' 엥 그래요? 이런..... '그리고 그 배낭 커버 사려고 해도 몇만원 달라고 할 걸요' 이런....  배낭 커버도 없는 배낭을... 또 몇 만원 들여 커버도 사야한다니 왠지 속은 느낌이 든다.   

치밭목 산장은 주위에 취나물이 지천으로 놀려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거의 버려져 아무도 관리 않던 것을 30년 전부터 민병태씨가 관리하고 있다. 이제 임대 기간이 끝났고 산장도 너무 낡아서 8월까지만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산장에서 직영한다고 방침을 정했다.

민병태라는 사람을 생각해 본다. 그는 치밭목산장의 관리인이다. 치밭목산장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유 인 탓에 부쳐진 이름이지만 그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 관리인보다는 산장지기라는 말이 그 답다. 민병태는 아무도 돌보지않아 방치상태에 있던 치밭목산장을 홀로 지키고 가꾸며 돌봐 왔다.  단지 지리산이 좋다라는 이유만으로 ‘혼자서’ 이 산장을 지키고 있다.

새로운 산장은 내년완공을 목표로 한참 공사 중이다. 이제 옛 추억이 서린 치밭목 산장에서 잠을 자는 것도 2016.8월, 이번 달이 마지막이다. 왠지 산장의 마지막 손님이 된 것 같아 쓸슬함이 더해진다. 이번  치밭목 산장을 오르면서 줄곧 맴도는 생각은 아무리 지리산이 좋다지만 왜 그는 세상사 갖은 공명심과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이곳으로 들어왔을까 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혼자 산장을 지키면서 길다면 긴 하루를 무엇을 하며 지낼까 하는 의문이다. 물론 그것은 도시생활에 찌들어 있는 어설픈 산쟁이의 기우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날씨가 좋아 별자리라도 보이면 재미있을 텐데 구름이 많아 별이 보이지 않는다. 별자리 전문가인 소선생과 함께 하는 별자리 찾기를 아이들은 무척 좋아한다. 작년에는 한라산 관음사 야영장에서새벽까지 별자리 공부가 이어졌다. 별자리를 찾고 별자리에 얽히 사연들을 들으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별자리 공부는 다음으로 미루고 느지막이 도착한 다른 등산객과 어울린 소주 한잔에 밤이 깊어간다.   

다음날 아침을 챙겨먹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아침식사는 국과 밥. 무게와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밥은 압력솥에

국은 즉석국으로 대신한다. 이전에 비해 무게와 부피를 많이 줄인 것인데 무거운 배낭을 져본 적이 없는 녀석들은 이마져도 힘들어 한다. 운행시간도 남들보다 길어져 평균 1.5 배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하봉을 거쳐 중봉으로 오르는 길이 매우 가파르다. 막상 도착해 보니 천왕봉 오르는 것 보다도 휠씬 더 힘들다. 몇 녀석이 쳐지기 시작한다. 먼저 가면 알아서 올라가겠다고 앙탈을 부리지만 얼르고 혼내면서 끌고 올라간다. 그렇게 중봉에 도착 휴식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지리산 능선을 타는 방법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가는 것이다. 우리는 반대로 하봉 중봉을 거쳐 천왕봉으로 향하고 있는 데 상대적으로 사람이 많지 않다. 여름 휴가철까지 겹쳐 있으니 노고단에서 천왕봉 사이는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나중에 장터목 산장에 도착해보니 역시 산장 전체가 인파로 북적거린다.    

그렇게 천왕봉에 도착한다. 오후시간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한가하게 사진도 찍어본다. 구름이 살작 끼기는 했는데 비교적 청명한 편이다. 정상 비석에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라는 글자가 보인가. 사실 처음 이 비석을 만들 때 글씨는 이와 달랐다. '경상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이렇게 써서 가져다 놓은 비석을 나중에 바꾼 것이다. 지금도 '한국' 이라는 글씨를 보면 먼저 있는 글자를 지우고 다시 새긴 흔적이 보인다. 한라산과 더불어 남한 최고의 봉우리인 천왕봉에 '경상인의 기상' 이라고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산행에는 친구인 민순이가 동행했다. 20살에 지리산에 와보고 30년만에 다시 와본다고 하니  무척 감개무량 할 것이다. 늘 바쁘게 일과 강의에 쫓겨 살다가 오랫만에 시간내서 지리산에 왔다. 오랫만의 장기산행이 힘도 들텐데 무척 즐거워 한다. 힘들게 땀흘리며 아이들과 함께 한 산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많은 산들이 구비구비 끝도 없이 이어진다. 누구는 이것을 산 파도라고 부른다. 산은 정상이 잘 생겨야 (?) 대접을 받는다. 정상이 장괘해 보이고 조망이 좋아야 산에 오르는 사람도 보람을 느끼는 법이다. 꼭 높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북한산은 백운대라는 걸출한 조망을 가진 정상이 있다. 800m 넘는 산이지만 왠만한 1000m 넘는 산보다도 휠씬 더 풍광이 좋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산을 사랑한다. 반면에 명지산은 경기도에서 몇 안 되는 1000m 가 넘는 산이다. 그런데 명지산은 능선상에 있는 크지 않은 바위가 산 정상이다. 그러다 보니 명지산보다는 그 옆에는 있는 연인산이 더 사랑받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지리산 천왕봉은 우리나라 육지의 최고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괘하고 멋진 조망을 자랑한다. 그래서 지리산 천왕봉은 설악산 대청봉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의 일출 명소로 꼽힌다.          

1시간을 내려와 장터목 산장에 도착한다. 장터목 산장은 예약하기 힘든 산장으로 유명하다. 천왕봉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사시사철 만원이 이루기 때문이다. 하물며 휴가철이니 산장 예약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미리미리 서둘러 예약한 관계로  장터목 산장에서 숙박하는 행운을 누린다. 20년 전만해도 산장 앞 공터에 텐트를 치기도 했으나 지금은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산행은 산장에서 2박을 하기로 해 텐트를 휴대하지 않았다. 텐트가 없어 배낭 무게를 줄일 수 있으나 조용한 계곡의 고즈넉한 야영은 포기해야만 한다. 사실 산에서 야영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야영은 산에서의 배울 수 있는 내용의 모든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야영장이 자꾸 줄어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산 아래를 제외하고 거의 마지막 남은 야영장인 북한산 인수 야영장도 그 존립이 기로에 서 있다. 환경파괴와 오염방지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국립공원공단의 관리 편의성을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취사장 뒷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여기는 해발 1500m, 조금 앉아 있으면 추워진다.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니 아늑하고 좋다. 사실 높은 산에서 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람을 피하는 것이다. 겨울은 물론이고 여름도 마찮가지다. 바람은 체온을 쉽게 빼앗아 가고 저체온증을 유발한다. 특히 식사시간처럼 움직이지 않는 있는 시간이 많을 수록 장소를 잘 선택해야한다.        

새벽부터 산장 전체가 시끌벅적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출을 보겠다고 새벽에 천왕봉으로 향한다. 우리는 어제 천왕봉을 넘어 왔으니 다시 갈 일은 없다. 어제부터 혹시 일출 구경 갈 사람 있냐고 물어보니 눈도 안 마주친다. 나도 귀찮다 이 녀석들아^^ 아침에 일어나니 산장에 우리밖에 없다. 여유있게 아침을 해 먹고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은 백무동 계곡. 중산리 코스와 더불어 지리산 천왕봉으로 향하는 가장 일반적인 길이다. 길도 잘 정비되어 빠른 시간에 오르 내릴 수 있지만 좀 지루한 코스이다. 조망도 좋지 않고 물놀이 할 만한 곳도 없다. 시간 단축을 위해서 애용되는 코스이다 보니 여유가 있으면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길이기도 하다. 설악산으로 보면 오색에서 대청봉 오르는 코스와 비슷하다. 빠르게 오르기 위해서는 풍광과 경치를 포기해야 한다.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빠르게 목표에 다 다르고 소위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앞 만 보고 가야한다. 그 와중에 많은 것들을 포기한다. 어떤 인생을 갈까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우리의 사회 분위기는 경쟁과 앞만 보고 달려 갈 것을 종용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 매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발표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런 분위기는 산도 비슷하다. 대청봉 등반자의 절반이상이 오색약수코스를 천왕봉 등반자의 절반이 백무동코스를 선택한다. 좀 더 여유있게 천천히, 그리고 돌아가는 산행문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산해서 점심을 먹고 일성콘도로 향한다. 지리산에 오면 늘 친구 집으로 들어 갔는데 이번에는 여러가지 문제로 콘도 숙박을 결정한다. 이제 힘든 산행 마치고 콘도에서 놀 일만 남았으니 아이들은 신이 났다. 동 하계 산행 후는 꼭 콘도나 펜션에서 숙박하는데, 편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산행 참가를 꼬득이는 미끼상품이기도 하다^^ 야외에 마련된 카페테라스에서 즐겁게 고기도 구워먹는다.   

저녁에 찾아 온 친구 재혁이 내외와 근처 카페로 향한다. 대학원 친구인데 지리산 근처로 낙향한 지 20년이 다 되었다. 처음 낙향했을 때는 멀정하게 대학원까지 나온 넘이 왜 저러고 사나 싶기도 했다. 지금은 만인의 시기와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천연염색과 농사 조금 짓고 있는데 언젠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현우 : 친구야 너 얼마나 버니?
친구 : 그래도 내가 600 은 번다
현우 : 엥 그렇게나 많이...... 일년에?
친구 : 그렇지!    

 일년에 600만원을 벌어도 사는 게 가능한가 싶지만 늘 즐겁게 사는 친구를 보면서 돈에 얽매어 사는 도시생활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30년 만에 지리산을 오른 민순이와 즐겁게 하산주를 마신다. 원래 산행은 하산주를 마셔야 마무리 된다고 누군가는 강변한다. 술 마시자고 하는 이야기 겠지만 그만큼 하산해서 마시는 술은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다. 소선생과 재혁이 내외, 그리고 민순, 카페 주인까지 어울리며 하계원정 마지막 날이 깊어 간다.     

다음 날 인월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하여 강변역에서 하산한다. 오랫만에 10명 이하의 소규모 원정을 다녀온 것 같다. 늘 노심초사 하며 신경이 쓰이는 산행이지만 다녀오면 아이들에게 추억의 한 자락을 만들어 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얘들아! 늦지 않게 산행 보고서들 써서 내라. 그래야 남는 것이 있고 나중에 기억을 하기도 쉽단다. 한 30년 쯤 지나 책꽂이에서 우연히 산행보고서를 발견하고 너희들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지금의 추억에 잠겨보렴.  늦게 내면 벌금이다^^